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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실험적인 소설 『달궁』의 부활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초판 출간 30년, 절판된 지 20년. 시장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서정인의 소설 『달궁』. 출판사 최측의농간이 그 선고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개정 합본판 『달궁: 박달막 이야기』를 펴냈다. 

빽빽한 조판으로도 900쪽에 가까운 막대한 원고량, 교차적으로 얽혀 있는 비선형적인 이야기, 다채로운 형식과 실험적 특성들로 인해 좀처럼 읽는 속도가 붙지 않을지도 모른다. 신동혁 대표는 ‘그간 최측의농간이 펴낸 책들을 좋아해 준 독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소설’이라고 소개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달궁』을 부활시킨 이유가 뭘까.

서정인은 실험적인 소설쓰기를 통해 한국 소설의 지평을 질적·양적으로 확장하는데 기여해온 작가다. 이 이야기는 『달궁』, 『달궁 둘』, 『달궁 셋』으로 나눠서 각종 문예지를 통해 수년간 33편의 연작 중·단편 형식으로 발표됐다. 서정인은 이번 개정 합본판 작업 시에도 손수 교정 교열 작업에 참여해 수많은 문장들을 세심하게 어루만졌다. 

‘달궁’은 뱀사골에서 지리산 속으로 5km 정도 더 들어간 산속 오지의 지명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비선형적으로 얽혀 있지만 작가는 큰 줄기 하나를 튼튼하게 심어 놓았다. 인실이라는 여성의 기구한 삶이다. 인실의 비극적인 인생은 산업화 시대의 기구함과 포개지고, 인실 외에도 각계각층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인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과 사건들도 『달궁』을 튼튼하게 지지한다.  

문장은 4·4조의 판소리 가락으로, 민중의 애환이 서린 각종 민요의 형태로 드러난다. 이른바 ‘요설(妖設)체’, 개성적인 문체다. “내 딸아, 너는 진주다. 다만 사람들이 흙만 보고 그 밑을 못 볼 뿐이다.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라 사람들 잘못이고, 보물을 흙 속에 던져 버린 세상 잘못이다”라는 구절처럼 가슴 아프지만 따뜻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자.

『달궁: 박달막 이야기』 
서정인 지음 | 최측의농간 펴냄 | 868쪽 | 18,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3호 (2017년 5월 8일자)에 실렸습니다.

이정윤 기자  jylee939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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