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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리뷰- 하지현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정보과잉…혼밥…비혼…매뉴얼 없는 불안 사회…그래도 공감의 문 열자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블확실한 시대, 우리를 향한 심리학
하지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248쪽 │ 14,000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우리는 참을성을 잃었다. 아니 금전과 그 것을 맞바꾸었다. 총알배송, 원격 진료, 우버(uber)나 택시 앱 등 기술은 기다림이나 불편함을 죄악시하고 빠르고 편한 것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정보가 넘친다. 실제 필요한 정보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우리 앞에 놓인 정보는 지나치게 많아졌다. 검색하고 또 검색하고 그러다 지친다. 뇌는 과포화상태에 빠져 들어오는 정보를 튕겨낸다.

혼밥 혼술 등 혼자 먹고 마시는 것이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 됐다. 혼밥도 기사식당이나 학생식당에서 먹으면 초급이고 고깃집에서 고기를 굽거나 레스토랑 식사는 돼야 고급으로 치는 등 혼밥 내공도 차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혼밥은 사회적 관계를 맺는 비공식 방법인 밥을 먹는 의미를 소멸시키고 혈당만 높이고 있다. 의논과 경청은 사라지고 있다.

저자 하지현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는 현직 정신과 의사가 썼지만 마음 보고서가 아닌 사회병리 보고서 같다는 느낌이다. 개별 환자 진료와 연구를 통한 결과물의 완성이라고 하지만 사회 전체의 현상과 병리현상을 짚고 있다. 사회학자의 거시적 관찰 같다.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저자 하지현은 이미 책을 여러 권 낸 ‘중견 작가’다. 글솜씨는 이미 인정받은 터이지만 도처에 깔려있는 연구자 사례와 적절한 인용은 이 책에 신뢰를 더한다. 

하지현은 한국인의 마음에 위험신호가 켜졌다고 말한다. 속부터 썩어들어 가다가 뿌리까지 잠식하고 있다는 증거가 여기저기서 보인다고 한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어느 순간 확 무너져버릴 위험이 있다는 진단이다.

정신병리는 사회문화의 영향으로 발생하기에 정신병리 사전에 새 용어가 추가되는 속도는 수십년에 걸쳐 한두 개 정도였는데 지난 10여년 사이 한국 사회는 변화가 너무 빠르고 광범위해 새 용어가 자리 잡기 전에 새로운 현상이 등장해 이전 것을 밀어내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세상은 불확실성 그 자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 주체는 개인이고 해결자도 개인이어야 한다고 사회는 말하고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게 하지현의 말이다.

혼밥, 묻지마 폭력, 먹방과 쿡방 등 최근 몇 년 사이 나타난 현상들은 하나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개개인이 다르게 반응한 양식이라고 한다. 거듭되는 얘기지만 불확실의 시대, 그래서 저자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버텨내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신 차리고 버티라고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버티고 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버티고 남는 것은, 내 결핍을 인정하고 타인의 모자람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이를 통해 공감과 연대의 필요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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