[이 저자] 『고양이님…』책 낸 이학범 수의사 “고양이도 외로워요, 같이 놀아주세요”
[이 저자] 『고양이님…』책 낸 이학범 수의사 “고양이도 외로워요, 같이 놀아주세요”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7.0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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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크게 늘고 있음은 주말 집 근처 놀이터만 봐도 알 수 있다. 강아지에 예쁜 옷을 입혀 외출한 경우도 있고 목줄을 길게 늘이고 딸랑딸랑 귀여운 종소리를 들려주는 강아지도 있다. 그러나 고양이는 매우 드물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주인과 같이 산책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고, 그렇게 된다면 주인은 행복한 경우다. 길거리에서 ‘산책’하는 고양이는 전부 길고양이라고 봐야 한다.

고양이는 성격이 까다로운가, 도도한가, 무슨 매력이 있나 등을 알아보려 이학범 수의사를 만났다. 『고양이님, 저랑 살만 하신가요?』 책을 낸 집사(고양이 키우는 사람)경력 10년차로 현재 데일리벳이라는 수의사 전문 인터넷신문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 ‘언론사 대표’이기도 하다.

데일리벳은 대학 동기 수의사와 함께 1주일에 40~50건의 기사를 올린다. 동물 복지 관련해 쉬운 기사도 있다고 한다.

호칭이 쉽지 않다. 책을 냈으니 이 작가? 수의사니 이 수의사? 신문사를 운영하니 이 대표? 고양이를 키우니 이 집사? 일단 ‘집사’로 하자. 이 집사는 수의사 전문성을 살려 ‘E채널 용감한 기자들’에 출연하고 있다. 훤칠한 키에 얼굴이 뽀얀 훈남이다. 33세 총각. 다음은 일문일답.

- 고양이 키우는 게 어떤 점에서 재미있나요

“다른 동물 키우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니 도도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이름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꼬고 앉아 있을 때, 좀 시크하다고 할까요. 가장 큰 재미는 기대하지 않았던 행동을 할 때 느껴요. 개처럼 가까이 오지 않다가, 어느날 와서 다리 등 몸을 비빌 때죠”

- 고양이는 키우기 어렵다고 하는데요

“강아지보다는 어렵지 않아요. 털이 많이 빠지지만, 똥 오줌도 잘 가리고 상대적으로 키우기 좋아요. 냄새도 안 나고. 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이 커요. 키우려고 할 때 가족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점이 있죠. 특히 어르신들은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요. 그래서 어르신들 설득이 쉽지 않아요”

『고양이님, 저랑 살 만 하신가요?』       
이학범 지음 │ 영수 그림 │ 팜파스 펴냄 │ 276쪽 │ 14800원

- 대부분 고양이를 왜 싫어한다고 느끼세요

“과거에 드라마, 영화 보면 귀신 나오기 전에 고양이 울음소리 나오잖아요. 안 좋은 이미지로 박힌 것 같아요. 안 키워 보신 분들은 밤에 내는 발정소리, 영역표시 때 내는 울음소리를 싫어해요.

그래도 절대 위험하지 않으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부모님도 엄청 싫어하셨는데 키워본 뒤에 고양이에 푹 빠지셨어요. 키워보려고 노력해 주시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길고양이 아무 이유 없이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 고양이는 도도하다고 합니다. 친해지는 방법이 있을까요

“고양이랑 억지로 친해지려 하면 안 돼요. 강아지는 같이 산책하고 만지면 친해질 수 있는데, 고양이는 오히려 무시해야 해요. 그러면 먼저 관심을 갖고 다가와요. 무리해서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요. 처음 보는 사람이 고양이에게 무관심하면 다가오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목덜미 쪽을 잡아주면 좋아한다고 하지만 모든 고양이가 다 좋아하진 않아요. 오히려 엉덩이 밑을 톡톡 쳐 주거나, 턱 밑을 살살 치는 걸 좋아해요. 배를 만지거나 배가 위로 향하게 하는 건 아주 싫어합니다. 아직 일부 야생성이 남아서, 배는 보호하고 싶어 해요. 자칫 불안해할 수 있죠. 강아지나 고양이가 배를 보여주는 건 친근감의 표시라고 이해하면 되죠”

-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인데요, 고양이도 훈련이 되느냐죠

“훈련 대신 교육이라고 하는데, 개는 거의 되는 편인데 고양이는 잘 안돼요. 개만큼 기대를 걸고 교육하지는 마세요. 그래도 고양이는 이름을 분명히 기억해요. 그러나 앉아, 일어서, 누워, 빵 이런 건 기대하시면 안 돼요.(아직 진화론적으로 사람과 덜 친해졌다는 의미) 똑똑한 고양이라면 손 달라 하면 될 수도 있어요. 사람 변기에 똥 오줌 가리게 훈련하는 고양이도 있어요.

