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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 인터뷰] 최순실 국정농단 『끝나지 않은 전쟁』 쓴 안민석 의원 “지치고 힘들 때마다 세월호 아이들이 응원”

『끝나지 않은 전쟁』 : 최순실 국정 농단 천 일의 추적기       
안민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 320쪽 │ 15,000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 김주경 기자] 1000일의 추적 기록, 등장 인물 207명, 미국 독일 등 수차례 왕복.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를 어느 작가가 이렇게 재미있게 옮겨 놓을까. 수첩 9권에 이르는 취재 일기 속의 비사 아닌 비사는 이제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이 될지도 모르는 기록물로 남게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고도 불리고 박근혜 게이트로도 불리는 이 사건. 그는 중심에 있었고 맨 앞에 있었다. 기자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고 검찰도 아니다. ‘안 탐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안민석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기자와 마주 앉았다. 허락된 시간은 불과 35분. 인사도 데면데면 하고 말았다. 맞잡는 손의 온기도 느끼지 못할만큼 대충대충이었다. 얼굴이 까칠하다. TV에서 볼 때보다 야위었다. 머리카락도 윤기를 잃은 듯 푸석해보였다. 밀려드는 손님 탓에 쉴 수도 없으니 곤욕일 것이다.

안민석 의원. 얼굴이 까칠하고 몸무게도 줄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자초지종을 추적하느라 진을 뺐다.

많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맨손으로 턱수염을 쓱쓱 문지르면서 “뭐 그렇죠, 뭐…” 라고 한다. 대답이 좀 건조하다. 책 출판기념회에서 책 많이 팔렸다고 들었습니다, 하자 비로소 얼굴이 좀 펴지는 것 같다. “네, 모자랐다는 얘기 들었어요” 확인해 보니 출판기념회를 포함 서점에 깔리자마자 2000권 팔렸다고 한다. 바로 2쇄에 들어갔다니 대박 조짐이다. 바로 이 책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책을 내는 게 다 이유가 있을 텐데 왜일까.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이 밝혀지게 되면서 국정감사, 국정조사, 특별조사에 이어 특검까지 진행되면서 이젠 제가 할 일은 다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젠 공권력 가진 검찰이 수사를 하니 제대로 하겠지 하는 바람이죠. 제가 아무리 쫓아다녀도 검찰만 하겠습니까”

그래서 안 의원은 복기를 했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오늘 같은 어제,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봤다. 그게 수첩 9권 분량이다. 수첩에 나오는 인물은 대충 500명, 1000일 동안 만나거나 전화하거나 한다리 건너 정보를 주거나 한 사람들이 그렇다. 최순실 사람도 있고 안 의원 조력자도 있고 착한 사람도 있고 악인도 등장한다.

그래서 안 의원은 이 수첩 기록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닫고 공개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 것이다. 슬픈 역사라면 슬프고 아프다면 아픈 역사다. 슬프면 슬픈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대한민국의 기록이고 사초라고 생각해 더도 덜도 없이 글로 남기게 됐다.

책에 나오는 인물은 총 207명이다. 즉 이 책은 안 의원의 책이 아니라 안 의원이 만났던 207명의 기록이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쫓고 쫓기며 1000일이 흘러가고 최순실이 수면에 떠오르고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된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최순실 조카 장시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제가 미우시죠?" 하고 묻자 "네" 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안 의원은 장시호를 잘 다독여 입을 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실, 추적이라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더구나 1000일이라는 긴 시간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리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죄는 듯한 위험에 빠지기도 했다. 용기가 없으면 안되는 노릇이다. 안 의원은 그때마다 세월호 아이들을 떠올리며 힘을 냈고 또 그 세월호 아이들이 응원의 소리를 들려줬다. 부모들의 절절한 흐느낌과 바다 속 외침이 그를 일으켜 세웠고 등을 밀었다.

안 의원은 벌써 몇 번째 ‘최고 권력을 상대로 한 싸움’이라는 말로 추적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위험성이라는 말은 엄청난 파장이라는 말과 같다. ‘위험’과 ‘파장’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위험과 함께 그를 괴롭힌 건 건강 이상이었다. 과로에 지친 몸으로 미국으로 독일로 다녔으니 몸이 축났다. 독일은 세차례 갔는데 갈 때마다 치통, 지독한 몸살 등으로 고생했다. 몸무게가 4킬로그램이 줄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노린 기획작품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히고 황당합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더구나 미국 독일 등지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교민들에게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그들의 양심적 도움이 있었기에 추적이 가능했고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겁니다” 안 의원은 교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안 의원이 몸이 축난 건 사실 수면 부족 때문이다. 하루종일 추적한 것들을 돌아보다보면 자꾸 뒤척이면서 잠을 설치게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또 새로운 퍼즐 하나가 나타나 맞춰지기도 하고 어떤 의문의 퍼즐이 나타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그러다 보면 퍼즐을 맞추느라 머리를 짜내고 누구를 만나야 이 고민이 풀리나 등 생각에 시달리다 하얗게 밤을 새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득문득 저 사람은 어떻게 특검에서 풀려났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도 있어요” 누구일까. 구속됐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빠져 나오다니 어떻게 왜 라는 질문이 꼬리를 무는 사람이 몇 있다.

