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피플]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최용훈 "작품성·흥행성 갖춰 연극에 새바람 확신"
[이슈 & 피플]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최용훈 "작품성·흥행성 갖춰 연극에 새바람 확신"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5.12 0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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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김주경 기자] 인터뷰 기사를 쓰려고 서울연극제를 포털에서 검색해봤다. 일부러 보려고 한 것은 아닌데 축제 등 검색 순위표가 눈에 띠었다. 어떤 축제나 행사를 많이 검색했나 하는 순위다.

서울연극제는 185위였고 그마저 계속 내리막이라는 화살표가 붙었다. 꽃박람회, 꽃 축제 등이 최상위였다. 검색 순위와 관심도는 비례할지 몰라도 순위와 품격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다들 놀러가네 하는 마음도 한켠에 담고, 서울연극제 최용훈 예술감독 인터뷰를 돌아봤다.
 
38회 서울연극제는 이미 4월 26일 개막해 한창 무대를 달구고 있다. 대학로 일대 공연장에서 5월 28일까지 한달 넘게 이어진다. 공식선정 작품 10편과 함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연극을 좋아한다면 이번이 ‘연극 포식’ 기회다.

최용훈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최 예술감독은 이번 서울 연극제의 특징을 두 가지라고 들려줬다. 예술감독이라는 시스템이 사실상 처음 적용돼 그 역할과 영향성이 관심을 받는다는 점, 그리고 흥행과 대중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시민 품평단을 본격 가동한다는 점을 꼽았다.

최 감독(극단 작은신화 대표)은 우선 예술감독을 맡은 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서울연극제 공식선정 작품은 창작물이나 초연작품 위주였다.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작품성만 따지고 완성도나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들도 있었다”

그래서 최 감독은 다양성과 대중성을 이번 연극제의  초점으로 삼고 공식선정 작품 수를 10개로 늘리며 창작초연·창작재연·번역초연·번역재연 등 문호를 완전 개방하고 완성도와 대중성을 다 잡으려고 도전했다. 과감한 시도다. 예술감독의 자리가 걸린 시도가 될 것이며 서울연극제의 흥행과도 직결된다.

결국 예술감독이 하는 일은 연극제 질을 높이고 흥행성을 염두에 두고 공정성을 담보하는 게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극제는 벌써 38년이라는 장년의 연륜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연극인만의 잔치,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있다. 사실 다 아는 일이지만 문화계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 연극계다. 출판만해도 베스트셀러 등이 화제가 되고 하지만 연극은 좀처럼 그런 일이 매스컴을 타는 일도 없고 누가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객석은 휑하고 무대는 쓸쓸한 게 우리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 연극제는 뭐 좀 달라진 게 있나 물었다. 작품 선정의 기준을 달리해 다양성을 추구했다는 말은 알겠는데 그것 말고, 기자는 속으로 ‘돈벌이 좀 되는 거 말입니다’ 라며 속물처럼 재촉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도 안된다. 다들 밖으로 놀러 나간다. 관객이 평타는 넘기지 않을까 한다” 평균 수치는 2만5000명이다. 3만명 정도로 높여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시국이 시국이고, 선거도 있고…” 걱정이 점차 현실이 될까 기자도 걱정이다. 3만명이라면 대박이라고 최 감독은 말한다.

시민관객 평가단이 이번 연극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연극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선정 작품을 두루 보며 점수를 매기고 블로그 등에 후기를 실어 홍보도 한다. 30명 정도가 움직인다. 이들은 10개 작품을 모두 공짜로 보는 것이니 30만원 티켓을 얻은 셈이다.

연극계는 자생할 수 있을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연극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일부에선 배고픈 연극을 아예 죽일 거냐는 날선 비판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연극계 발전을 위한 대책이 나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죽었다 깨어나도 없다. 생색내기 지원은 쬐끔 있을지 모르지만.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최 감독은 의외로 담담하다. 깊은 한숨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다. “문화계 사람들이 나서서 청렴하게 곧은 목소리를 내 문화계 부조리가 먼저 사라져야 한다”

그러면서 최 감독은 “무조건 마냥 지원해 달라고 하면 안 된다. 연극제도 작품성 있는 행사로 거듭나려면 연극인들의 노력이 앞서야 한다” 최 감독이 말하는 노력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대회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그래서 시민관객 평가단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떳떳한 연극인’이라는 말을 그래서 최 감독은 즐겨 쓴다.
 
이른바 협찬이 연극뿐 아니라 공연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더러 있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 보험회사 등에서 입장권을 대량 구매하는 경우도 간혹 있고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번 연극제는 어떤가? 여전히 미진하다는 답이다. 김영란법 때문에 기업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관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자리를 함께한 서울연극협회 김대웅 팀장이 말을 건넨다.

그러나 어느 나라건 연극을 자생하라고 팽개쳐두는 비문화적인 작태를 보이지는 않는다. 문화를 지키고 향유하려면 누군가 어디선가 사회적 의무감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정부, 기업, 지자체가 할 몫이다. 시민 참여는 기본이다.

연극 한 편 보려면 얼마나 내야 할까. 적정 가격이라는 게 있나. 일단 티켓 값이 기본 3만원이다. 영화 1만2000원 꼴에 비하면 비싸다. 최 감독에게 물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영화보다 비싸지 않느냐.

영화는 수십 군데 영화관에서 돌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상영하는 게 가능하지만 연극은 하루 한 번 무대 올린다. 연극배우 노고와 극장 임대료 등을 감안하면 3만원은 그래도 비싼가?라고 반문한다. 우리는 연극에 정당한 값을 지불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아니 연극에 값을 지불하려는 마음이나 있었나 스스로 묻게 된다.

꽃축제 한 번 가족 나들이 가려면 차에 기름 넣고 치킨 사고 김밥 등 도시락 싸고 돗자리 챙겨 떠나야 한다. 작심하고 가야 한다. 얼마인지 계산해보라.

서울연극제, 혜화동에 지하철로 오세요. 당신의 하루가 연극처럼 여운이 남을 겁니다. 객석에 앉아 무대가 밝아오는 모습을 본다면 우리 연극계도 조명이 비치며 밝아질 것입니다. 서울연극제 페이드 인(fade in). 최용훈 페이드 인.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연극제 공연작품 안내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
이강임 연출 / 원작 사라 룰 / 이강임 번역 / 배우 유지수, 최진석, 김나미 등 / 극단 행길 10주년 기념공연 / 바이브레이터가 의료용 기구로 발명되고 사용됐다는데…. 성과 성욕의 문제를 특유의 감각과 아이디어로 진지하고도 유쾌하게 대면하게 한다./ 5월 7일까지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 컬쳐루트 010-2809-8123

<지상 최후의 농담>
문삼화 연출 / 오세혁 작가 / 배우 김재건,오민석, 한철훈 등 / 지난해 초연 때 호평.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주어진 10분. 전쟁과 비극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 속에서 끊임없이 농담을 만들어내는 자들과 그 농담을 즐기는 자들의 이야기 / 3월 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공상집단뚱딴지 010-9169-8751

<말 잘 듣는 사람들> 
김수정 연출 작가 / 배우 김두진, 김보경, 김선기 등 / 서울 강남의 삼계탕 집에 절도 사건으로 한 형사의 전화가 걸려온다.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들은 고분고분 말을 듣고…. 미국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 5월 28일까지 / 알과핵 소극장 / 극단 신세계 070-8118-7237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2017년 5월 8일자(1623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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