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열린연단] '철학과 과학은 한몸' 주장 포퍼, '비판적 합리'로 현대문명 시대정신 꿰뚫다- 엄정식 교수 강연 '칼 포퍼와 현대 과학철학' 요약
[네이버 열린연단] '철학과 과학은 한몸' 주장 포퍼, '비판적 합리'로 현대문명 시대정신 꿰뚫다- 엄정식 교수 강연 '칼 포퍼와 현대 과학철학' 요약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7.05 18:1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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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네이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문화과학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 : 문화의 안과 밖’의 7월 1일 순서는 '패러다임의 지속과 갱신' 강연 2섹션 과학/과학철학의 네 번째 강연으로 엄정식 서강대 명예교수의 '칼 포퍼와 현대 과학철학'을 주제로 진행했다.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북파크 카오스홀)

엄정식 서강대 명예교수는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신문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 미국 웨인주립대에서 인문학 석사 학위를,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석좌교수와 미국 하버드대 철학과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를 거쳤고, 한국철학회 회장, 철학연구회 회장, 분석철학회 회장, 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철학문화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다이몬과의 방황』, 『소크라테스, 인생에 답하다』, 『나루터 가는 길』, 『길을 묻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사상』, 『철학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고 그밖에 『동서양 철학 콘서트』, 『서양철학과 주제학』 등을 공저했다.

엄정식 명예교수는 이날 강연을 통해 "포퍼는 현대과학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거의 모든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며 "비판적 합리론을 통해 비판철학을 정립함으로써 과학기술 문명의 시대적 당위를 대변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대정신’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내용 요약.

# 과학철학은 물론 포괄적이고도 심층적인 의미로 과학이 무엇인지 철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과학적 탐구의 방법과 그 정신,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도출된 과학적 지식과 그 지식에 근거한 세계관과 우주관, 그리고 그 지식을 실생활에 응용한 과학기술의 성격과 그 영향 등에 관한 탐구이다.

철학자들이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과학의 여러 국면들이 현대인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규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적 지식이 진정한 의미의 진리와 지식, 그리고 객관성과 합리성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이다.

포퍼(K. Popper)는 현대 과학철학의 형성과 전개, 그리고 현황 등 전 과정에 걸쳐서 가장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초창기의 논리실증주의 과학철학자들의 입장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하여 쿤의 역사주의 과학관에 이르기까지 그가 첨예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 그의 ‘반증주의’에 입각한 과학철학은 다양한 논란의 와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폭넓게 수긍할 수 있는 과학관을 제시하며, 동시에 비록 상대적인 의미로라도 과학의 합리성과 객관성, 그리고 지식의 성장에 관한 매우 설득력 있는 이론 체계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판적 합리론’이라는 방대한 철학적 체계를 통해서 자연과학과 사화과학을 동시에 아우르는 비판철학을 정립함으로써 그 자신이 스스로 부정함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문명의 시대적 당위를 대변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대정신’으로 군림한다.

포퍼는 1902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유태계 법률가의 아들로 태어났다가 1994년 런던 교외의 한적한 마을인 키인리에서 영국 귀족의 신분으로 사망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물론 그가 20세기의 대부분을 살다가 갔다는 것을 말해주지만 그의 긴 생애가 결코 평탄하거나 범상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도 동시에 말해준다.

그는 20세기 초반을 빈에서 살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문학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고 지적인 호기심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었지만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나치의 탄압을 피해 결국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포퍼는 탁월한 통찰력과 예리한 분석력으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비판 정신으로 군림하였으며, 그러한 의미로 그는 20세기를 수동적으로 살아냈다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이끌어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928년에는 「사유심리학의 방법론 문제(Zur Methodenfrage der Denkpsycho-logie)」라는 논문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잠시 중학교 교사 생활을 하면서 과학의 본질에 관한 탐구에 몰두하는 한편 ‘비엔나 학단’의 논리실증주의자들과 교우하였고 이 학사의 지도자였던 슐릭(M. Schlick)을 사사했을 분만 아니라 특히 카르납과도 교분이 두터웠다.

1935년에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아 이 학단에서 발행하는 총서의 한 권으로 『탐구의 논리(Logik der Forschung)』가 출간되었다. 『탐구의 논리』는 포퍼의 처녀작이면서 출세작이지만 또한 그의 학문적 방향을 명확히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저서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논리실증주의에 대한 비판을 체계적으로 전개함으로써 후에 “비판적 합리주의(critical rationalism)”라고 일컫게 되는 그의 철학적 입장에 초석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1946년에는 영국으로 이주하여 런던 경제대학교에 부임하였으며 1969년에 은퇴할 때까지 논리학과 과학 방법론을 가르쳤다.

