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스] 우리가 지키고 가꿔야 할 인천의 옛 모습
[핫 플레이스] 우리가 지키고 가꿔야 할 인천의 옛 모습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4.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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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태구 기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인천에도 봄이 찾아왔다. 월미도 일대에는 갈매기들이 힘차게 날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제격인 테마파크에는 만개한 벚꽃 잎이 흩날린다. 배다리헌책방거리에는 금방이라도 도깨비가 튀어나올 것 같은 노란빛의 한미서점이 눈길을 끌고 근처 신포국제시장에서는 김을 굽는 냄새와 닭강정을 튀기는 소리가 사람들을 이끈다. 또, 송월동 동화마을과 차이나타운은 완연한 봄 날씨에 소풍 나온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월미도 디스코팡팡

지난 11일 인천을 찾아 배다리헌책방거리부터 신포국제시장, 송월동 동화마을, 차이나타운, 월미도까지 원도심(인천 중구와 동구) 일대를 둘러봤다. 인천시에서 ‘원조 도깨비 코스’로 구성해 추천하는 장소들이다. 

인천 동구 배다리

동인천역과 도원역 사이에 위치한 배다리헌책방거리에는 40~50개의 헌책방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미서점, 아벨서점, 집현전, 삼성서림 등 6개만 남아있다. 청계천헌책방거리, 보수동책방골목과 함께 한국의 3대 헌책방거리로 꼽히며 과거 인천 지성인들의 아지트였던 이곳의 서점들은 분야별로 특화돼 있다. 

배다리헌책방거리의 한미서점

그중 tvN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한미서점은 주로 문학, 인문교양 서적을 다룬다. 장원혁 사장의 아버지가 1955년부터 운영해 온 책방을 이어받아 지금은 김시연 사장과 함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미서점 내부

이들은 어느 날 서점 건너편에서 배다리 사거리를 바라보니 골목 전체가 어둡다는 생각에 오른편의 벽돌과 왼편의 대리석과 잘 어울리는 노란색(김시연 사장은 계란 노른자색이라고 표현했다)으로 서점 외관을 칠하게 됐다. 내부의 막혀 있던 천장도 들어내고 큰 간판도 뜯어 2년 반 동안 조금씩, 느리게 페인트칠을 했다. 그 결과 뜻하지 않게 ‘도깨비’를 만났고 지금은 손님도 늘었다. 

하지만,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듯 서점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 탓에 책을 팔러 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헌책방의 특성상 들어오는 책보다 나가는 책이 많은데, 들어오는 책조차 줄어든 것이다. 장원혁 사장은 “중고책은 내용의 변화가 없다. 그 가치를 아는 분들이 싸게 구입하거나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해 오는 곳이 헌책방이다. 사용된 것을 재활용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때마침 ‘동구의 배다리,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 낼 인천의 역사입니다’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신포국제시장 입구

헌책방거리를 둘러본 뒤 15분 거리에 있는 신포국제시장에 들러 점심을 해결했다. 시장에 들어서니 닭강정 집들과 40년 전통 중국식 만두와 공갈빵을 파는 곳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신포시장의 닭강정은 다른 곳보다 달고 매콤한 맛이 강했다. 수제로 화덕에 구운 산동만두 공갈빵은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했다. 워낙 인기가 많아 1인당 2개씩만 판매하고 화덕에서 갓 나온 공갈빵을 7분간 식힌 뒤 나눠주고 있었다. 

신포시장 닭강정과 공갈빵

신포시장에서 배를 채운 뒤, 인천의 명소인 차이나타운과 송월동 동화마을로 향했다. 송월동 동화마을은 세계 명작 동화를 테마로 꾸민 마을인데, 백설 공주, 오즈의 마법사, 피터 팬, 라푼젤 등 명작 동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상점, 빌라, 유치원, 마을회관, 계단에 빼곡하게 그려져 있다. 동심의 마을답게 솜사탕과 아이스크림 등 달콤한 먹거리를 팔고, 동화 주인공 조형물 색칠 체험, 친환경 흙 놀이 체험, 공예 체험 등 이색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관광객들은 아기자기한 동화 속 세상에 들어선 듯 벽화 앞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데 삼매경이었다. 현장학습 차 동화마을을 찾은 학생들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송월동 동화마을 벽화

계단과 언덕을 오르내리며 동화마을 구경을 마치고 나니 출출한 배를 채워줄 차이나타운의 중국 음식점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공사 중인 구간이 많아 차도로 걸어 다녀야 했지만, 치빗코야끼, 대만 카스테라, 수제월병, 화덕만두 등 길거리 음식들이 눈길을 끌었다. 화덕만두는 하루 동안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피에 고기와 채소가 들어간 소를 넣고 빚어, 옹기 안쪽 벽에 다닥다닥 붙인 뒤 7분 동안 굽는다. 만두를 굽는 옹기 화덕을 만드는 게 만만치 않아 차이나타운의 몇몇 가게에서만 맛볼 수 있다 보니 명물로 꼽힌다.

‘중국성’의 짜장면, 짬뽕, 탕수육

또 차이나타운 하면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빼놓을 수 없다. 이날은 차이나타운의 원조 중국 음식점 ‘신승반점’이 공사 중인 관계로 지역주민들의 추천을 받아 최호진 사장이 운영하는 ‘중국성’을 찾아갔다. 중절모와 회색 슈트로 멋을 낸 최호진 사장은 “차이나타운 내 중국 음식점 중 한국인 사장은 4명밖에 안 된다. 텃세가 심한데 화교 후배들을 알다 보니 점차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우리 집은 황짜장, 불짜장, 유니짜장, 찹쌀탕수육, 유린기가 맛있다”고 가게를 소개했다. 그는 “차이나타운은 가족 단위로 찾는 이들이 많다. 이곳의 분위기를 기대하고 왔다가 볼거리보다 먹거리가 많은 탓에 실망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래도 식사는 ‘중국성’에서 하고 갔으면 한다”고 재치 있게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성’의 짜장면은 깔끔하고, 짬뽕 국물은 진하고, 탕수육은 바삭하고 쫄깃했다.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책의 정취를 느끼고 싶을 때, 중국 전통의 맛을 보고 싶을 때, 동화 같은 마을에서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이 코스를 추천한다.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옛날 냄새 물씬 나는 책을 읽으며 동화마을을 걷다 보면 금방 인천의 매력에 빠질 것이다.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2호 (2017년 4월 24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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