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서재’에 쏟아진 도서관계 말 말 말 “도서관정책 다룰 독립기관 만들라…비정규직 사서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대통령의 서재’에 쏟아진 도서관계 말 말 말 “도서관정책 다룰 독립기관 만들라…비정규직 사서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6.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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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비오는 휴일 오후, 서율(書律)밴드는 좋았다. 빗소리와 따로 놀지 않는 중간 톤의 보컬은 무대를 중심으로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고 기타 연주자는 노련하게 분위기를 유도해 청각과 시각을 서로 호응케 했다.

6월 25일 일요일, 광화문 1번가에 이용훈 차기 도서관협회 사무총장(도서평론가)의 스타카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통령의 서재 북콘서트 : 도서관인과 함께’ 행사의 개막을 알렸다.

80명이 넘는 참석자는 대부분 도서관 관계자들이다. 비를 가리는 천막이 하늘을 가렸고 일부 천막은 구멍이 나 있었고 일부는 이음새에 문제가 있는지 비가 샜다.

이 차기 총장이 “책을 좋아하는 대통령에게 우리의 제안을 들려주자. 우리 이야기를 아낌없이 이 자리에서 펼치자”고 말했고 이어진 이상복 차기 도서관협회 회장(대진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의 인사말이 당찼다. 이 차기회장은 “노무현 참여정부 때가 도서관 진흥을 위해 가장 노력했다. 그리고 지난 10년은 도서관 정책이 뒤로 밀려났다”며 “이제 문재인 정부 시대를 맞아 우리 사서들의 열망을 전달하자”고 큰 소리로 말했다. 언행이 파이팅이 넘쳤다.

이연옥 교수가 『한국 공공도서관 운동사』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북 콘서트의 주제로 삼은 책은 『한국 공동도서관 운동사』로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서관계에선 우리나라 도서관 문제를 제대로 짚은 역작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 이연옥 부산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전임연구원이 무대 중앙에 앉고 좌우에 패널 이용남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이권우 도서평론가가 앉았다.

저자 이 교수가 책 내용을 말했다. “2002년 출간됐다. 15년의 공백이 민망하다. 아직도 공공도서관이 제대로 뿌리내리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라며 “공공도서관은 한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만드는 공간”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미성향 인터넷 매체 기자의 미국 여행담을 들려주었다. 기자는 미국이 우리 세계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를 살피러 미국에 갔다가 공공도서관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자는 『한국이 미국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시민공동체가 만들어지는 현장이며 미국의 미래가 만들어지는 현장이라는 게 이 기자의 판단이었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제 책에서도 공공도서관의 노력이 어떻게 진행됐고 어떻게 좌절하고 성과를 냈는지 기록돼 있다. 공공도서관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5년 공백을 채워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지금은 공공도서관 서비스 등 질적 도약이 필요한 때다. 지역사회 독서진흥을 위해 지역주민을 독자로 하는 길위의 인문학 등이 그래서 중요하다”며 “다만, 독서문화 증진과 주민참여 확산이라는 연결고리를 어떻게 만들고 확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권우 평론가는 이 행사에 대해 “도서관이 이름을 빼앗겨 평생학습관으로 대체되고 있는 마당에 공공성이 강화된 공공도서관의 위상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사서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향 도서관에 가보니 노인들이 많았다. 노후 차원에서도 도서관의 유용성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평론가는 한 중소도시에선 도서관이 들어서면서 주변 아파트 값이 올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해 시사점을 던졌다.

행사가 열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새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을 말할 차례라고 한 이용훈 차기 사무총장의 발언이 있은 직후다.

이용남 명예교수= 두 가지를 제안하겠다. 첫째, 도서관정책추진제도에 대한 것으로 2007년 출범한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나름대로 5개년계획 등을 세워 노력했으나 범정부차원의 협조 부족 등의 이유로 한번도 대통령 대면보고도 못할 정도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기능과 권한을 갖춰야 하겠다.

(이날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한국도서관협회 제19대 대통령선거 도서관정책 제안서’ 팜플렛에는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독립행정기관인 '도서관청'으로 격상 개편하자고 했다. 1만여 공공도서관을 하나의 행정청으로 묶어 효과적인 대국민 서비스를 실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둘째, 개별 도서관이 양보다는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유능한 인력이 필요하다. 초중고 1만여 곳의 도서관을 보면, 정규 사서가 있는 곳은 불과 6%다. 비정규직 사서가 있는 곳이 50% 정도, 나머지는 방치된 상태다.  

이어 이 차기 사무총장이 '대통령 서재'에 들어갈 책 한 권씩 추천할 것을 청했다. 이연옥 교수는 『한국 공공도서관 운동사』와 국내 사서들의 북미지역 도서관 탐방 기록을 담은 『북미도서관에 끌리다』를 추천했다. 이용남 명예교수는 『도서관과 작업장』을, 이권우 평론가는 『맹자』를 각각 추천했다.

2부는 더욱 뜨거운 말들이 쏟아졌다.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점을 말하는 순서. 도서관인, 지성인답게 말은 온순했다. 그러나 칼집에서 칼이 나오듯 번득이는 지혜가 보였고 날카로운 지적이 잇따랐다.

김명선 서울교육청 강남도서관장= 이 자리에서 많은 얘기를 들었다.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자부심을 느낀다. 사서로서 요청하겠다.

먼저, 도서관이 미래지향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해달라. 공공도서관 대부분이 30년 넘어 낡았다. 둘째, 방대한 자료를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공동보존도서관을 지어달라. 많은 귀중한 자료들이 찾을 곳을 못찾아 버려지고 있다. 셋째, 정독도서관이 있는 북촌일대가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독도서관을 교육문화예술의 장이 될 수 있게 지원해달라.

이정수 서울도서관장= 지자체장이 도서관 발전 의지에 따라 도서관이 흥하고 쇠할 수 있는 게 지금 형편이다. 지역 따른 편차가 생기지 않도록 정책을 세워달라.

오세훈 광운대도서관 사서= 국가 R&D 총예산의 5%를 대학 도서관에 지원해달라. 재학생 1인당 자료구입비가 33만6천원이다. 미국의 3분의1이다. 그리고 대학도서관 진흥법을 시행령이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오히려 대학도서관 진흥의 독소조항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휴가철 대통령이 읽은 책이 널리 회자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독서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 도서관이 활성화된 고교의 학생들 수능 언어영역 성적이 그렇지 못한 학교 학생들보다 평균 8.43점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학교 도서관에 전담인력을 둘 수 있다'라는 조항을 '두어야 한다'는 강제조항으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 작은 도서관에 대한 정부지원은 전무하다. 전담인력으로 보통의 사서보다 지역밀착 활동가가 필요하다. 검토해달라.” 등이었다.

대통령 서재에 들어갈 책으로 추천된 책들은  『새의 감각』(쇠콘도르에 대한 얘기를 보라. 이 새 특성을 이용해 가스누출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새가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 문태준 시집 『먼곳』 / 『슈퍼 라이브러리』 /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산업화의 공간 재활용을 보여준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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