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숙 여사로 서울국제도서전이 웃었다
[칼럼] 김정숙 여사로 서울국제도서전이 웃었다
  • 독서신문
  • 승인 2017.06.22 10:06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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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드라마틱한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별다른 긴장감은 없었고 놀라움은 더욱 없었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등장 말이다.

예의 활달한 걸음걸이에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두어 차례 인파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게 다였다.

6월 14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개막식은 김정숙 여사 참석으로 행사장 사방에 건장한 남성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 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눈에 띈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막식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표정이 점차 환해지는 모습이었다.

문화행사에 영부인이 와 축사를 하고 테이프를 끊는 게 역대 정권에서 봐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고, 박근혜 정부에선 장차관도 눈에 띄지 않았기에 시민들은 목을 늘리면서 발돋움하면서 영부인의 얼굴을 보고자 했다. 아니,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는 게 맞는 말이다. 

옆에 서 있던 몇몇 아주머니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 이런 사진 찍어 봐”.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로 김정숙 여사를 찍으며 하는 말이다. 퍼스트레이디가 이처럼 가까이 온 것은 처음이라는 말과 다름없다. 여고생들도 한결같은 말이다. “빨리 찍어, 찍어”

김 여사의 움직임은 그러나 이전의 VIP급 인사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인 터키관을 찾았을 때 우선 달랐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삼촌을 둔 사진작가가 책을 냈고 그 책에 실린 사진을 수십점 벽에 걸었다. 기자들도 눈여겨보지 않을 정도로 다소 흔한 종류의 ‘전쟁 사진’ 정도였다. 그러나 김 여사는 그 작가를 붙들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역사성을 인정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10분 이상 터키관에 머물렀다.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았다는 의미로 역사를 보는 시각이 있음을 보여주었고 기록에 대한 존중이 묻어나는 분위기였다.

이어 정유정 작가가 있는 출판사 부스로 걸음을 옮겨 정 작가와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녀 경호원들이 겹겹이 둘러 싸 정작 작가와의 대화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발돋움하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연신 눌러대는 통에 김 여사 얼굴도 빼꼼히 볼 수밖에 없었다. 김 여사가 떠난 뒤 정 작가를 찾아 다짜고짜 여사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더냐, 물었다. 정 작가는 웃으며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기된 얼굴로 제 소설이 무섭대요, 한다.

영부인이 국제도서전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주빈국 부스를 방문하고 인기작가를 만나 작품 세계 얘기를 듣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것도 없고 신기할 것도 없건만, 왜 출판관련 기자들에겐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거리가 될까.

반가움마저 드는 건 어떤 연유일까. 김정숙 여사의 또 다른 매력을 보았고 어떤 희망과 미래를 본 것 때문이라면 답이 되겠다.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와,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건, 확연히 다른 말이다. 우리는 지금 후자를 원하고 그 일면을 보고 있기 때문에 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김 여사의 코엑스 행사장 순회하던 날, 국회에선 새 문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 정부와의 차별화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음을 그날 코엑스에서 보았다. 새 문체부 장관도 문인이기에 또 다른 차별화를 꾀하고 실천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낸다.

그날 출판협회 윤철호 회장은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17일 토요일 시인 장관 탄생을 축하라도 하듯, 창비에서 마련한 시 낭송회는 만원사례였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김정숙 여사가 분위기를 만들고 시인 장관이 상승시켰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관객도 예년의 몇 배에 이르는 등 이번 국제도서전은 이래저래 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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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솔 2017-06-22 18:06:07
너무 보기 좋습니다.
김정숙 여사님 이렇게 문화행사를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6-22 16:51:34
훈훈하네요 영부인여사님이 항상 밝고 힘차보이셔서 보는 저도 왠지 힘이 납니다 문화행사 여러곳에 신경써주셔서 감사하네요 좋은책이 많이 만들어지니 앞으로도 많이 읽어야겠어요

지나가던국민1 2017-06-22 15:45:42
영부인님께선 늘 웃고 계셔서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미미 2017-06-22 15:44:38
정말 보기 좋습니다. 도서전에 와서 독자와 도서구입자들, 출판업계 사람들 북돋아 주는 모습 자체가 독서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끔 하는 작은 초석을 마련하는 모습 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데이터 과학 시대에 걸맞는 지도자의 면모!

독알못ㅠ 2017-06-22 12:58:35
책을 열심히는 읽지만 편식습관때문에 주변에는 무심한 편이지만
김정숙여사님 기사를 통해 도서전이 있고 주변국의 도서나 문화를 함께 나눌수도 있겠다 싶어 궁금해져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사님께서 국민들사이에서 평범하고 조용히 다녀가셨다니 더 감사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현장에서 참석하신분들을 위한 배려같아 다시 감사드리고 싶어지네요
기사도 여사님의 밝고 활기넘치는 모습이 보이는것 같아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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