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앙꼬·박윤선, 두 사람이 말하는 만화와 만화작가의 삶
[인터뷰] 앙꼬·박윤선, 두 사람이 말하는 만화와 만화작가의 삶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6.27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화 『삼십 살』·『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 통해 자전적 이야기 전해
앙꼬(왼쪽)와 박윤선

[독서신문] 같은 만화인데, 웹툰과 만화책에 차이가 있을까 싶었다. 알고 보니 생활 패턴부터 차이가 났다. 웹툰 작가들은 주기적인 마감 일정에 맞춰 한회분을 완성한다면, 만화책 작가들은 긴 호흡을 갖고 작업실에 앉아 그날의 사정에 맞게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만화책 작가에게 웹툰을 쉽사리 택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손으로 수채화 작업 하는데, 웹툰 작가들처럼 몇칸씩 계산해가면서 그리면 죽을 것 같다”고 했다. 

사계절출판사 만화가열전을 통해 작품을 출간해온 앙꼬, 박윤선 작가를 14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났다. 사인회를 위해 도서전을 찾은 두 작가는 주어진 시간보다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팬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앙꼬 작가는 『삼십 살』에, 박윤선 작가는 『개인간의 모험』과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에 직접 그린 그림과 사인을 남겼다. 매번 조금씩 다른 그림을 그려줘 독자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됐다. 이들을 잠시 만나 만화가의 삶은 어떤지, 프랑스의 만화 시장은 어떤지 들어봤다 (앙꼬 작가는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새로운 발견상을 수상한 뒤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고, 박윤선 작가는 20대 후반 프랑스로 건너가 앙굴렘 ‘작가의 집’에서 작업 중이다). 

■ 앙꼬 “다른 만화가들과는 다른 나만의 삶을 산다”

- 『나쁜 친구』로 올해 초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새로운 발견상 수상하고 반년 흘렀는데 어떤가
“별로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만 ‘아, 내가 상 받았었지’ 하는 느낌이다.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만화를 다루니까 내 작품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상 타기 직전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 8개 정도 되는 상 중에 마지막에서 3번째였다. 나에게 프랑스 만화 시장을 알려준 새만화책 김대중 편집장에게 고맙다고 했다. 혼자라고 생각해서 방 안에서 작업 중일 때, 새로운 시장을 보여줬다. 그와 함께 외국 만화축제에 한국 부스를 세우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왔기에, 그 밑바탕이 있기에 『나쁜 친구』가 인정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 한국에서 만화책 작가로 살아가는 건 어떤가
“일반 만화가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마감을 잡지 않고 혼자 작업을 한다. 정해져 있지 않은 작업이고 때가 되면 책을 낸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하려고 노력한다. 삶의 원동력을 얻어야 한다. 그에 비해 보통 만화가들은 시나리오와 만화에 집중, 몰입해 한편을 완성한다. 내 삶은 결코 만화가의 삶이라 할 수 없다. 최근에는 작품 많이 못 그리고 밀도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용히 잡지에 연재 중이다”

- 만화의 매력은 어떤 것인가
“만화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영화다. 배우도 만들 수 있고 톤도 설정하고 시나리오도 직접 꾸린다. 보통의 만화가들은 공동작업 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나도 그런 편인데, 연출과 그림 작업을 직접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인물에게 연기를 시킬 수 있고, 표정도 만들어낼 수 있다. 리얼하게 연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 박윤선 “프랑스인들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만화를 읽는다”

- 프랑스 앙굴렘 ‘작가의 집’에서 작업 중이다.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한국에 있을 때는 20대였다. 잘 안 풀렸다. 불안한 게 많았다. 이래저래 압박도 많았다. 지금은 30대 후반이고 어느 정도 포기하는 부분들도 생겼다. 앙굴렘에는 만화가가 참 많다. 걸어서 3분 거리에 동료들이 있다는 점이 편하다.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다. 전화기도 필요 없다. 그리고 프랑스는 마을마다 만화축제가 있는데, 특히 앙굴렘이 유명한 것뿐이다. 40년 넘어가니까 자리를 잡더라. ‘작가의 집’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 작가들이 많이 모여드는 것도 있다. 집, 작업실 다 주니까 프로그램 참가 차 왔다가 아예 프랑스에 남는 작가들도 많다. 나도 그런 경우다. 남편도 이 프로그램 통해서 만났다” 

- 『개인간의 모험』이 출간된 것도 만화가 남편 덕분이라고
“오랜 시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결과는 계속 낙방인 무슈 김. 경찰견 역시 공무원이라는 논리로 경찰견이 되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이다. 반응이 안 좋았다. 포기했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신랑이 된 그때의 남자친구에게 내용을 말해줬다. 힘들면 도와주겠다고 얼른 하라고 하더라. 원래는 부인이 개인간이 된 남편을 개장수에게 팔고 개고기가 되는 결말이었는데, 2화에서 다시 살렸다. 천재 개가 돼서 북한에 선물로 보내지고, 돌아와서 테러도 일으키는 모험담을 그렸다” 

- 전작에 비하면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는 차분하다
“자전적인 만화다. 개그 만화를 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내 이야기를 담는 것도 필요하다. 두가지 다 충족되는 게 가장 좋다. 이 책을 그린 것은, 어느 순간 한국 사람들이 외국 사람들을 잘 모르면서 미워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내가 아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처음에 떠올랐던 건 아르메니아인 L이었다. 아버지 세대고, 한국과 비슷한 식민지 역사를 갖고 있어서인지 마음이 갔다. 이렇게 떠오르는 사람들을 그리다 보니 점점 길이 보였다. 목적의식을 갖고 시작하지는 않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 프랑스 만화 시장 큰데, 웹툰은 어떤가
“프랑스에는 웹툰 거의 안 들어와 있다. 만화책이 대부분이다. 텍스트가 많아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답답해하는데, 오랫동안 보는 게 그들의 습관이다. 클래식한 만화책은 A4용지에 네칸씩, 48페이지 전후로 한권이 만들어진다. 한국은 빨리빨리 넘겨가며 100~200페이지 분량의 만화를 읽는다. 속도부터 다르다. 웹툰은 영화처럼 속도 붙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 프랑스인들은 만화를 ‘본다’기보다 시간을 들여서 ‘읽는’다” / 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