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처럼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은 뮤지컬 넘버가 있을까.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소설이든 공연이든 각자 ‘지킬앤하이드’에 얽혀 있는 추억과 감동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200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지금까지 10여년간 누적 공연횟수 1000회, 누적 관객수 114만명을 돌파한 만큼 그동안 여러 배우들이 무대를 거쳐 갔고, 많은 관객들이 매혹적인 스토리와 넘버에 반했다.
8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5월 2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되는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는 새로운 방식으로 기획돼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합작 공연은 브로드웨이 스태프로 구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한국의 창작진이 주가 됐다.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오필영 디자이너는 2층 구조의 다이아몬드형으로 무대를 제작해 관객들이 공연을 다각도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약 5~6m 높이의 거대한 세트와 조명으로 지킬의 실험실을 구현해냈다. 지킬의 집, 루시의 클럽, 영국의 거리 등 무대는 매 장면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 극의 몰입을 돕는다.
여기에 원캐스트로 공연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일품이다. 브로드웨이 프린스라 불리는 카일 딘 매시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타고난 무대 매너로 지킬과 하이드 역을 완벽히 소화해낸다. 말 그대로 무대 위의 그는 광기 어린 이중인격 지킬 앤 하이드다. 유능하고 따뜻한 마음의 지킬과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본능의 존재 하이드를 오가며 ‘대결’을 부르는 장면 뒤에는 관객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아메리카 아이돌 시즌 3’ 준우승자로 파워풀한 보이스를 자랑하는 다이애나 디가모는 런던 클럽에서 일하는 무용수 루시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섹시함과 천진난만함을 고루 가진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을 금방 매료시킨다. 지킬의 약혼녀 엠마 역은 사랑스러운 외모와 청량한 음색의 린지 블리븐이 맡았다. 월드 투어 서울 공연부터 합류한 카일 딘 매시와 다르게 두 여배우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방 공연을 함께해 매 회차 완성도 있는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다.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지킬과 그런 신념을 저지했던 위선자들을 처단하는 하이드를 통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표현한 ‘지킬앤하이드’. 이번 월드 투어 공연을 통해 다시 한 번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 영어로 진행되는 만큼 무대 양옆 스크린에 뜨는 자막을 무대와 번갈아가며 보는 것은 관객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 이 기사는 2017년 3월 27일자 독서신문 [뮤지컬] 지면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