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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인맥의 왕’ 박희영 “내가 진짜 부자”…회장 직함만 십여 개, 핸드폰 저장 이름 1만명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명함이 16가지나 되고 회장 직함이 십여 개에 이르고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만 1만명, 문자 메시지가 하루 500통, 카톡이 하루 2000통, 각종 모임에 축사나 인사말이 하루 평균 2건….

한 사람 얘기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일찍이 무엇이라 불러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정도로는 그를 대표적으로 소개하기엔 아직 한참 모자란다.

잘 알려진대로 그냥 ‘인맥의 왕’ 박희영 총재라고 해야겠다. 총재라는 직함은 G 20 청소년미래포럼 총재에서 따 온 것이다. 무슨 무슨 회장이라고 해도 나열할 게 너무 많다.

“오늘도 사무실에 10팀 정도 찾아와요. 3월 계획표 보세요”. 직접 만든 작은 달력에 연필로 쓴 일정이 빽빽하다. 물론 독서신문 인터뷰도 작게 씌여 있다. 바로 전 미팅이 30분 늦어지는 바람에 기자 일행은 근처 찻집에서 시간을 보내야했지만.

'인맥의 왕' 박희영 총재. 하루 24시간을 쪼개 28시간으로 쓰며, 반성 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잠자기 전 하루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꼭 갖는가고 한다.

많이 바쁘시죠, 라는 초면에 으레 하는 인사말이 마침내 박 총재의 로켓에 불을 붙였다. 로켓이 붉고 노란 불을 뿜으며 대지를 박차고 솟아 오르듯 별다른 예열도 없이 박 총재의 혀는 엔진이 풀가동한다. “70학번이고요, 퇴직한지 13년 됐습니다. 지금은 인맥의 왕으로 살고 있죠. 포털에 검색해보세요. 명함이 16갠가 되고요”, 그 다음 내용은 여러단체 회장직이라 다 옮기지는 않겠다.

“기자님은 지금 대한민국 최고 부자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가 TV ‘아침마당’에 나갔더니 이금희 아나운서가 저를 그렇게 소개하더라고요. 재벌의 개념이 바뀌어야 합니다. 돈이 많다고 재벌이 아닙니다. 인맥, 영향력 큰 사람이 진짜 부자죠”. 새로운 부자론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5분이 안됐다. 받아 적는 여기자의 손은 예비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자판을 날아다닌다.

차에 옷 모자 바지 30여벌
상황 맞춰 하루 3번 갈아입어

아침 명상, 자기 전 반성
반성 리스트에 ○X 체크

‘인맥의 왕’이 된 내력을 그는 쉽게 말했지만 결코 실천은 간단치 않다. 그러기에 그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밥 사고 커피 사고 호프 한 두 잔 산 것 밖에 없어요. 그랬더니 인맥의 왕이 됐어요” 절반은 과장이다.

그가 다시 털어 놓는다. “저는 저를 찾아오는 손님은 절대로 빈손으로 보내지 않습니다. 책 한 권 주고, 와인 한 병 줍니다. 이게 제 신조입니다. 그래서 하루에 책 수십 권, 와인 수십 병이 나갑니다” ‘인맥의 왕’이라는 타이틀에 조금 접근한 것 같다.
 
인맥의 왕, 영양가 있는 타이틀인가. “영양가 없어요. 그냥 남 도와주는 게 좋아서 하는 거예요. 제가 워낙 사람을 좋아해서 남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라는 생각으로 삽니다. 그래서 건배사도 ‘여기저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여기저기’는 여러분의 기쁨이 저의 기쁨이라는 뜻이다. 연말 건배사에 한 번 써 먹어야겠다고 머리속에 넣었다. 건배사를 몇 개 더 들려줬다.

그는 건배사를 많이 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결국 유머 소재를 많이 알아야 모임에서도 분위기 살릴 수 있고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자신이 만든 달력의 3월 일정을 보여주는 박 총재, 빈틈없이 빽빽하게 메모돼 있다.

이는 그가 지은 『리더의 모자란 1%』 책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건배사를 말한 김에 그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제 차에는 옷이 10벌, 모자 10개, 바지 10개 있어요.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갈아 입어야 하니까요. 하루에 보통 3번 갈아 입어요” 모자는 왜 필요하고 또 10개씩이나? 웃는 박 총재 “노는 데서는 모자 쓰는 게 좋더라고요. 노래방에서 모자 쓰고 노래 불러봐요. 분위기 제대로입니다.” 그러면서 일어나 몸을 가볍게 흔들며 춤을 보여준다. 꽤나 ‘놀아본’ 스텝이다.

박 총재 말이 이어진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돌 춤 배우러 다녀요. 뭐든지 준비해야 해요. 67세 노인이라고 앉아 있으면 누가 알아줍니까.” 백번 맞는 말이다. 준비하고 공부해야 성공한다. 준비도 안하면서 성공을 꿈꾼다고?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상대방에 좋은 친구가 되려는 노력은 않고 좋은 친구를 가지려고만 해요. 내 자신이 좋은 친구가 돼야 합니다”

그의 친구론은 인상적이다.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 먹으러 찾아가고 취미도 맞춰보세요 라고 덧붙인다. 자기가 근무하는 광화문으로 부르지 말고 친구가 있는 강남으로 간다고 했다.

아까부터 묻고 싶은 게 있었다. 틈을 노려 “돈벌이는 하세요?” 라고 물었다. “좋은 일 한다고 주변에서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관세사 일도 하고요. 돈은 들어오는 족족 씁니다.” 그러면 그렇지, 친구 좋아하고 모임 좋아하는 사람에게 돈이 붙어있을 턱이 있나. 그러나 마지막 한마디가 비장의 무기처럼 들렸다. “인맥이 넓다 보니 정보도 많아요”

그는 부지런하다. 하루를 28시간으로 쓴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일정을 적는다. 몇 시에 누구와 만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대화 소재는 무엇으로 할지 등 하면서 20분간 명상을 한다.

그리고 저녁엔 20분 동안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여기에 또 ‘인맥의 왕’이 된 비결이 숨어 있다. 내가 남한테 실수한 건 없나 하면서 45년을 했다. 하루를 허겁지겁 시작하는 것보다 하루 40분을 번다.

‘나의 반성문’이라면서 연필로 꼭꼭 눌러 쓴 노트를 보여준다. 체크 리스트 60개를 만들어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X 표시를 한다. 하다못해 골프 친 날짜 장소 스코어에 동반자 이름까지 빼곡하다. 메모광이다. 호텔 조찬 모임에서 좋은 강연을 들었는데 수첩이 없어 냅킨에 메모를 했다며 보여준다. ‘주식 투자는 저축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렇게 적어 놓으면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거든요”
 
그는 하루도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놀았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사람들은 투덜대지만 그는 운동이라 생각하고 콧노래 부르며 계단을 오른다. 일도 노동이 아닌 놀이로 생각하라고 주문한다. 그래서 새벽 2시에 ‘퇴근’한다. 진짜 놀다보면 그렇게 늦을 수도 있겠다고 기자는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노느라 정신없이 바쁜’ 생활이지만 누구보다 즐겁다. 그에게 ‘비결’을 캐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무릇 실천이 어렵기에 ‘비결’이라고 한다. 그런 실천을 그는 즐겁게 한다.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9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으니 날 때부터 ‘인맥’이 남달랐다. 그것도 ‘인맥의 왕’ 비결이라면 비결 같다.

/ 기록=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1호 (2017년 4월 10일자)에 실렸습니다.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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