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슈] 문재인 정부 경제, 이 책을 보면 보인다- 장하성 한국 자본주의Ⅱ 『왜 분노해야 하는가』
[북&이슈] 문재인 정부 경제, 이 책을 보면 보인다- 장하성 한국 자본주의Ⅱ 『왜 분노해야 하는가』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6.1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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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분노해야 하는가』
장하성 지음 │ 헤이북스 펴냄 │ 467쪽 │ 22,000원

[독서신문] 이 책은 2015년 12월에 출간돼 2016년 7월까지 17쇄를 기록했다. 저자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현재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발탁,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중요한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장 정책실장은 이 책을 통해 한국적 불평등의 원인을 선진국에서 논의되는  ‘재분배’ 등에 있지 않고 ‘소득 불평등’이라고 적시하면서 그 배경을 재벌로 확실히 지목했다. ‘재벌 저격수’ 등으로 불려온 장 실장의 이 책을 보면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점칠 수도 있겠다. 다음은 주요 내용 발췌 요약이다. <편집자>

한국 경제의 ‘한강의 기적’은 고도성장과 함께 공평한 분배라는 두가지 기적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가까이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불평등 악화라는 두가지 재앙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나라가 성장했으니 나라 전체 부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왜 나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가에 대해서 국민이 의문을 갖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쉽게도 불평등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혁명적인 변화가 없이는 바로잡기 어려울 정도로 구조화된 이제야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된 것이다.

필자는 선진국이 아니라 ‘한국’의 불평등에 대한 의문과 답을 찾으려 한다며 세가지 질문을 한다. 첫째, 한국은 왜 불평등해졌는가? 둘째, 불평등을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가? 셋째, 지금의 불평등한 한국을 누가 바꿀 수 있는가이다.

저성장과 불평등 악화 한국 경제, 나락으로 

‘버는 것’의 격차가 ‘불평등’의 직접 원인
재벌이 그 원인 제공자

고달픈 청년 응원하자
그들에게 희망을 주자
그들에게 미래 맡기자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면 누가 지금의 불평등을 만들었는가 라는 책임소재와 원인 제공자를 밝혀야 한다. 두번째 질문의 답도 같은 맥락이다.

세번째 질문이 특히 중요하다. 한국의 불평등한 상황이 다음 세대인 청년세대에게서 희망을 뺏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현실을 누가 만들었는지를 제대로 밝혀야 청년세대에게 희망의 미래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 왜 불평등해졌는가= 보통 ‘불평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빈부격차를 연상한다. 즉 ‘가진 것’의 차이로 본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 삶의 질은 ‘가진 것’보다 ‘버는 것’이 결정한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재산격차가 아니라 임금격차가 만들어낸 것이다. 불평등 원인 규명과 대안 마련은 그래서 소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임금격차가 소득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면 임금 격차는 왜 생겨난 것일까. 이유는 고용 불평등과 기업 간 불평등이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이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는 절대 원인인 것이다.

고용 불안정과 낮은 임금이라는 두 가지 부당함을 감수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부 통계로는 노동자 세명 중 한명, 그리고 노동계 통계로는 노동자 두명 중 한명이다.

이러한 고용구조 때문에 한국은 같은 직장에서 1년 미만 근무하는 노동자가 세명 중 한명일 정도로 고용 불안정이 OECD 국가 중 최악이다. 불평등한 고용구조가 한국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며 이러한 구조를 만든 장본인은 대기업이다.

한국에는 약 50만개의 기업이 있다. 재벌 그룹에 속하는 100대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4%에 불과한 반면 중소기업은 72%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순이익이다. 재벌 100대 기업은 한국 모든 기업의 순이익 60%를 차지한 반면 중소기업은 35%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구조 정점에 있는 초대기업이 고용을 만들어내지 않으면서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다수의 고용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정상적인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간신히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재산소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노동소득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고용 불평등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의 불균형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이자나 배당과 같이 자본이 소득을 만들어내는 재산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존의 논의들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재분배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불평등한 구조는 재분배만으로 교정할 수 있는 범주를 이미 넘어선 정도로 심각하고 구조화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재분배 이전에 원천적 분배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것이 보다 더 시급하고 근본적인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사회복지 지출을 가파르게 늘려 왔다. 이렇게 지출을 빠르게 늘려 왔지만 재분배를 통해서 불평등을 완화하는 속도가 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이유는 원천적인 분배의 불평등이 악화되는 속도가 더더욱 빨랐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재분배 정책만으로 지금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은 턱없이 역부족하며 사회복지 지출을 계속해서 더 빠르게 늘려간다고 해도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원천적 분배, 즉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을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국민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성장의 성과가 임금으로 분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총소득 중에서 가계로 분배된 몫이 지난 20년 동안 크게 줄었다.

그러면 누가 성장의 성과를 차지한 것인가? 고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보다는 압도적으로 많은 몫을 기업이 가져갔다.

정확하게는 대기업이 가져갔다. 경제성장의 결과로 대기업은 부자가 되고 절대다수의 국민들과 중소기업은 경제성장의 혜택에서 제외된 것이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국민과 중소기업은 패자가 됐고 대기업이 승자가 됐다.

■ 누가 바꿀 수 있는가= 한국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수많은 ‘자랑스런’ 재벌 대기업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동시에 그들은 한국 불평등을 만든 원인 제공자이다.

재벌은 경제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을 넘어서는 한국 사회 전반에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한 그들의 힘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만들었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만들었다. 경제성장의 성과 중에 국민에게 분재하는 몫을 줄이고 그들이 가져가는 몫을 늘렸기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된 것이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더 잘되었고, 자식 세대들에게 자신들이 누리지 못한 풍요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세대를 물린 선순환 구조가 깨져버리고 말았다.

한국의 모든 부모가 자식을 자신보다 더 잘되게 하려고 온갖 노력과 희생을 했는데도 자식 세대가 꿈을 꾸지 않은 절망에 이르렀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모순이고 비극이다. 한국이 어쩌다가 이렇데 되었는가? 불평등을 만든 직접적인 책임은 재벌 대기업에 있다.

이제 미래는 기성세대의 것이 아니다. 청년 세대 것이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청년 세대에게 오히려 그들을 경쟁으로 몰아넣고 비정규직, 저임금 그리고 실업의 굴레를 씌워주고 있다.

재벌 대기업에게 함께 잘 사는 보다 평등한 한국으로 만드는 기적을 바랄 수 없고 기성세대에게 세상을 바꿀 것도 기대할 수 없다면 누가 한국을 바꿀 것인가? 바로 미래의 주인이 바꿔야 한다.

20대와 30대로 정의한 청년세대 또는 젊은 세대만이 지금의 한국을 바꿀 수 있다. 이 답이 이 책을 쓴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불평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이 함께 분노하고, 기성세대가 세상을 바꾸려는 청년세대에게 응원을 보낸다면 한국은 정의로운 사회라는 또 한 번의 새로운 기적을 만들 수 있다. /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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