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book 조리book-『박이문의 서재』] 인문학 대부의 진리 찾아가는 독서와 사유의 평생
[요리book 조리book-『박이문의 서재』] 인문학 대부의 진리 찾아가는 독서와 사유의 평생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6.09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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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문의 서재-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박이문 지음 │ 미다스북스 펴냄 │ 348쪽 │ 13,000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한국인문학의 대부, ‘진리’와의 분투를 멈추었다. ‘지성의 참모총장’을 꿈꾸던 시인이자 철학자. 문학과 철학, 사랑과 지혜, 삶과 죽음 등의 주제를 일생에 걸쳐 응축하여 ‘둥지의 철학’으로 체계화 한 업적을 남겼다.

모두 한 사람의 죽음을 기리는 세개의 신문기사다. 바로 박이문 선생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박이문이 누구인가.

본명 박인희. 1930년 충남 아산 시골 마을의 유학자 집안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 대학원 석사논문을 불어로 쓸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이화여대 교수로 발탁됐지만 안정된 교수 직업을 버리고 프랑스로 유학,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철학박사학위도 받는다.

그는 인문학을 향한 구도자 같은 길을 걸었고 포항공대 서울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시를 쓰고 창작활동을 일생 동안 지속한 인문학자로서 아름답고 위대한 ‘사유의 둥지’를 만들었다. 2017년 3월 26일 타계.

최근 5권짜리 『박이문 인문 에세이 특별판』이 나왔다. 박이문의 인문학 세계와 사유와 진리탐구의 노정을 엿볼 수 있다. 독서신문은 이 가운데 특히 독서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한 『박이문의 서재-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를 소개한다.

이 책은 2008년 출간된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의 전면 개정판이다. 다음은 책 주요 내용 발췌.

박이문 선생

* 독서는 외연적으로는 독자를 갇혀 있던 세계에서 해방해 열린 세계로 인도하고, 내면적으로는 그를 표류하며 안주하고 있던 삶의 수면에서 깨워 황홀한 심연의 세계에 눈뜨도록 도와준다. 독서는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는 도정이자, 보다 인간다운 삶의 필수 양식이다.

* 어린 사르트르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젊은 어머니를 따라 외가에 가서 살게 된다. 할아버지의 서재에 파묻혀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책벌레가 됐다, 그가 성장하면서 세계적인 철학자가 되고 작가가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 사다리를 써야 손이 닿을 만큼 높은 책장으로 꽉 찬 사방 벽에 둘러싸여 역시 책이 가득 쌓인 널찍한 책상에 불을 켜고 앉아 있는 앙드레 지드의 사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시하고 속된 세계와는 엄청나게 다른 세계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는 것과 마찬가지며, 한 권의 책을 이해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세계를 갖는 것이다. 책은 많이 읽을수록 우리들의 세계를 넓고 풍요롭게 하고, 잘 이해하면 할수록 우리들의 세계를 투명하게 한다.

* 하나의 책은 인간에 대한, 사회에 대한, 역사에 대한 그리고 자연에 대한 비밀을 알려준다. 책을 통해서 우리들은 이제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삶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잘 선택된 훌륭한 책들은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깊은 감동, 상쾌함을 다른 곳에서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늦은 겨울밤, 불을 켜놓고 책상머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인생의 깊이와 가치를 경험하는 듯 보인다.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 정원의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편안한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독서에 몰두하는 여인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밝고 아름답다. 책방에 서서 이것저것 뒤지기에 바쁜 젊은이의 모습은 든든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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