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대선주자 - 이재명] 『이재명의 굽은 팔』 "공장 라커실 일하며 후각기능 절반 상실"
[책으로 만나는 대선주자 - 이재명] 『이재명의 굽은 팔』 "공장 라커실 일하며 후각기능 절반 상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3.22 11: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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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굽은 팔』      
이재명·서해성 지음 │ 김영사 펴냄 │ 272쪽 │ 13,000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이 책은 이재명을 말하기 위해서라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밝혔다. 스스로에게 이재명을 설명하고,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꿈꾸었는지 등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라고 머리말에 썼다. 정리해 옮긴다. ‘나’는 이재명이다.

* 나는 경북 영양군 청기면, 봉화군 재산면, 안동군 예안면, 3개 군이 만나는 접경지대 청량산 자락 꼭짓점에서 태어났다. 형제는 아홉이었다. 믿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그 시절 늘 배가 고팠다.

내가 식물 이름을 줄줄 꿰는 건 그 때문이다. 먹을 수 있는 풀과 꽃과 나무를 나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봄이면 참꽃, 찔레, 시금치라고 부르던 신질경이가 돋는 골짜기로 내 발길이 나를 이끌었다.

삶의 무게에 눌려 살아가던 어머니는, 생일 따위를 따로 쇨 리 없었던 자식이 태어난 날이 22일인지 23일인지 헷갈렸다. 점을 쳐서 내 생일이 23일인 것을 알아냈다. 그때부터 내 생일은 음력 10월23일이 됐다. 점쟁이는 다섯째(이재명)를 잘 키우면 호강할 거라고 좋은 말 해주고 겉보리 한 되를 받았다.

1976년 국민(초등)학교를 마치고 얼마 안 있어 2월 26일 일곱 시간 걸리는 청량리행 완행열차를 타고 다시 239번 버스를 갈아타며 다음 날 새벽 도착한 곳이 바로 성남이다.

* 15세에 야구 글러브와 스키 장갑을 만드는 대양실업에 들어갔다. 잠깐 시다생활을 거쳐 빠른 속도로 프레스공이 됐다. 빨리 기술자가 돼야 월급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몰래 작업을 해봤기에 빨리 프레스공이 된 것이다.

초급 기능공 단계까지 갔을 때 프레스가 내 손목 관절을 으깨면서 골절이 일어났다. 다행히 손목 전체가 찍힌 게 아니라 바깥쪽이었다. 치료는 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듬해 키가 15cm나 자랐지만 관절이 으스러진 부분은 성장판이 깨져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 손목이 뒤틀렸다. 징병검사 때 군의관이 엑스레이를 보더니 “이 새끼, 개판이구만”했다. 그렇게 팔은 손목 관절과 함께 개판으로 굽어버렸다. 나는 지금도 한 손으로 넥타이를 매야 한다. 한쪽 손목뼈가 없으므로.

* 17세에 오리엔트 시계공장에 취업해 시계공이 됐다. 공부하려고 혼자 작업하는 라카실을 지원했다. 아세톤과 석면과 벤졸을 마셨고 후각 기능 55%가 괴사했다. 그 뒤 나는 가장 좋아하는 복숭아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됐다.

* 대학시절 나는 『태백산맥』을 품어 읽었다. 그때마다 내 가슴에서 산맥 하나가 불쑥불쑥 자라났다. 광주항쟁과 더불어 『태백산맥』은 내 삶을 바꾸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는 내게 문학이라기보다 향토지였다. 내가 성장하고 일하고 공부하던 곳, 바로 광주대단지사건, 곧 성남 탄생에 관한, 버림받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으므로.

『만인보』는 읽는 책이 아니라 만나는 책이다. 나는 『만인보』에서 문학을 통한 진짜 민주주의를 만났다. 문학은 정녕 나를 나로 있게 하는, 망가진 세상을 인간으로 품게 하는, 패배와 굴욕에서조차 빛을 찾아내는 지혜요, 등대다. 나는 오늘도 등대에 불을 켠다.

* 이 세상에서 꼭 한 가지만 해야 한다면, 나는 광화문광장에 도서관을 짓고 싶다. 기둥 스물네 개짜리 도서관. 24시간이나 24절기도 뜻하지만 한글 자모 스물네 자를 상징하는 기둥을 세우고 문이 스물네 개 달린 도서관을 짓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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