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맥주가 있는 책 공간, ‘심야치유서점’ 북바이북
[책 읽는 대한민국] 맥주가 있는 책 공간, ‘심야치유서점’ 북바이북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6.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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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점에 새둥지 튼 ‘술 먹는 책방’, 첫 작가번개로 하지현 작가 나서
북바이북 판교점 외관 <사진=이태구 기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맥주 한잔, 커피 한잔과 함께 책 한권 읽는 책방 ‘북바이북’. 5월 22일 판교점에서 첫 작가번개가 열리는 날. 강연 시작 한시간 전인 저녁 6시 30분, 그곳을 찾았다. 판교 테크노벨리 단지 근처라 차들이 많이 다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 속에 북바이북은 고요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오픈한지 며칠 되지 않았다고는 해도 유독 깨끗하다. 판교점 주인장을 맡게 되며 상암에서 판교로 집을 옮겼다는 김진양 대표에게 이렇게 인테리어 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북바이북 판교점 주인장 김진양 대표

“상암점에 와 보셨나요?” “아직 못 가봤어요” “상암점의 마스코트는 책장이라 할 정도로 감각적인 디자인의 책장이 손님들 눈길을 끌고 있어요. 의도했던 바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판교점에서는 오로지 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책에 먼저 눈길이 갈 수 있도록 심플하게 디자인해봤어요. ‘어쩌다가게’를 건축하신 대표님이 꾸며주셨어요” 김진양 대표의 설명처럼 북바이북 판교점은 책장보다 책방 안에 어떤 책들이 들어와 있는지 눈여겨보게 된다. 

북바이북은 4년 전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던 김진아·김진양 자매가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불황이라는 서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김진양 대표가 직접 쓴 책 『술 먹는 책방』을 보면 그는 ‘심야식당’의 매력적인 음식점 주인처럼 북바이북을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멋있는 책방 주인장을 꿈꿨다. 워낙 천성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사람들의 말문을 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끄집어내 글로 그들의 삶을 표현하는 기자나 인터뷰어라는 직업을 좋아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꿈을 일부 실현해 자랑스럽게 북바이북 판교점의 주인장을 맡고 있다.

북바이북은 국내 최초로 술 먹는 책방 콘셉트를 차용해, 맥주와 책을 한 공간에 놓고 독특한 재미를 추구했다. 실제로 손님들은 생맥주와 책이 함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하면서 사진을 찍었고, 책을 좋아하는 혹은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맥주도 마실 수 있는 북바이북을 찾았다. 

북바이북에서 맥주는 책을, 독서를, 책이 있는 공간을 더욱 친근하게 만들어 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굳이 진지하지 않아도, 심각하지 않아도 책을 가까이할 수 있고, 책이 있어 편안한 공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맥주였다. 이러한 맥주의 힘을 알게 돼 지금은 더치맥주, 그린라이트 보드카, 아메리카노, 수제 팥양갱, 수제 브라우니, 쌩라면 등을 함께 팔고 있다. 그리고 북바이북을 찾은 손님들은 음료와 함께 맛있는 주전부리를 먹으며 책도 읽고 강연도 들으며 좋은 시간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작가번개가 끝난 뒤 사인회를 가진 하지현 작가

강연 30분 전. 오늘의 강연자인 하지현 작가가 북바이북에 도착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그는 최근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를 출간하고 세상이라는 큰 파도에 자신의 삶이 휩쓸려 갈 것 같다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 그는 2015년 1월 북바이북 상암점에서 첫 작가번개가 열릴 때 강연자로 참석해 ‘심야치유서점’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인연으로 판교점 첫 강연자 역할을 흔쾌히 수락한 것이다. 

책방 안에 강연자가 따로 기다릴 공간이 없는 탓도 있겠지만, 그는 손님들과 한데 어우러져 진열된 책들을 구경했다. 유독 손길이 가는 책 앞에서는 꽤 오랜 시간 머무르기도 했다. 기자는 주인장의 꼬리표(추천사)가 달린 책들을 훑어본 뒤 맥주를 한잔 시켜 자리에 앉았다. 20~30명 되는 손님들이 하나둘씩 착석하자 강연이 시작됐다. 김진양 대표와 박준희 매니저도 손님들과 함께 앉아 강연에 빠져들었다.

강연은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에서 그가 한 말 중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발췌해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현대인들의 마음은 지금 ‘방전’된 상태예요. 에너지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평소에는 에너지 70을 쓰는데, 90을 쓰고 150을 쓸 때가 있어요. 그건 불안한 것이에요. 150을 계속 쓰면 어떻게 될까요. 지치겠죠. 그래서 혼자 하는 행동들이 생겨나요. 새로운 시도를 안 하고, 혼자 생활하고.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실수할 것 같으니까 판을 안 벌이는 거죠. 우울의 증세이기도 합니다” 

하 작가는 독자들의 마음을 다 아는 듯 자연스럽게 강연을 이어갔다. “마음속에서는 진자운동이 일어나요. 한쪽은 엄청 개인적이고 싶은데 다른 한쪽은 외로워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죠. 두가지 마음 모두 나예요. 개인주의자인 것 같다가도 어울리는 게 재밌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참 중요해요. 우리 안에는 ‘타고난 면’들이 많거든요. 그 면들을 파악해서 흐름에 맞게 순방향적인 삶을 살아가세요. 결의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참 힘들거든요” 

또 그는 한 독자가 익명으로 보낸 사연에 성심껏 답해줬다. “사람들에게 친절한 편이에요. 때로는 선을 긋기도 하죠. 그럴 때 서운하다는 피드백을 받곤 하는데 이 거리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요?” “사람마다 최적의 거리라는 게 있어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존댓말을 쓰고, 명함을 주고받자마자 말 놓고 친해지는 사이도 있고요. 소통, 관계 맺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선을 먼저 제시할 줄 알아요. 친절하게 잘 해주다가도 어떨 때는 ‘여기까지’라는 선을 그을 줄 알죠. 물론 저도 잘 못 하지만요 (웃음)” 

‘심야식당’ 같은 분위기를 추구하는 북바이북의 첫 강연자답게 하지현 작가는 독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줬다. 강연을 듣는 내내 독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유머러스한 그의 멘트에 웃음을 터뜨렸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작은 사인회를 열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이었다.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5호 (2017년 6월 12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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