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식품 마케팅의 ‘눈 가리고 아웅’ 수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슬쩍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매년 경칩 무렵이 되면 고생하는 나무가 있다. 단풍나무과 식물인 고로쇠나무다. 봄이 오면 고로쇠 수액이 몸에 좋다며 채취해 음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풍나무과 식물들은 수액을 낸다. 고로쇠나무도 단풍나무과 식물이므로 수액을 낸다. 그리고 그 수액에 가장 많은 성분은 메이플 시럽과 마찬가지로 설탕이다. 하지만 이럴 때는 가급적 설탕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설탕은 건강에 안 좋다는 통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로쇠수액에는 약 2% 정도의 ‘자당’이 있다고 쓴다. 뭐,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또 다른 수법은 단위를 슬쩍 바꾸는 것이다. 100만분의 1인 ppm과 10억분의 1인 ppb는 1000배 차이가 난다. 0.5ppm과 500ppb는 같은 양이다. 하지만 숫자가 크면 많아 보인다. 어떤 성분을 많아 보이게 만들고 싶으면 ppb를 쓰는 편이 좋다.
단위당 칼로리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술의 칼로리를 ml당으로 계산하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인 맥주는 저칼로리 술처럼 보인다. 알코올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고칼로리 술이 되기 때문이다. 맥주는 100ml당 40kcal 정도 되지만 소주는 100ml당 100kcal가 넘는다.
제과 업계는 포장 단위를 바꾸고 1회 제공량을 작게 쪼개서 250kcal 이하로 만들어 고열량 저영양 식품 지정을 피해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기준을 총 제공량으로 바꾸면? 아마 식품업계는 포장만 작게 해 발 빠르게 대처할 것이다. <170~173쪽 요약>
『솔직한 식품』
이한승 지음 | 창비 펴냄 | 240쪽 | 14,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3호 (2017년 5월 8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