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메트로 북'] 『손잡고 허밍』"가족의 답답한 서사…그래도 그들은 돌파구 찾을 것"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메트로 북'] 『손잡고 허밍』"가족의 답답한 서사…그래도 그들은 돌파구 찾을 것"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6.23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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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북’은 이런 것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대신 책을! 지하철 승객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출퇴근길 독서를 권한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권할까. 독서신문은 이런 고민 끝에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기획물을 연재한다. 일명 ‘메트로 북’이다. 책 선정 기준은 우선 작고 가벼워야 한다. 그래야 핸드백에도 넣을 수 있어 갖고 다니기 좋고 지하철에서도 옆자리 승객에 불편을 안 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딱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가벼운 에세이, 유머가 있는 소설, 읽으면 위로가 되는 책 등이 좋다. 출판사와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바란다. <편집자>

『손잡고 허밍』
이정임 지음 │ 호밀밭 펴냄 │ 316쪽 │ 13000원 (135㎜×205㎜)



[독서신문] 작가 이정임은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나 자랐다. 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옷들이 꾸는 꿈」이 당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정임이 등단 10년만에 모두 9편의 작품을 담아 처음 낸 소설집이 바로 『손잡고 허밍』이다. 특히 책을 낸 부산지역 출판사 호밀밭은 “소설의 바다로 향하는 호밀밭출판사의 첫 번째 작품”이라며 기대를 보이는 가운데 “잃어버린 삶의 흔적을  새롭게 탐사하는 서사적 항해를 꿈꾼다”고 포부를 밝혔다. 말하자면 이정임 작가는 호밀밭출판사의 1회 초 첫 타자로 등장한 셈이다.

그러나  ‘서사적 항해’라는 출판사의 당찬 출사표에 이정임 작가가 얼마나 호응했는가는 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슬프고 메마른 현실 가족의 답답한 서사
“소설 속 인물들 그래도 버티며 돌파구 찾을 것”

작가 이정임.

그의 등단작 「옷들이 꾸는 꿈」을 보자. “감정 추억이 다 절단되고 삭제된 시간과 공간으로서, 감정이 메말라 있고 외부세계와 차단된 공간으로서의 세탁소에 등장하는 인물은 덩그러니 어떤 세계에 탁 내던져진 존재라는 생각이다.

세탁소라는 곳이 옷을 맡기고 떠나는 곳, 주인공의 어머니도 늘 나를 놔두고 도망가는 사람이었다. 분위기는 슬프고 메마르다. 낯선 현실, 답답하고 처참한 현실이 이질적으로 다가오고 내가 어떻게 살아도 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은 이질감”(최은순 작가 말)

다른 평론가는 이정임 작가의 특징으로 요즘 보기 드문 리얼리티를 꼽았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멀리서 포착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치밀하게 그리기도 하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박훈하 평론가) 박 평론가 설명이 이어진다. “공동체가 붕괴되고 난 뒤에 어떤 서사가 가능한지를 집요하게 질문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작가 이정임은 이에 대해 “제 소설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잘 모르겠다. 제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상황은 소설이 끝나도 계속 나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그래도, 그들이 옆 사람을 발견하지 않았나,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했다.

둘이 되고 셋이 되다보면 이 지옥을 견디고 버티기에 큰 힘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이 작가는 같이 버티다 보면 돌파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갖고 있다.

결말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 결론을 독자들에게 유도하지도 않는다. 독자가 현실과 타협할 수 있는 약간의 여지를 만들어 놓는다. 그런 장치로 쓸쓸함을 만들고 그 쓸쓸함은 약간의 고통을 수반하도록 한다. “작가는 실은 내가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박훈하 평론가).

그래서 평론가들은 이 소설을 ‘가족 서사’라는 품에 넣었다. 가족 서사는 출판사 말대로 서사 항해의 첫 고동을 울린 것이라고 봐야 할까. 이 작가의 서사 항해는 일단 출발했다. 응원을 하자. 갈채를 보내자. 10년만의 항해, 바다는 푸르다. 

다시 「옷들이 꾸는 꿈」으로 돌아가 보자. 이 소설에서 ‘나’만 꿈꾸는 게 아니다. 나만 어디론가 가고 싶은 게 아니다.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아빠가 떠나고, 내가 떠나면서 엄마는 천장에 걸린 저 많은 옷과 함께 가게에 걸려 시간을 견디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엄마도 나처럼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다. 어딘가로 나가거나, 돌아오는”<280쪽>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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