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첫 문장의 힘, 알고 나니 더욱 강렬하다
[리뷰] 첫 문장의 힘, 알고 나니 더욱 강렬하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6.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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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소설가는 첫 문장을 쓰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독자는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밤잠을 설친다’

엮은이 김규회가 수많은 소설을 읽다 보니 든 생각이다. 우리는 첫 문장을 통해 작가와 처음 대면하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시작을 마주한다. 그리고는 첫 문장에 이끌려 밤잠을 설치며 소설을 끝까지 읽어 내려가기도 한다. 

첫 문장은 책의 흐름을 좌우하는, 소설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장 중 하나다. 장편에서는 도중에 끊어질 수도 있는 독자의 눈길을 끝까지 이어주는 감흥의 끈이고, 단편에서는 눈길을 떼지 않고 단숨에 끝까지 읽게 하는 흥미의 끈이다. 그만큼 명작의 첫 문장은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은 ‘명문’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첫 문장에는 작가의 개성과 심오한 문학세계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사진제공=끌리는책>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피는 숨에 저녁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 싶었다” ‘꽃이 피었다’로 쓸지 ‘꽃은 피었다’로 쓸지 며칠을 고심한 작가는 ‘이’는 사실을, ‘은’은 의견을 가리킨다면서 ‘이’를 택했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은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2004년 9월 12일 새벽은 내가 아버지 편에 서 있었던 마지막 시간이었다”라는 첫 문장을 통해 미스터리한 소설의 분위기와 작가 특유의 문체를 보여준다. 그리고 앞으로 살인 사건의 전말을 들려줄 것을 암시하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토록 매력적인 소설 속 첫 문장들이 책에 가득 실려 있다. 138명의 소설가, 460여편 한국 소설의 첫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대표작과 더불어 다른 작품들의 첫 문장도 실려 있으며,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작들의 첫 문장도 소개된다. 『한국인이 사랑한 세계 명작의 첫 문장』도 출간 예정이다.

『우리가 사랑한 한국 소설의 첫 문장』       
김규회(엮음) 지음 | 끌리는책 펴냄 | 280쪽 | 14,8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5호 (2017년 6월 12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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