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홍매화 피더이다
붉게 피는데 소리가 어찌 없었으랴
발밑이 시린 어느 날,
죽었다 깨어난 어린 누이의 환청처럼
별들이 모였다 헤어지는 저 소리
비스듬 햇살에 흰 그림자 부서지는 소리
바람이 허공에 닻을 내리자
수맥이 한 땀 한 땀 올라가는 저 소리
꽃잎 열리는 데 사연이 어찌 없었으랴
바람에도 가지는 부풀어
마디가 흥에 겨워 마디를 낳았고
눈보라에도 줄기는 살이 올라
옹이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옹이를 길렀다
불현듯 남풍 소문에 문풍지가 붉게 울린다
뜨락이 열리며 먼 산이 다가와 미소짓는다
* 이 시는 격주간 독서신문 1619호 (2017년 3월 13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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