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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40)] “소박하고 실용적인 독일 교장실, 응접 소파도 없고 명패도 없었다”독일 비스바덴 딜타이김나지움 요어그 슐체 교장 면담기

<독서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요어그 슐체 교장

[비스바덴(독일)=신향식 특파원] ‘아~, 여기 교장실 맞나요? 이 분이 진짜 교장 선생님인가요?’

2015년 5월 26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헷센주의 주도 비스바덴시에 있는 딜타이김나지움(한국의 중·고교에 해당하는 학교). 행정실 직원 안내로 이 학교의 요어그 슐체 교장을 만나기 위해 교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잠시 어리둥절했다. 기자가 상상하던 교장실 풍경이 아니었다. ‘교장 선생님’이란 분도 전혀 교장같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초·중·고 교장실은 보통 교실 한 칸 정도의 면적을 차지한다. 최소 15평에서 최대 25평으로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수평적 리더십이 아니라 수직적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딱 알맞은 구조다.

그런데 딜타이김나지움의 교장실은 완전히 달랐다. 방문객이 대기하는 부속실처럼 소박했다. 교장 명패도, 커다란 집무용 책상도, 응접소파도 없었으며 의자도 평범한 제품이었다. 넓이는 약 4~5평에 불과했다. 일반 사무용 책상에 서류와 책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고, 응접소파 대신 둥근 모양의 간이탁자와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가 몇개 있었다. 

사물함 위에는 서류철이 잔뜩 꽂혀 있고 축구공과 농구공도 보였다. 교내 행사 일정표는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벽에는 학생들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그림과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권위적인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실무적으로 꼭 필요한 집기와 자료만 놓여 있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규모가 작은 학교라서 그런가?’ 얼핏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딜타이김나지움은 비스바덴에서 최고 명문으로 손꼽히는 교육기관이다. 결코 작은 학교가 아니었다. 취재 뒤 교민들에게 확인해 보니 독일에서는 교장실 규모를 작게 하는 대신 학생들 편의시설을 넉넉하게 확보한다고 했다.

교장실 탁자 풍경

교장실만 소박한 게 아니었다. 요어그 슐체 교장의 옷차림새는 기자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수수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교장 선생님’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짙은 회색 반팔 티셔츠에 베이지색 바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동네 슈퍼마켓 아저씨 같은 인상을 풍겼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요어그 슐체 교장이 아직도 학생들을 직접 지도한다는 사실이었다.

“저는 교장이지만 직접 수업을 합니다. 체육과 역사 과목을 지도합니다. 교장이란 직책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수업도 하고 학교 행정을 책임져야 하다 보니 힘이 들긴 하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오늘은 체육 수업을 하는 날입니다”

(요어그 슐체 교장은 그 다음날에는 정장 차림으로 출근했다. 한국 신문에 사진을 실어야 하는데 정장이 좋겠다는 기자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딜타이김나지움의 수업방식을 설명해 주기 위해 독일어 교사 2명이 합류했다. 교장과 교사 2명과 기자와 독일어 통역원 등 다섯명이 함께 자리하기에는 장소가 너무 좁았다. 옆에 있는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교장과 교사 2명이 번갈아 가면서 답변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편한 복장의 요어그 슐체 교장

◆ 수업 방식은 책 읽고 토론하고 글 쓰는 활동이 기본

- 수업은 보통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과목마다 약간씩 다르다. 독일어 수업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글로 쓰는 활동을 기본으로 한다”

- 토론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

“책에서 배운 내용과 연결 짓는다. 가령 6학년들은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방법을 배운다. ‘네팔 지진 참사’처럼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찾는다. 학교에 휴대전화를 가져오는 일에 관한 찬반의견, 반에서 지켜야 할 규칙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 토론할 때 적용하는 원칙이 있나

“몇 가지 기준을 정한다. 그 예로, 주장을 펼칠 때 중요한 단어를 꼭 쓰게 하는 걸 들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이유는’, ‘내 생각에는’, ‘따라서’와 같이 특정 표현을 활용하게 한다”

