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자] 『커피 드림』 책 낸 이디야커피 문창기 회장 "자신감이라는 ‘원두’를 열정으로 ‘로스팅’ 했다"
[이 저자] 『커피 드림』 책 낸 이디야커피 문창기 회장 "자신감이라는 ‘원두’를 열정으로 ‘로스팅’ 했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5.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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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드림』 : 꿈꾸는 커피 회사, 이디야 이야기 
문창기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펴냄  |  212쪽  |  14,000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누구나 다 가는 평범한 길을 그는 가고자했다. 그렇게 그 인생은 30대 중반까지 평탄하게 흘러가 중산층 대열에 진입했다.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명문대학 나와 은행 다니고 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수상한 세월은 그를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내몰았다. 은행원 출신이 커피업자로 변신하는 게 한 순간이었다.

이후 그는 ‘서민 커피’라는 길을 만들고 그 길에 ‘대한 커피’라는 이름을 새기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그가 가는 길이 그래서 우리나라 커피 역사가 되고 그 역사는 이미 15년을 흘러 우리 땅을 적시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토종 브랜드 이디야 커피의 문창기 회장과 마주 앉은 이디야커피 회장실은 커피향이 은은했다. 음악은 천장 어딘가에서 흘러나와 발밑에 고요한 파문을 그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 꽃은 음악에 맞춰 제 잎을 흔들어 가볍게 커피향을 뿜고 있었다.

문 회장은 최근 『꿈꾸는 커피회사, 이디야 이야기 커피 드림』이라는 책을 냈다. 술 한잔하고 집에 들어가 꾹꾹 연필 눌러쓰듯 진솔하게 썼다. 그래서 결코 가볍지 않다.

커피 사업 15년, 정확히 사업 인수 12년, 그에게 커피 사업은 아메리카노의 쓴 맛일까, 콜롬비아 안티오키아처럼 상큼한 신맛일까, 아니면 라떼 같은 달콤함일까. 질문은 장황했지만 답은 단순하고 기습적이었다. 블렌딩 한 맛, 이라는 답이다. 지난 시절 사업은 흔한 말로 쓴맛 단맛 다 본, 두루 섞인 맛일 게다. 우여곡절 없는 사업이 없으니 지난 12년은 블렌딩 12년이라고 할 만하다.

토종이기에 자부심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자부심보다 더 큰 그 무엇이 있을까? 그 답은 여러 갈래로 갈리는 것 같다. 물론 나중 다 ‘의무감’ ‘사명감’으로 합류하는 답이지만. 우선 토종 자체이기에 자부심이다. 커피야 토종일 수 없지만 프랜차이즈가 토종이라는 것은 손님, 가맹점주, 이디야 본사, 나아가 국가경제도 이득 아닌가. 기자는 이렇게 단순히 판단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그의 답에선 자부심보다 의무감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나왔다. “매장 이익이 없으면 본사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본사는) 그 분들을 뒷받침하는 겁니다. 늘 직원들에게 말합니다. ‘매장이 잘 돼야 우리가 잘 된다고’”.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급여 퇴직자나 중산층들이다. 그러니 사실 매장 하나가 점주의 모든 것이고 매장에 가족 생계와 노후와 미래가 달려 있다. “이디야는 투자비가 적어요. 적은 돈으로도 운영할 수 있게 거품을 뺐습니다”

마케팅 비용은 본사가 100% 부담한다. 로열티는 월 25만원이다. 로열티는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 경우 업체에 따라 3~5%를 받는다. 월 3000만원 매출이라면 100만원 정도가 로열티로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이디야 로열티는 업계 최저다. 매출액과는 상관없는 정액이다. 그리고 고객 이벤트로는 최대행사이며 언론의 주목도 받고 있는 뮤직 페스타는 15억원 정도 들어가는 큰 행사지만 다 본사 부담이다.

혹시 거품을 뺀다고 약간 후미진 데 매장을 연 것은 아닐까? 싸구려라는 인식이 초반에 있었지 않았나, 물었다. 답은 이미 『커피 드림』 책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옮겨 본다.

‘이디야는 버림으로써 무엇인가를 얻으려 했다. 우선 순수 국내 브랜드이기에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었고 인테리어나 홍보 마케팅 등 군살도 뺐다. 인테리어는 평당 비용이 대형 매장보다 30% 이상 싸게 했다. 매장 위치도 중심가에서 한 블록 뒤, 이른바 서브스트리트에 오픈하는 전략으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대부분 15평 안팎이었다. 매장이 작으니 손님이 줄을 서는 경우가 많아 ‘이디야는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이다’라는 입소문이 났던 것 같다’.
 
작은 매장 오픈은 이디야 성장의 발판이 됐고 여전히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이디야는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작은 매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커피 시장이 포화라는 분석에도 매장을 여는 속도가 유지되는 것은 이러한 축소지향(?) 전략이 한몫했다.

매장이 크고 화려하면 맛 역시 좋을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런 편견을 이디야가 보기 좋게 깨뜨린 사건이 있었다. 2012년 TV방송사 채널A에서 5개의 커피 브랜드를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유명 브랜드 커피가 제값을 하는지 확인하려는 의도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일리, 라바짜, 그리고 이디야를 두고 커피 전문가 3명이 커피를 평가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2500원짜리 이디야가 5000원짜리 커피보다 신선하고 맛이 좋다는 평을 들으며 1등을 했다. 싸구려라는 인식을 확 벗어던지는 명예회복 사건(문 회장 표현)이었다.

