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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폼장]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바쁘시죠?" 인사말은 나를 혹사시키는 또 다른 표현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블확실한 시대, 우리를 향한 심리학
하지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248쪽 │ 14,000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 개인 공간이 된 도심 카페=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은 동네마다 즐비한 카페에 놀란다. 그 안에 사람이 그득할 것을 보고 또 놀란다. 도시 카페는 날로 성업 중이다. 이 카페의 테이블은 집, 직장, 학교도 아닌 제3의 중립적 공간이며 철저히 개인적 공간이다.

적당한 음악과 대화 소리가 있지만 시끄러워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닌 ‘화이트 노이즈’다. 소음이 완전 차단된 것보다 훨씬 안정감을 느끼고 집중도 더 잘 된다. 원룸에 혼자 고립된 채 있는 것보다 커피 한 잔 값 내고 앉아 있는 게 안도감과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군중 속의 고독’을 괴롭게 느끼는 게 아니라 즐기게 된 것이다. <132쪽>

* 새로운 인사말 “바쁘시죠?”= 우리 전통 인사말은 “안녕하세요”와 “식사하셨어요?”이다. 이 두 인사에는 과거의 슬픔이 묻어 있다. 난리 통에 살아있음을 감사하고 굶지 않았음을 고마워하는 물음이 인사가 됐다. 미국 생활어사전 어번 딕셔너리에서는 ‘바쁘다’를 이렇게 정의한다. ‘중요해 보이려 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사회적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말이다.

바쁜 사람은 마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자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게으름은 악으로 치부되는 산업사회다. 남는 시간 없이 최대한 나를 혹사해야 인정받는 세상이다. 전업주부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134~135쪽>

* 데이트 폭력= ‘쿨’을 기조로 삼으며 끈적끈적하게 엮이는 것을 싫어하는 현대사회에서 왜 데이트 폭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간단히 헤어지면 그만이지, 왜 이리 질척거리면서 만나고 또 헤어지자는데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매달리다가 폭력과 복수로 넘어간다. 첫째 원인은 사회적 관계 맺기를 익히지 못한 채 어른이 된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똑똑하고 공부잘 하는 친구들에게 두드러진다. 이들은 공부하느라 친구도 못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가 없었다. 학교-학원-집을 쳇바퀴 돌면서 20년을 살다보니 기본적인 관계맺기의 기초도 익히지 못한 것이다.

스펙은 좋아 연애 상대로 좋아보이지만 이런 맹점이 있다. 조직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이들이다. 대체로 최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다. ‘거절의 메시지’를 읽지 못하고 계속 무리하고 실패에 대해 반성하기보다 자기애적 분노를 상대에 퍼붓는 것이다. 남성들은 문자로 이별을 통보하는 여성들의 행동에 분개하지만 그 안에 내재된 그녀들의 두려움을 이해한다면 판단을 다르게 해야 할 것이다. <163~166쪽>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의 줄임말로 책 속의 아름답고 지식이 충만한 글을 골라 모은 것입니다.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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