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 "냇물이 건물 안으로 들어올 것만 같은, 냇물과 건물 사이의 긴장감".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교토 한복판 작은 강가에 건축물을 디자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안도 다다오는 교토 다카세 강과 산조 거리가 교차하는 곳에 건축물을 디자인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이 강은 폭 5m, 깊이는 불과 10㎝로 강이라기보다는 개천이다.
이 개천에 면해 세워진 건물들은 대부분 물을 등지고 있다. 이는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자연의 수공간이 도심 속 천덕꾸러기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안도 다다오는 개천 쪽을 향해 개방된 건물 Times 1, 2를 디자인한다. 평범한 입방체의 작은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흐르는 물 쪽으로 개방된 구조는 그 어떤 현대 건축물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건물 1층 바닥면은 흐르는 물 높이보다 불과 20㎝밖에 높지 않았다. 그래서 1층 공간에 앉아있으면 물 위에 건물이 둥둥 떠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건물과 자연이 혼연일체가 된 것으로 이는 동아시아 건축물이나 예술품이 수 천 년 동안 지향해왔던 가치이기도 하다. 안도 다다오는 일본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거장으로 명성을 얻었다. <62, 63쪽 요약>
* 안도 다다오의 공로는 ‘물’에 있다. 시멘트 건축물에 규모가 큰 수공간을 도입, 서양 건축물에서는 볼 수 없는 매력적인 건축을 선보여 왔다. 일본 효고현 아와지에 있는 유메부타이의 수공간이 대표적이다.
맑고 투명한 물이 넓게 펼쳐진 위에 단순한 모양의 시멘트 건물이 드리워진 모습은 그 어떤 장식적인 건물보다 눈에 띈다. 서양 건축물은 항상 드넓은 대지 위에 홀로 우뚝 서 있으면 서 있지 이처럼 형체가 불확실하고 게다가 투명한 물을 바닥에 딛고 올라선 경우는 없다. 얕지만 넓게 펼쳐진 물을 끌어들여 이 건조한 시멘트 건물을 사색과 해방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위의 무한한 공간을 그대로 머금은 덕에 얇은 수면은 평면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가진 초현실적인 공간이 됐다. <88, 89쪽 요약>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0호 (2017년 3월 27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