이래서 이디야는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 1등 순수 국내 브랜드 커피라는 영예로운 길을 걷게 된다. 이디야의 이정표가 되고 한국 커피의 역사가 되는 순간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 이디야의 이정표는 숫자로서 계속 드러난다.

이디야 매장이 지난해 8월 2000개를 넘어섰다. 매장 수로는 국내 최대다.

매장 2000개 돌파는 어떤 의미인가. 문 회장은 책에서 명실상부 1위가 되자고 했는데 1위가 되기 위해 노력해 1위가 된 건가, 아니면 노력하다 보니 1위가 된 건가 물었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1등 하려고 지금까지 달려온 건 아니에요. 묵묵히 최선을 다하다보니 순간들이 모여서 2000호까지 열게 된 거죠. 의무감과 책임감이 커요.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죠. 한국 커피산업에 희망을 주고 싶어요. 후발주자로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역시 문 회장 키워드가 빠질 수 없다. 의무감, 책임감이다.

문 회장 답이 길어진다. 질문하고 답을 듣는 데 집중하느라 기자는 앞에 아까부터 식으라고 뚜껑을 열어 놓은 이디야 아메리카노는 아직 맛도 못 봤다.
 
“숫자만 갖고 말하는 건 어렵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이에요. 점주들이 잘돼야 해요. 더욱 노력하고 있지요” 그러면서 일단 2000개 매장이라는 게 본사 입장에선 ‘규모의 경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좋은 원두를 사기 위한 여유도 좀 생기고.

사실 문 회장이 인수 당시 매장 수는 80개 정도, 300호점까지 올리는 데 4~5년 걸렸다. 매우 더딘 속도였다. 은행원이라 안정적으로 운영하다보니 모험을 할 수가 없어 그렇게 느렸던 것.

인수 초기, 걱정은 많고 해결점은 보이지 않고 힘이 배는 더 들었다. 끝이 안보일 때는 책을 본다. 서점에 들러 양손이 힘에 겨울만큼 책을 담았다. 며칠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다. 이윽고 결론이 났다.
내부고객 만족이다. 스스로 깨우친 결론 앞에 망설일 게 없었다. 직원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 최고의 대우를 해주자고 결정하고 실천에 옮긴다. 이제 직원들 평균 연봉이 업계 최고다. 입사 경쟁률은 평균 500대1이다.

논현동 이디야커피 랩(lab, 본사를 이렇게 부른다)을 가보면 별천지 온 것 같다. 1층에는 로스팅실이 있고 1~2층은 편안한 분위기의 매장이다. 단위 매출 전국 최고다. 상냥하고 친절한 미남 미녀 직원들이 서빙한다.

사옥에 영양사를 둔 직원 전용식당이 있어 직원들에겐 아침 점심 저녁을 무료로 제공한다. 저녁을 주는 이유는 밥 먹고 퇴근하라는 것. 밥 먹고 일하라는 게 아니라고 문 회장은 말한다. 회사에 특히 미혼 남녀가 많아 이렇게 아침, 저녁을 준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당일 점심은 차돌된장찌개와 쫄면이었다고 인터뷰에 자리를 함께한 김현정 과장이 말해준다.
 
직원 사랑이 지나쳐(?) 책 사랑이 지나쳐(?) 월 1회 독후감을 쓰라고 한다. 책값은 물론 회사가 부담한다. “직원들이 제 메일로 독후감을 보냅니다. “회장님 잘 지내시죠”부터 “어제 여자 친구와 헤어졌어요” “저 요즘 이런 학원 다녀요” 까지 이런저런 내용도 담아 옵니다. 또 부서를 옮겼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하기도 하고요. 인사담당자도 잘 모르는 내용들이라 이 친구 학원비 좀 보태라라고 지시하고 희망부서 옮기고 싶다면 “기억하고 있겠다”라고 답장 보내고 나중 진짜 옮겨주기도 했어요” 문 회장은 소통의 진면목을 이렇게 보여주고 있다. 격의 없이 대하다보니 직원들이 좋아한다.

『커피 드림』을 읽으면서 성공한 사업가는 뭔가 좀 다르다고 느낀 대목은 바로 그의 비범한 메모 습관이다. “사람마다 기억될 만한 걸 적어 놓아요. 예를 들어 전화하다 아이 이름이 나오면 ‘영호’하고 적어요. 그러고 나중 ‘영호 잘 크냐’ 하고 물으면 깜짝 놀랍니다. 이게 관심입니다. 경조사에도 많이 갑니다. 기꺼이 하는 일이지만 어쨌든 인맥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은행 퇴직 뒤에도 수첩에 빼곡한 이름 덕분에 다시 직장 잡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문 회장은 인생의 보물은 사람이라고 했나 보다. 이디야의 자산도 사람이라고 했듯이.

커피 연구소 설립을 문 회장은 가장 기쁘고 의미있게 여긴다. 그래서 이디야 사옥 이름도 이디야커피 랩(lab)이다. 연구소는 문 회장 열정의 산물이다. 그래서 문 회장은 직원들의 피에는 뜨거운 커피가 흘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커피를 만들 수 있고 고객에게 내놓을 수 있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커피를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옥 앞마당에 국기 게양대 만들어 태극기 높이 휘날리게 했고 아래에는 쑥색 받침돌에 ‘대한 커피 만세’라고 새겼다.

이디야 직원 300명은 올 가을 스타벅스 고향 미국 시애틀로 워크숍을 떠난다. 거기에서 분명 ‘대한 커피 만세’를 외칠 것이다. 올 가을 이디야 커피는 더 진하고 더 상큼하고 더 맛이 풍부해질 것 같다.

<기록=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2017년 5월 8일자(1623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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