◆ 토론 뒤에는 반드시 글을 쓰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

- 토론 뒤에는 어떻게 하나

“글을 쓰게 한다. 그 다음에 친구들 앞에서 그 글을 큰소리로 읽어보게 한다. 다른 친구들은 그 내용을 들으면서 중심생각과 논거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친구가 쓴 글을 분석하면서 독해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친구 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비평을 하고, 발표자는 마지막으로 글을 고쳐 써 본다”

- 이런 방식은 어떤 효과를 내는가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글을 구성하는 방법도 배우고, 도입부와 종결부를 어떻게 표현하면 되는지도 터득할 수 있다. 7, 8학년 모두 이런 방식으로 공부한다. 5학년부터는 아비투어(고교졸업 자격시험)에도 대비할 수 있게 한다”

- 과제는 어떤 형식으로 내 주는가

“수업 시간에 배운 주제를 심화학습하거나 새로운 주제를 조사하는 과제를 내준다. 배운 내용을 글로 요약하거나, 자기 생각을 글로 쓰거나, 다음 시간에 배울 내용을 조사해 글로 정리하게 한다고 보면 된다. 과제는 픽션일 수도 논픽션일 수도 있다. 어떤 글의 구조를 파악해야 할 수도 있고, 글쓴이의 의도를 독해해야 할 때도 있다. 과제는 매일 내 준다. 긴 글을 써오게 할 때가 많지만 분량이 너무 많으면 부모나 학생의 의견에 따라 조절해 주기도 한다. 과제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학년에 따라 다르다”

- 책 외에 다른 것도 읽게 하는가

“6학년에겐 보고서 유형의 글을 읽게 한다. 그 보고서에 어떤 정보가 담겨 있는지 독해한 뒤 새롭게 습득한 정보가 무엇인지, 그 정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발표하고 글로 쓰게 한다”

- 문학작품도 읽게 하는가

“물론이다. 소설은 물론이고 시도 읽게 한다. 불, 물, 흙, 공기 등 자연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관련된 시를 낭송하고 글을 읽게 한다. 또, 그림에서는 어떻게 자연을 표현했는지 문장으로 묘사하게 한다. 표현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비에 관한 시와 글을 하나씩 보여준다. 시에서는 비가 신선하고 시원하다는 이미지를 주고, 글에서는 무섭거나 슬픈 이미지를 준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학생들이 느낀 감정이, 어떤 방식의 묘사를 통해서 전달됐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그 차이점을 글로 쓰고 발표하게 한다. 똑같이 비를 소재로 작성했지만 표현방식에 따라 의미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확인하게 한다. 다양한 각도로 언어활동을 하면서 언어감각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 그밖에 어떤 활동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야기를 바꿔가면서 글을 써보게도 한다. 지렁이에 관해서 배운다고 하자. 비가 오니까, 지렁이가 나오려고 한다. 그런데 누가 지렁이를 밟아서 죽여 버렸다고 하자. 그러면 아이들은 지렁이가 죽기 전부터 마무리 부분을 바꿔서 써 본다. 지렁이가 구출을 받아서 해피엔딩이 되는 글을 창의적으로 쓰게 하는 것이다”

교장실 게시판 풍경

◆ 불타는 소리를 문장으로 쓰면서 창의적 글쓰기 공부

- 또 다른 예를 들려 달라

“불에 관해서 배운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의 오감이 글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파악하게 한다. 불이 타는 소리를 어떻게 문장으로 표현했는지 확인하게 한다. 불타는 소리가 글에서는 어떻게 나와 있는지 살펴보게 하는 것이다. 또, 그 글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글로 적게 한다”

- 창의적 글쓰기는 어떻게 지도하나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글 쓰는 훈련을 시킨다. 예를 들면, 공기 같은 소재로도 직접 시를 써보게 한다. 비유법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을 활용하게 한다. 또, 인격화해서 글을 써보게 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창의적 글쓰기 방법을 깨우친다. 글을 쓰기에 앞서 글을 분석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훈련시킨다”

- 글쓰기 과제물은 꼼꼼하게 평가를 해 주는가

“교사가 다 평가를 해 주기는 어렵다. 학생들이 써내는 글이 워낙 많기 때문에 교사가 1대 1로 모두 첨삭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학생들이 조를 편성해 서로 비평해 보게 한다. 조별로 ‘사회적 공부’를 하도록 이끈다고 보면 된다”

