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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 『딴 생각』 낸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장관 "소통이 만사…직장 행복은 서로 '힘빼기'에서 나와"

『딴 생각』       
홍석우 지음  | 휘즈북스 펴냄  | 245쪽  | 15,000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직장에 출근하면 매일매일이 즐거운 사람, 동료들을 보며 같이 웃고 하루를 보내는 게 그렇게 좋았다나. 윗사람이 돼서는 ‘이 친구들을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어떻게 해야 저 친구가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웃으면서 일하고 상사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래서 농담 한 번 던져보고, 그래서 분위기 좋아지면 나도 좋아지고…. 그는 일찌감치 방법을 찾았다. 소통이었다. 고위 공무원으로서, 청장으로서, 장관으로서 인사권자 또는 윗사람이기에 앞서 함께 어깨동무할 수 있는 사람,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 다만 좀 큰 의자에 앉는다는 게 달랐을 뿐이다.

누구나 이런 사람 한 번쯤 가까이 하고 싶을 것 같다. 소통하는 사람은 일단 편하지 않은가. 다만, 잠깐이었지만, 키가 커서 키 작은 기자가 쳐다보고 말하는 게 좀 불편했다면 불편했다.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장관. KOTRA 사장, 중소기업청장 등을 거쳤다. 행시 23회다. 춘천에서 어린시절 수재 소리를 들어 경기중·고를 나와 4수 끝에 서울대에 들어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그 시절 재수도 아니고 4수는, 수재 출신이라는 부끄러움과 부모님 기대에 못미친 죄스러움, 그리고 대학 다니는 동기를 볼 때마다의 고통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그 4수가 홍석우를 공직자의 길로 이끌었고 무엇보다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소통의 문턱으로 인도했다.

홍 전 장관은, 2012년 장관 시절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 해결 사건을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 꼽았다.

그가 책을 냈다. 『딴 생각』이다. 홍 전 장관은 컨설팅사 AT커니코리아의 상임고문으로 있다. 아셈타워 40층에서 만났다. 한강 긴 줄기가 은빛 잔물결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게 창 밖으로 보였다. 전망이 대한민국 최고다.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그는 “우리가 왜 삽니까. 행복을 위해서죠. 우선 직장에서부터 행복을 느껴야죠”  그러면서 홍 전 장관의 키워드 ‘소통’을 강조한다. 기분 좋게 하기 위한 수단이 소통이고 소통이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서로의 목표에 힘을 합쳐 노력하게 되고 결과물 또한 좋다는 게 홍 전 장관의 지론이다. 지론은 책에서 배운 게 아니라 터득한 것이다. 장관 당시의 일을 들려준다.

가운데 뛰어오른 이가 저자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장관. 뒤에 있는 벤치에서 뛰어 남들보다 높이 올랐다고 한다. 제자리에서 저렇게 뛰었다가는 무릎 다친다고 했다.

“제 밑에 1급(실장)이 9명 있었어요. 그들에게 ‘저는 지금 여러분들만 믿습니다. 여러분이 해오는 게 답이에요’라고 하면 부담은 갖겠지만 열심히 해요” 즉 하나하나 간섭하지 말고 큰 줄거리만 맡기면 알아서 한다는 설명이다. 소통의 1단계를 들은 느낌이다.

이어지는 설명이 진짜다. ‘다 했어? 가져와 봐!’라는 말을 참으라는 것. 대부분 여기서 무너진다. 이 말을 하느냐 참느냐가 소통의 경계를 가른다. 이 역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대목처럼 느껴졌다.

소통은 자신을 낮추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윗사람일수록 더욱 자세를 낮춰야 한다. 윗사람은 조직의 무거운 짐을 지었으니 그 무게 때문에 허리를 더욱 숙여야 한다는 말도 들려준다. 이 짐을 기꺼이 자신의 것으로 알고 짊어지는 사람만이 허리를 숙이고 목에 힘주지 않고 아래직원들과 어울릴 수 있다. 그래서 책 『딴 생각』의 내용도 ‘힘’을 뺐다.
 
하루는 공직에 있는 후배가 찾아왔다. ‘요즘 공무원 너무 힘들어요. 피곤하고요. 이럴 때 책 하나 써주세요. 늘 하시던 말씀 있잖아요’라고 했다. 후배가 간 다음 차일피일 미루던 책쓰기를 본격 시작했다. 공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얘기, 젊은이들이 참고했으면 하는 얘기를 모으고 정리했다. ‘읽는 책’을 만들자고 작정했다.

‘제가 참 책을 안 읽는데요. 장관님이 보내주셔서 읽기 시작했어요. 마지막 페이지 이제 막 덮었어요’ 라는 내용의 문자를 20여통 받았다. 홍 전 장관이 나가는 한 부부동반 모임에서 어떤 부인이 ‘책 끝까지 잘 읽었다. 한 권은 큰딸 내외에게, 한 권은 작은 딸 내외에게 주겠다. 이 책을 멘토 삼아 잘 살면 좋겠다는 뜻으로 주려고 한다’ 라는 말을 듣고 홍 전 장관은 감동했다.