특히 1959년에는 그에게 획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탐구의 논리』가 『과학적 발견의 논리(Logic of Scientific Discovery)』라는 영역판으로 출판됨으로써 그의 중심 사상이 광범위하게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쇠퇴기에 접어든 논리실증주의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였기 때문이다.

칼 포퍼

물론 여기에는 20여 년에 걸친 그의 사상적 발전이 ‘신 부록(New appendices)’이라는 이름으로 첨가되었으나 기본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고 그의 비판적 합리주의가 하나의 뚜렷한 철학 사조로서 그 위치를 공고히 하였던 것이다.

그는 과학의 시대에 과학과 과학 아닌 것의 구분, 그리고 과학과 인접 분야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가장 명쾌하게 제시한 과학철학자였으며, 세계가 공산사회주의와 자유민주주의로 양분된 이데올로기의 시대에 가장 과학적인 사상임을 자처하던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치명타를 가한 사회철학자 혹은 정치철학자이기도 하였다.

더구나 그는 말년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를 엄습하는 회의주의와 상대주의, 그리고 독단주의와 신비주의에 맞서서 객관주의와 합리주의를 일관성 있게 견지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장 적극적으로 설득력 있게 옹호한 문명 비평가였으며, 동시에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군림해 있었던 것이다.

포퍼는 “철학은 과학과 분리될 수도 없고 결코 분리되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서양의 모든 과학은 우주와 세계 질서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철학적 사색으로부터 생겨난 것들이다.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그리고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은 모든 과학과 철학의 공통된 선조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세계의 구조를 탐구했고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의 문제를 비롯하여 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위치에 관하여 탐구하였다.

포퍼의 입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과학적 가설이라는 것도 예술가들의 표현처럼 직관과 상상력의 소산에 지나지 않으며, 이것이 실험과 관찰 혹은 추론의 대상인 한 과학적인 것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시험이나 검토에 의해 부정되지 않는 한 객관적 지식이 될 수 있으며 동시에 합리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정말 과학은 이것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그것은 연금술이나 점성술이 아닌 것처럼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종교적 신앙과도 구별된다. 그의 비판적 합리주의가 역사주의를 논박하고 폐쇄 사회를 비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포퍼는 급진적이고 독단적인 이상주의를 항상 경계하였다. 그 전형적인 예로 마르크스주의를 들 수 있는데, 그것은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형이상학적 교리에 ‘과학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여서 합리성을 가장하고 있으며 결국은 역사적 예언을 빙자하여 맹목적인 ‘폐쇄 사회’를 낳고 말게 되기 때문이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볼 때 과학기술의 시대에 특히 과학 정신을 부각시키고 본받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승화시키고자 노력함으로써 포퍼의 과학철학은 현대를 위한, 현대에 의한, 현대의 전형적인 철학 사조임을 입증해주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서구의 근대 과학은 합리성의 산물이며 그중에도 실증주의적인 비판적 합리성이 결과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명이 성숙기에 접어들다가 결국 쇠퇴하고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키는 시기에는 특히 '비판적 합리성'이 극대화되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기능에 의해서 종교는 더욱 고급스럽게 되고 예술은 더욱 격조가 높아지며 도덕은 관습을 넘어 더욱 보편적인 것이 될 뿐만 아니라 학문은 더욱심화되고 포괄적으로 진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종류의 합리성이 곧 과학철학의 중핵이며 과학기술 시대에 요청되는 시대정신이다.

그러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서구의 근대 과학기술 문명은 인간에게 여러 가지 문명의 이기를 제공하였고 계몽사상을 싹트게 하였으나 이에 못지않게 큰 병폐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현대 철학의 과학 비판이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제기되었다. 과학철학뿐만 아니라 현대 철학 일반이 지니는 문명사적 존재 이유도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과학철학은 이러한 정신이 근대 이후에 등장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자유민주주의 정치 제도, 그리고 다원주의적 문화 구조의 근간이 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구조가 제대로 정착될 뿐만 아니라 발전적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과학 정신에서 강조하고 포퍼가 구체적으로 부각시킨 ‘비판적 합리성’이 더욱 고양되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 그 시대적 당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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