책 서두에 등장하는 박원오가 그렇다. 승마협회 전무로 최순실의 아바타(안 의원 표현)로 승마계를 장악하면서 정유라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한 인물로 안 의원은 보고 있다. 부정입학 등 최소 4년동안 최순실의 뛰어난 조력자로 ‘말(馬)’과 관련된 것은 모두 박 전무가 개입했다는 게 안 의원의 주장이다. “특검에서 제대로 조사가 안됐다”고 안 의원은 말한다.

그런 사람이 또 있다. 양 모 삼성유럽본부장. 최순실과 삼성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이다. 아직 추적 중이다. 안 의원은 말한다. “피하는 자가 범인이다” 또 강남에서 지그재그스포츠센터를 운영했던 모 씨도 마찬가지다. 끈질기게 추적했지만 만나기 5분 전 아파서 못간다고 하면서 피했다. 역시 “피하는 자가 범인이다”

안민석 의원이 최순실 일가 재산환수를 주장하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재산환수가 최순실 퍼즐 맞추기의 끝이라고 안 의원은 설명했다. <사진제공=뉴시스>

1000일 동안 추적하고 책 쓰느라 고생 많았는데, 그러면 안 의원에게 무엇이 더 남았을까. “최순실 재산 환수죠. 최순실 일가 재산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다 잘 알잖아요. 그런데 검찰은 드러난 사실은 잘 조사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것은 잘 조사하지 않죠”
그렇다면 드러나지 않은 게 뭔가. “나도 모릅니다. 다만 독일에서 양혜경씨 같은 경우, 최순실 돈 세탁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듭니다. 미얀마 대사 류재경씨 같은 경우도 장시호가 얘기를 해서 드러났죠. 이처럼 숨어있는 퍼즐 조각이 얼마나 많이 있겠습니까?” 재산환수가 사실상 마지막 퍼즐이고 안민석 추적은 그때 비로소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것이다.

책 『끝나지 않은 전쟁』에는 베트남대사 이야기도 나온다. 최순실이 외교행낭을 통해 10~20만 달러가 오갔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안 의원은 “다 내가 해야 할 일입니다. 숨겨진 것 파헤치고 또 들여다보고 파악해야죠”

책 맨 앞이 인상적이다. 안의원에게 새벽에 걸려온 전화. 새벽에 걸려오는 전화는 벨소리부터 급박하고 불안과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그랬다. 2014년 1월 15일, 박창일 신부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흔들 줄이야.

이처럼 안 의원에겐 제보도 있고 조력자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간호장교(조여옥)가 텍사스 샌안토니오에 있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리고 서울교대 앞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들은 정유라 행방은 우연이라고만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게 다 퍼즐 맞추는 순간순간이 됐죠. 세월호 아이들의 힘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교묘하게 피해 가지만 결정적 순간 포착되고마는 그 무엇, 그게 바로 세월호 아이들의 힘이라는 설명이다. “내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문득문득 던져진 영감들은 다 세월호 아이들이 던져준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 아이들의 외침과 응원이 있었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책에는 장시호에 대한 얘기도 꽤 나온다. 얼굴을 절반 가리고 청문회에 나오려는 것을 안 의원이 반박해 얼굴을 다 보이게 했다. 그래서 “내가 미우시죠”라고 물었고 장시호는 당돌하게 “네, 뵙고 싶었습니다”라고 했다. 어쨌든 안 의원은 책에서 최순실의 아바타 장시호를 다독여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진실을 말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시호의 입을 주목하라는 말도 넣었다.

안 의원은 지금 최순실을 보게되면 뭐라고 할까. “제가 이 『끝나지 않은 전쟁』 책 나오자마자 첫 권을 최순실에게 주었습니다.” 구치소에 저자 안민석 사인이 담긴 책을 넣었다는 말이다. “책에는 ‘남은 인생 똑바로 살아라’라고 썼습니다” 물론 아직 답을 듣지는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금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묻자 “뉘우치고 회개하라”라는 답이 돌아온다. 안 의원은 이 모든 악의 뿌리가 최순실의 재산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재산환수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고 있다. 특별법을 통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 의원의 ‘끝나지 않은 전쟁’은 최순실 재산 환수를 칼끝으로 겨누고 있다.

벌써 4선으로 최고참급 국회의원인데 아직 이렇다할 감투가 없다. “저는 소신있는 정치를 펴려고 합니다. 계파 따져가며 누구에게 잘 보이고 자랑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選數)에 맞지 않게 주변이 썰렁하다.

최순실 청문회 등으로 확 떴는데 앞으로 정치 행보가 궁금했다. 안 의원은 “제가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제의가 뭔지 아세요? 바로 다음 경기도지사 출마예요. 우리끼리 얘긴데, 이 책 10만부 팔리면 도지사 나갈게요”. 만약 100만부 팔리면요, 물었다. “그러면, 대선 나갈게요” 모두 크게 웃었다.

<사진=이태구 기자>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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