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은 성공했다… 자신감 얻은 출판계, 내년 더 풍성한 서울국제도서전 기약
‘변신’은 성공했다… 자신감 얻은 출판계, 내년 더 풍성한 서울국제도서전 기약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6.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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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맞춤 큐레이션 출판사와 특색 있는 서점들 참가해 독자 호기심 자극
2017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

[독서신문] 서울국제도서전의 ‘변신’은 ‘성공’이었다. 뛰어난 성과는 아니었을지라도, 여느 해보다 풍성하고 알찬 구성에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응답했고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주최 측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두배 많은 20만2297명이 올해 도서전을 다녀갔다. ‘변신’이라는 올해 슬로건에 걸맞게 공급자 중심이 아닌 독자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각계각층의 독자들과 소통한 덕분이었다. 

출판사도 국내 276개사, 국외 80개사가 참여해 역대 행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과거 도서전은 출판사들의 ‘창고 대방출’ 성격이 강했다면, 올해는 김훈, 황석영, 김탁환, 배수아 등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사인회를 열면서 독자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을 선물하고, 중소 출판사들은 개성을 확연히 드러내 보일 수 있도록 단 7종만의 책을 선정해 특색 있게 진열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도서전을 찾은 독자들도 ‘이 책 얼마예요?’라고 묻는 대신 ‘이런 책에 관심이 있는데 어떤 책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기 시작했다. 

『수인』 출간을 기념해 17일 문학동네 부스에서 사인회를 가진 황석영 작가

이처럼 책을 추천해주는 모습은 ‘서점의 시대’ 코너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과거에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면, 올해는 독립출판물, 디자인, 사진, 음악, 고양이, 그림책, 시, 카메라, 여행, 미스터리 등 남다른 큐레이션을 통해 최근 서점 창업 붐을 이끌고 있는 20개 독립서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강원도 속초에서 3대를 거치며 61년째 운영 중인 ‘동아서점’, 서울에서 유일하게 주인 없이 운영되는 ‘무인서점’, 신촌 기차역 부근에 자리 잡은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냥덕들의 아지트라 불리는 고양이 전문 서점 ‘슈뢰딩거’ 등 특색 있는 서점들의 등장에 독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책방 주인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각 서점에서 추천하는 5종의 특별한 책들은 빠르게 팔려 나갔고, 책갈피, 북커버 등 상품들이 품절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김정숙 여사가 개막일 출판사 부스를 돌며 저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인기작가 정유정(왼쪽 등 보이는 이)을 만나 작품 설명을 들으며 크게 웃고 있다.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것도 도서전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김정숙 여사는 14일 오전 개막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저는 책을 좋아하고, 또 많이 읽는다. 책 선물을 많이 받는 편인데 꼭 다 읽는다. 책을 준 사람과 그 책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송인서적 부도 사태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좋은 책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퍼져서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며 출판 산업을 향한 애정을 보여줬다. 

김 여사는 이후 도서전 행사장을 돌며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정유정 작가 등과 출판계 동향을 살폈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에 대해서는 “무섭다”는 표현을 했고, 은행나무에서 펴낸 『그래요 문재인』을 가리키며 “저 책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고 말해 웃음을 샀다. 지난달 청와대 초청 오찬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각각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황현산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선물했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게는 답례로 정유정 작가의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안나푸르나 종주기』를 선물했다. 

주빈국인 터키관 부스. 앙카라 학교 사진전이 열렸다

김 여사는 주빈국인 터키관 부스에 마련된 앙카라 학교 사진전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앙카라 학교는 한국전쟁 당시 터키 참전군인들이 전쟁고아를 위해 세운 학교로, 1966년까지 운영되며 700여명의 고아를 돌보고 전국에 50여개의 구호기관을 만들었다. 김 여사는 앙카라 학교의 현장을 담은 사진들이 쭉 진열된 모습을 보며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 

터키관에서는 사진전의 작품을 모아 놓은 책 『형제의 이야기, 앙카라 학교』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한국-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아 터키의 출판인 엠라 크사큐렉은 터키의 유명 저항 작가이자 조부인 네집 파즐 크사큐렉의 작품 100여권을 기증하기도 했다.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참가한 캐나다는 올해 건국 150주년을 기념하며 다양성과 포용, 원주민과의 화해, 환경 및 청소년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으로 2014년 TD 캐나다 문학상을 수상한 캐시 스틴슨 작가, 『파리잡기 대회』와 『7일간의 리셋』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청소년 소설 작가 실비아 맥니콜이 도서전을 찾아 한국 독자들을 만났다. 

매년 이탈리아의 문학 작품을 소개해 온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은 ‘이탈리아 만화’를 주제로 부스를 꾸미고, 잔 알폰소 파치노티, 페데리코 베르톨루치, 로베르토 레키오니 등 이탈리아 유명 작가 세명을 초청해 강연을 진행했다. 

필사 서점을 체험하는 한 시민

‘서점의 시대’, ‘책의 발견전’, ‘독서 클리닉’ 등 색다른 특별기획 전시 및 프로그램을 선보인 이번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 곳곳에는 다양한 부대시설도 마련됐다. 행사장 한가운데 자리한 ‘북티크’는 카페, 휴게, 북문화 프로그램이 결합된 라운지로 많은 이들이 쉬면서 맥주도 마시고 독서 시간을 가졌다. 

편리하고 새로운 형태의 읽기 경험을 제공하는 ‘짧은 문학 자판기’를 이용하려는 줄도 상당히 길었다. 문학 자판기의 버튼을 누르면 문학 작품의 일부가 영수증 종이에 찍혀 나오는 방식이었는데, 사람들은 무료한 시간 따뜻한 글귀를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 ‘독서 클리닉’ 텐트 근처의 필사서점에 앉아 평소 좋아하던 글귀를 적어보고 결과물을 전시해보는 코너도 눈길을 끌었다. 

한층 ‘다양해진’ 서울국제도서전이었다. 일방적으로 책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독자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짚어내 편리한 방식으로 책을 소비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복잡해진 사회에서 사람들은 책을 통해 위로받고 싶어 한다. 또, 넘쳐나는 책 중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분야별로 추천해 줄 것을 바란다. ‘독서 클리닉’이 위로이고, ‘서점의 시대’가 추천이었다. 성공적인 변신을 마친 서울국제도서전은 내년,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출판인들이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믿고 열심히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다들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는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의 말처럼 더욱 자신감 있고, 한층 발전한 도서전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 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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