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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김혜식의 인생무대] ‘예의’의 다른 말은 ‘품격’이다
김혜식 <수필가/전 청주드림작은도서관장>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인간은 보고, 듣고, 느끼는 세 가지 감각 중에 좀 더 자신이 선호하는 감각은 청소년기에 형성된다고 한다. 나의 경우 이 세 가지 감각이 골고루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유년기인 듯하다.

이 감각이 나의 의식에 자리하기까진 외할머니의 교육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린 날 외가에 가면 할머니는 내가 저지레를 하여도 꾸중을 하지 않고 인자한 표정으로 오히려 그 일이 왜 벌어졌는지 자세히 말해보라며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곤 하였다.

할머니의 물음에 나의 잘못을 소상히 말씀 드리면 할머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 네가 한 일에 대하여 말을 잘했다. 그래서 네가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됐구나. 괜찮다. 나중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해라” 라며 타이르곤 하였다.

며칠 전 요즘 보기 드문 일을 목격한 일이 있다. 신록이 눈부신 아파트 정원에서 마주친 어느 젊은 여성의 언행이 그것이다. 마침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아파트 헬스장을 가는 길이었다. 정원을 가로질러 갈 즈음 어디선가 “까르르! 까르르! ” 하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정원 가득 울려 퍼졌다.

그 웃음소리는 정원에서 우짖는 새소리보다 더 맑고 청아하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노라니 삼십대 후반의 젊은 여인이 대 여섯 살의 어린이와 함께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이 저 만치 보인다. 아이는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아이의 손을 잡고 이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그 모습이 왠지 보기 좋아 나도 모르게 그네들 앞에 발길을 멈추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 여인은 대뜸,“아주머니 안녕 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네 온다. 그리곤 자신의 딸에게도 “인사 드려라!” 하지 않는가. 그러자 어린아이는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두 손을 모아 공손히 배꼽 인사를 한다. 나는 엉겁결에 “ 네. 안녕 하세요?” 라고 답을 하였다.

그리곤 아이에게도 “귀엽구나. 몇 살이니?” 라고 말을 걸었다. 그들과 헤어져 헬스장을 향해 가면서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려 애썼지만 전혀 모르는 낯선 여인이었다.
 
논어의 맨 마지막 문장 삼부지(三不知)에는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알지 못하면 세상에 당당히 설 수 없으며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라고 하였다. 예의는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일이다. 예의는 사람답게 사는 도리이기도 하다. 이 도리를 못 지키면 떳떳하지 못하다.
짐승은 예의를 모르지 않는가. 평소 예의를 깍듯이 지키는 사람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기품마저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사이 예의에 둔감해졌다. 예의 지키는 일이 번거롭고 불편하다고 느끼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요즘은 “예의 운운” 하면 고지식하고 구태의연하여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치부 받기 십상이다. 나또한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일이 몸에 배어서인지 주위로부터 고지식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가 결코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얼렁뚱땅 남의 눈을 가리며 사는 삶 보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삶이 얼마나 편안한 삶인가는 그것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은 잘 안다. 인간이 저지르는 허물들이 실은 원칙과 기본을 저버리고 예의를 지키지 않을 때 다반사 아니던가.

일상에서 “고맙다. 미안하다. 감사하다” 이 말을 적절히 사용하는 사람에겐 호감이 가기 마련이고 이런 사람은 무엇으로든 성공한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의 성공 요인의 15%는 지식과 기술에 기인하지만 나머지 85%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데서 비롯된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있다. 이럴 때도 예의는 필수요건이다.

예의는 인간관계를 원만히 이루게 하는 윤활유이다. 매사 예의를 잘 지키는 매너 좋은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의바르고 가슴이 따뜻한 언행이야말로 각박한 세상을 정화시키는 힘이다.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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