- ‘사회적 공부’란 어떤 방식인가

“교단에 나와서 또는 조별로 앉아서, 학생 한명이 숙제를 발표하면 다른 아이들은 평가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당연히 규칙이 있다. 친구 글에서 무엇이 좋았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말하게 하는데 6학년 정도 되면 그 방법을 다 터득한다. 남의 글을 비평하는 방법을 숙달하는 셈이다”

-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학생들 4~5명을 한 조로 짜서 숙제를 읽어주고 듣게 하는 활동을 하게 한다. 학생들이 가끔은 교사보다 더 엄격하게 친구들 글을 평가해 준다. 글을 많이 접하면서 ‘예시가 훌륭하다’, ‘주장을 하는 데 필요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지적한다. 타산지석으로 배운다고 보면 된다”

- 모범 글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가장 잘 쓴 글을 뽑는다. 반 전체가 그 글을 읽게 하면서 본보기로 삼게 한다. 좋은 글의 예시를, 어른이 쓴 글보다도 또래가 작성한 글 중에서 찾아준다고 할 수 있다”

- 조별 첨삭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1대 1 첨삭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학생들은 자기 글만 점검받기 때문에 비교대상을 확보할 수 없다. 그런데 학생들이 서로 친구들의 글을 읽어보고 비평하면 똑같은 주제로 작성한 여러 가지 생각을 접할 수 있다. 자기가 쓴 글을 친구 여러명에게서 지적 받을 수 있고 다양한 표현방식과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예시도 볼 수 있다. 특히 조별로 우수한 글을 뽑아서 다른 학생들에게 읽어보게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예문이 어디에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1대 1 첨삭도 좋지만 조별 활동을 하면서 얻는 장점도 많다”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로 문법을 설명해 보도록 유도
교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시험 보는 한국과 달라

딜타이김나지움 5학년 독일어 문법 수업 참관기

독일 딜타이김나지움 수업 장면

2015년 5월 25일 오전(현지시간) 4교시 5학년 독일어 수업이 열린 207호 교실. 출입문에 들어서는 순간 종이 울리고 수업이 바로 시작됐다. 교사와 학생들은 이미 인사를 주고받은 모양이었다. 틸만 예렌트룹 교사가 진행한 이날 수업 내용은 독일어 문법이다.

틸만 교사는 칠판에 독일어 문장을 몇 개 적었다. 독일어 문장구조의 특징을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이 용법은 어떤 사례에 적용하면 좋을까요? 지난주 수업에서도 설명한 내용인데 누가 발표해 볼까요? 이 용법을 실례를 곁들여 설명하면 됩니다”

학생들이 손을 번쩍번쩍 들기 시작했다. 교사가 한 학생을 지명했다. 답변을 들은 교사는 칠판에 그 학생에게서 나온 힌트를 적었다.

“좋습니다. 잘 설명했어요. 이 답변을 실마리 삼아 문법에 맞게 적용한 예문을 만들어보면 좋겠어요. 문법에도 ‘법칙’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1~2분이 지나면서 학생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학생 몇명이 또박또박 답변을 했다. 한 여학생이 답변을 마치자 틸만 교사는 ‘좋은 예문’이라면서 싱긋 웃으며 그것을 칠판에 적었다.

수업시간 내내 친구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문법을 이해하게 하려는 교사의 의도가 엿보였다.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로 문법을 설명해 보게 한 것이다. 이것은 친구들 눈높이에 딱 맞는 설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 예문을 참고로 해서 각자 추가로 예문을 만들어 보세요.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을 겁니다. 문법에 어긋나지 않게 문장을 만들려면 집중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누가 발표해 볼까요?”

학생들은 각자 만든 예문을 앞 다퉈 발표했다.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문법을 설명하고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듣는 일부 한국 중·고교의 국어문법 시간과는 확연히 달랐다. 교사가 문법을 해설해 주고, 학생들에게도 그것을 또래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보게 하고, 그 다음 그 문법을 적용해 예문을 만들어 보게 하고, 마지막으로 그 예문을 발표를 하게 했다. 어려운 문법을 확실하게 지도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보였다.

이정윤 기자  jylee939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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