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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스-문래동] 망치 소리는 멜로디처럼… 낯선 골목은 따뜻한 밤길
카페 ‘올드 문래’ 내부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작업실은 아주 사적인 공간이고, 문래동은 그러한 사적인 공간들의 모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문래동을 계속 찾는다는 것은 문래동이 단순한 사적 공간의 집합을 넘어 외부로 무언가 새로운 선을 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개인 공간을 넘어서 자신이 발 딛고 선, 자신의 동네를 작업하는 예술가들의 활동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게 문래동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도시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다” 

문래동을 상징하는 망치 의자

권범철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의 문래동 소개 글이다. 영등포구가 서울에 편입되기 이전부터 오래된 공업지역이었던 문래동.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소식에 찾아갔지만, 여전히 철공소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쇳소리와 정리되지 않은 골목들이 주는 인상이 강렬했다. 

그만큼 골목을 걷다 우연히 보물 같은 공간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도 있었다. “이번에 내릴 곳은 문래역 7번 출구 / 조금은 낯선 골목들을 지나고 / 줄지어 있는 철공소에 놀라지 말고 / 이름 모를 골목길 속을 사랑스런 그대와 함께해 / 기분 좋은 바람도 함께 불어오는 밤 / 왠지 그대와 함께 걷고 있으면 / 낡은 기계 소리도 멜로디가 되어 / 차가운 철꽃도 따뜻한 향기를 내고 / 이 밤 그대와 함께 발걸음을 맞춰 노래해” ‘자전거 탄 풍경’의 보컬 김형섭이 발표한 싱글 ‘문래동’ 가사처럼 따뜻한 공간들이 많았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목조건물을 수리해 낮에는 카페, 저녁에는 수제맥주펍으로 운영되고 있는 ‘올드 문래’가 문래동의 느낌을 가장 잘 담고 있다. 카페 외부에는 망치, 니퍼, 드라이버들이 걸려 있어 철공소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맞은편 벽면에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고 어우러지는 문래동을 표현한 조형물이라는 설명이다. 또 한쪽 벽면에는 은은한 조명 아래 문래동의 풍경을 오랜 기간 사진기에 담아온 송기연 작가의 작품들이 걸려있다. 문래동의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2014년 문래동에 자리 잡은 플라워 커뮤니티 ‘라이드앤타이드’는 꽃집이다 보니 문래동과는 안 어울릴 법도 한데 어느새 3년째 굳건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이정주 대표는 4학년 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꽃꽂이를 배웠고, 사회에 나와 기획 일을 하면서 꽃을 가지고 기획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렇게 라이드앤타이드가 생겨났고, 지금은 자전거를 타고 나가 사람들과 꽃 관련 워크숍을 진행한다. 아메리카노 컵을 재활용해 꽃꽂이하는 등 업사이클링 개념을 전파하고 있다. 그는 문래동이 도시와는 달라서 정감이 간다고 한다. 처음에 왔을 때는 문래동 예술가 중 어린 축에 속해 낯설기도 했지만, 지금은 주변 대안공간 작가들과 교류도 많이 하고 이웃들과 인사도 나누며 따뜻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책방 ‘청색종이’ 내부

종이에 물드는 시간
김태형 시인 책방 ‘청색종이’

문래동의 또다른 골목에는 김태형 시인이 운영 중인 책방 ‘청색종이’가 있다. 2016년 1월 문을 열어 2년차에 접어들었고, 조만간 문래 2가로 확장 이전할 생각이다. 시를 접할 수 있는 공간, 책을 읽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마당과 옥상까지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책방에서 시인과 마주앉았다. 

- ‘청색종이’ 이름이 예쁘다. 무슨 뜻인가

“정해진 뜻은 없다. 청색 자체를 다양하게 해석한다. 우울한 색, 시원하고 맑은 색, 신비로운 색, 젊음의 색, 아픔과 비밀의 색 등 느낌에 따라 다르다. 종이라는 매체에 젊음, 아픔, 자기만의 기록을 담는다는 뜻도 있다. 멋들어진 외국어보다는 순우리말로 이름 짓는 게 유행타지 않을 것 같아 지었다. 이름 잊히지 않는다고 많이들 한다. 출판사 이름도 ‘청색종이’로 지어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김태형 시인

- 문래동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나

“중학교 때까지 신길동에서 자랐다. 문래동의 풍경이 신길동과 많이 닮아 좋았다. 다양한 곳이 어우러진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부담감도 덜하다. 다만 골목 구석에 숨어 있다 보니 찾아오기는 힘들다. 꼬마들이 지나가면서 ‘여기는 다 숨은 가게야’라고 하는 것도 들었다. 시도 한 걸음 더 들어가야 이해되는 것이지 않나. 책방 ‘청색종이’도 비슷한 느낌이다” 

- 인문독회·책방모임·목요詩회 등 다양한 인문강좌도 열고 있다

“월요일에는 이성혁 문학평론가와 인문학 스터디, 화요일에는 구선아 책방연희 대표와 독서모임, 목요일에는 직접 시 읽기 모임을 진행 중이다. 원래는 시 창작 수업을 했는데 시 읽기가 낫겠더라. 시를 이해할 수 있어야 쓸 수도 있지 않나. 시는 이렇게 쓰여 지는구나. 시를 읽으며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 책방 열풍은 어떻게 생각하나

“책을 소개하고 접하는 공간이 많아지는 건 좋다. 초기 비용이 크지 않아서 젊은 창업자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쉽게 문을 여는 만큼 쉽게 닫는다. 다수가 그렇게 하면 책방을 바라보는 대중들 인식도 안 좋아진다. 또, 책방 본연의 정체성이 약해지는 것 같다. 차를 팔고 공연을 하며 복합공간으로 바뀌어간다. 주객전도다. 이 현상이 길어지면 책은 뒷전이 된다”

/ 사진=이태구 기자

이정윤 기자  jylee939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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