저자의 핸드폰 주소록. 주위에 사랑스런 사람, 든든하고 믿음직한 사람, 착한 사람, 그리고 싱글벙글 웃어주는 사람이 많아져 기분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멘토가 되고 자식들에게 주겠다는 사람까지 생겼으니, 책 낸 게 절반은 성공한 것 아닐까요” 홍 전 장관이 크게 웃는다. 『딴 생각』 책은 홍 전 장관이 공직에 있으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 그리고 일상생활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묶었다. 그래서 읽기 편하고 무겁지 않아 단숨에 읽힌다.
 
홍 전 장관이 꼽는 공직자 생활 중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는 2012년 장관 시절,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 해결 사건이다.

『딴 생각』 179쪽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만 그는 “그때 진짜 어려웠거든요. 고리 주민들이 뭘 던지기도 하고, 겁도 났죠. 직원들에게는 주민 설득하라고 단단히 이르고, 저는 저대로 할 일 하고, 대통령은 잘 돼가냐고 물으시고…잘 안되면 장관직을 내놓아야 할 지경이었죠”

사건은 이렇게 일어났다. 2012년 유례없는 무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봄철 정기 점검 중 고리1호기의 전원이 차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12분만에 복구됐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한 달 뒤 이 사실이 알려지고 원전가동은 중단됐다. 주민들은 격앙했다.

그래서 홍 장관이 주민들 위로하기 위해 현장으로 갔던 것. 주민들은 횟집이 문닫을지도 모른다며 흥분했다. 홍 장관은 약속했다. “고리1호기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여러분들이 신뢰할 때까지 가동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전력수요가 피크로 치달을 8월이 다가오는데 그때까지 해결이 안된다면 아찔한 노릇이었다. 직원들은 고리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주민들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간부들도 현지에 살다시피 했다. 7월 하순 주민대표들이 먼저 저녁자리를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초등학교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사인을 요청했다. 직접 사인을 해주겠다고 약속하고서야 포위망을 벗어났다. 한 학생이 그린 저자 얼굴이다. 저자는 약속대로 백장 넘는 사인을 직접 해서 학교로 보냈다.

“장관이 와 준 것만으로도 소통은 반 이상 된 것입니다” “장관님이 비를 맞으며 마을을 도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으로 소통의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고리 사태’는 풀렸다. 주민들은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동했다. 신뢰를 얻은 것이다. 협상의 소통은 이런 것임을 몸으로 배웠다.

전직 장관이 판소리를 한다니 듣고 싶었다. 바로 불러달라고 부탁하기가 멋쩍었는데 술술 풀어놓는다. 사철가의 한 대목. “꽃이 피니~ 이 산 저 산~ 분명한 봄이로구나~ 봄이 찾아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기자는 얼쑤, 하고 추임새를 중간중간 넣었지만 제대로 한 건지 모르겠다. “성악이나 대중가요를 부른다 하면 ‘그냥 좀 하나보다’ 이래요. 그런데 판소리를 한다면 우와! 라는 반응입니다” 즉 우리 전통 것을 하네, 하는 반응이라는 설명이다. 홍 전 장관은 이를 구스타프 융의 학설을 빌어 ‘집단 무의식’이라고 불렀다.

홍 전 장관이 잘하는 게 판소리만은 아니다. 강의도 잘한다. 강의 요청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초등학교 예비 교장선생님을 위한 강의는 일년에 5차례 꼬박 나선다. 오프닝 강의를 한다.

연간 1천500명이 이 강의를 듣는다. 벌써 몇 년째 성황이다. 그런데 좀 색다른 설명을 하나 붙였다. 홍 전 장관 본인 생각으로는 무게 잡지 않고 모든 것 내려놓았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강의를 요청하는 사람들은 매우 접근을 어려워 한다는 것.

아내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당신, 힘 더 빼야 해요” 그 아내 얘기 한 토막 더. 차관 인사를 앞두고 아침 밥상을 차리던 아내는 실수로 접시를 떨어뜨린다. 산산조각이 나고 아내 얼굴은 하얗게 질린다. 일주일 뒤 낙관적이던 차관 승진 인사 명단에 홍석우는 없었다.

중기청장 인사를 하루 앞둔 아침, 아내가 전기주전자 스위치를 올렸지만 물이 끓지 않았다. 5년동안 멀쩡하던 이 전기주전자가 하필 오늘, 인사를 하루 앞둔 이 시간에 고장이 나다니. 아내는 진땀을 흘리고 얼굴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듯 보였다.

사철가의 한 대목. “꽃이 피니~ 이 산 저 산~ 분명한 봄이로구나~..."를 부르는 홍 전 장관. 목소리가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커피 안 마시면 어때, 오늘은 주스나 마시지 뭐”라고 홍 전 장관은 말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차를 타고 막 아파트를 벗어나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 잠시 침묵 뒤 “물이 끓어!” 간절한 의지가 통했던 것일까.

홍 전 장관은 아직도 중기청장이 된 게 순전히 아내 덕이라고 말한다.  홍 전 장관은 이 에피소드를 강의 오프닝 멘트로 곧잘 써 먹는다. 홍 전 장관이 아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게 틀림없다.

/기록= 이정윤 기자, 사진= 이태구 기자·휘즈북스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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