교육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지능은 개나 고양이나 (높으면 아이큐 60~80) 비슷한데요 아이큐보다는 고양이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간혹 화장실 변기 물을 먹기도 하는데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요. 생수 말고 수돗물 주는 게 더 좋다는 말도 있거든요. 그걸 위생적으로 걱정하신다면 오히려 고양이 구강관리 해주는 게 더 좋아요. 치약, 칫솔, 껌 등 제품 많아요”

- 책에 보니, 과거 고양이 발톱 제거 수술을 하고 많이 후회한다고 했는데, 어떤 상황이었나요

“집안 소파를 뜯어놓고 가구도 물어 뜯는 등 난리도 아니어서 (수술)했죠. 수의대 학생일 때, 외과 책에 발톱 제거 수술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별다른 생각 없이, 수술 만족도가 95%라고 하기에 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엄청 안 좋은 거였어요. 뼈 한마디씩을 잘라냈으니. 집에서 키우는 암놈 ‘루리’ 인데, 부작용 있었어요. 통증도 있지만, 고양이의 뛰어난 감각에 안 좋은 영향을 줍니다. 높이 뛰지도 못하고. 민감하지도 않고. 수술하고 1년 뒤에 깨달았어요.

강아지 성대 수술이랑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돼요. 고양이 발톱이 문제라면 스크래처를 집안에 놓거나 스크래치 잘 할 수 있게 훈련을 시켜야. 발톱 제거 수술 후회한다고 책에 적어 놓긴 했는데 그래서 욕 먹을까봐 걱정 돼요”

- 고양이도 외롭다고 하네요. 어떻게 놀아주면 될까요

“책 쓴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외롭기 때문에 놀아줘야 하는 등 동거 부분이 많이 강조돼 있습니다. 고양이도 개만큼은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신경 써줘야 한다는 뜻을 담았어요. ‘고양이는 혼자 있는 것 좋아해’, ‘하루 종일 잠만 자’ 이렇게 말하는 인식 깨뜨리고 싶어요. 놀아줘야 한다는 책이에요.

길고양이랑 집고양이를 비교해 볼까요. 길고양이가 ‘사냥하는’ 시간은 집고양이가 ‘노는’ 시간이에요.

그런 점에서 길고양이는 노는 시간이 15%이고 집고양이는 1%에요. 집고양이는 대신 자는 시간이 엄청 늘어난 거죠. 놀 대상이 없으니까. 앞으로는 선입견 때문에 고양이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른바 ‘조용한 학대’ 라는 거죠. 방치함으로써 학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려동물 키우면 효과 많아요. 스트레스가 줄면서 질병을 예방하게 되고, 정서가 충만해지면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집니다. 독거노인 자살률 압도적으로 작아진다는 통계는 현대 고령화 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동물복지는 무엇이며 우리나라 수준은 어떤가요

“과거에는 동물보호법 수준 자체가 굉장히 낮았어요. 인식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낮았는데  지금은 법적 수준이 꽤 올라왔어요. 발의하려는 법들은 거의 유럽 수준이고요.

제도는 갖춰졌거든요. 이제는 조직, 인력이 따라 줘야 하고 국민들 인식도 더욱 높아져야 해요. 시간이 더 필요하겠죠. 캠페인도 열심히 해야 하고요. 문제는 보호법은 있는데 실제 처벌은 약한 편이에요. 법 자체가 약한 이유도 있지만 인식 때문입니다.

동물이 물건처럼 취급되고 있어요. 민법 체제에는 인간과 비인간, 이렇게 이분법 체계거든요. 그래서 고양이를 옥상에서 집어 던져도 핸드폰 던진 것처럼 물어주면 되는 거에요. 선진국은 인간, 물건, 동물 등 삼분법 체제입니다.

그리고 헌법에도 동물권을 명시해줬으면 해요. 판사가 벌금 적게 때리는 것도 물건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재물손해죄라고 합니다”

- 수의사 직업은 괜찮은가요, 청소년들에게 권할만한가요?

“아주 좋은 직업. 동물을 치료하면서 오는 보람 있고 생각보다 국민들 위해서 할 일이 많아요. 축산물 검사도 다 하고. 수입하는 것 공항에서 검역하는 것도 수의사가 하는 일이죠. 동물 치료뿐 아니라 국민 건강, 보건 등 꽤 많은 곳에 기여하고 있어요. 경제적인 면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요”

- 책을 보니, 동물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 대한 언급도 있던데요

“동물보호감시원이라고 부르죠. 인력부족으로 다른 업무와 같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동물보호 업무는 민원이 많기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오죽하면 동물보호 담당 공무원들에게 ‘다른 업무를 하지 않고 동물보호 업무만 하면 어떻겠냐?’고 물으면 대부분 ‘싫다’고 하겠습니까.

그러니 동물보호 관련 일을 시청에 문의했을 때 일처리가 늦다고 너무 불평하지는 마세요. 그분들 잘못이라기 보다는 아직 동물보호 관련 예산과 인력이 많이 부족한 게 우리 현실이니까요”

그의 책 『고양이님, 저랑 살만 하신가요?』에는 길고양이 출신 ‘루리’를 기르며 알게 되고 느낀 점들이 소상히 나와 있다. 수의사로서 밝히는 전문적 견해도 팁처럼 있어 고양이 집사들에게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 같다.

이 집사는 동물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물복지 국회포럼 자문위원이며 민법 개정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민법에는 사람과 물건만 있다. 동물 조항이 없어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돼 ‘동물학대’가 원천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맹점이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수의사로 반려동물 전문가에다 인터넷 신문도 운영하는 훈남, 그리고 TV에도 얼굴을 보이고 있는 이학범 집사. 행보가 궁금하다. 정치권이 탐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이학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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