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부모 등골 휘는 재수학원비…월 평균 160만원 달해
[단독] 학부모 등골 휘는 재수학원비…월 평균 160만원 달해
  • 김주경 기자
  • 승인 2017.03.21 11:0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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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3년째 교습비 동결…부수비용으로 편법 인상

[리더스뉴스/독서신문 김주경 기자] #1.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 씨(50)는 딸이 다니는 재수학원 월 고지서만 보면 분통이 터진다. 기본 교습비만 매월 96만원. 여기다 매월 교재비 30만원에 급식비 30만원까지 포함하면 150만원은 훌쩍 넘는다. 비싼 재수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1달 전부터 매일 6시간씩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만만치 않은 재수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부담됐던 최 씨는 자녀에게 수도권 4년제 대학이라도 가라 권했지만, 딸이 끝까지 재수하겠다고 우기는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2월부터 신촌 소재 M 재수학원을 등록시켰다. 하지만, 막상 등록하고 보니 한 반에 40~50명이 넘는 인원이 하루종일 앉아 수업을 듣는데 과연 성적이 학원 브로슈어만큼 진짜로 오르는지 의문이 든다고...

경기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재수학원만은 예외인 듯 하다. 사교육 열풍에 이어 불어닥친 재수 열풍은 고스란히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져 ‘에듀푸어’((사)교육비로 인해 노후를 준비하는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는 재수학원 관련 규제가 이뤄져야 함에도 학원법의 한계에 부딪혀 학부모들의 부담만 더 지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재수종합반 월 평균 비용 161만원…강남권 가장 비싸, 노량진도 100만원 넘어

서울 지역을 대표하는 대표 교육 상권은 크게 강남, 대치, 목동, 노량진 4구역으로 나뉜다. 근방에는 100m마다 학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재수학원은 매년 고정 수요층이 형성돼 있다 보니 이들에겐 경기불황이 먼 나라 얘기다. 

수능을 치른 후 일찌감치 대학진학 전쟁을 포기하고 재수를 택한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대성, 청솔 등 일부 재수 종합학원을 비롯해 이투스와 같은 인기 독학 재수학원은 2월 중순 특별반 학생모집은 이미 마감됐다. 매일 아침 7시~7시 반 사이 청담·대치·강남권에 사는 학부모들은 차로 자녀들을 학원에 데려다주는 등 강남 일대가 꽉 막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강남, 대치, 목동, 노량진 소재 10곳 재수종합반 평균 학원비를 조사한 결과 월 평균 1,612,270원으로 집계됐다. 이 금액은 9급 공무원 5호봉 월 급여와 맞먹는 수준이다. 재수학원비가 학부모 등골 브레이커라는 농담이 괜한 말이 아님을 보여준다.

▲ 강남권 재수학원(강남대성, 강남청솔, 강남하이퍼, 이투스 독학재수) 비용 단가

강남구 소재 학원 4곳에 대한 월교습비는 강남교육지원청이 책정한 교습비 단가수준는 넘지 않지만, 서울지역 중 제일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학원 별 교습비를 살펴보면 3곳 학원비 평균 1,755,300원(재수학원 종합반 기준, 강남 이투스 학원 1곳은 독학 재수학원으로 제외)으로 집계됐다. 학원비가 가장 높았던 곳은 강남 청솔학원으로 월 기본 교습비만 1,165,500원이며 교재비와 급식비, 매월 치러야 하는 모의고사 비용까지 포함하면 재수학원 비용이 1,865,100원에 달한다. 그 다음 비싼 곳은 강남 하이퍼학원(월 1,767,200원), 강남 대성학원(월 1,633,600원) 순이었다. 

강남권 독학 재수학원도 비용을 각기 따져보면 비용은 비등하다. 강남 소재 독학 재수학원은 평균 학원비가 90만 원대로 조금 더 비용이 저렴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바로 수업을 하지 않고 과목별 자습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과목별 인터넷 강의를 별도로 수강해서 들어야 하는 점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통상 메가스터디 인터넷 강의가 연간 50만원이 넘는 수강료를 내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수정규반과 비교했을 때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 목동 재수학원(목동종로, 목동청솔) 비용 단가

목동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근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두군데 학원의 월평균 학원비는 1,683,700원으로 집계됐다. 목동 청솔학원 월 기본 교습비는 1,095,000원으로 여기에다가 매월 60만원에 달하는 교재비, 급식비를 내야 한다. 그러면 월 1,714,200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목동 종로학원 월 기본 교습비는 1,078,000원으로 여기에다가 부수비용을 합하면 1,653,200원이 든다.

특히 목동의 경우 평균 논술 모의고사비(첨삭비용 포함)가 약 5만원에 달한다. 이는 강남권보다 논술 모의고사비 평균 1~2만원 정도 더 드는 셈이다. 이처럼 재수학원에서 기본교습비는 교육지원청이 책정한 교습비 상한선을 넘지 않도록 해놓고 교재비, 모의고사비, 급식비를 조정해 학원비를 은근슬쩍 인상하는 편법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대치동 재수학원(강남메가스터디, 청어람) 비용 단가

대치동 거주 재수생들 중 상당 수 강남메가스터디를 선호한다. 이 학원은 월 학원비 1,814,500원(월 기본교습비 1,150,000원, 급식비 교재비 등 부수비용 약 65만원 소요)으로 10곳 학원 중 재수비용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은 다른 학원과 달리 97년생보다 나이가 많은 재수생은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남메가스터디 학원 측은 “연령제한을 두는 이유로 재수종합반 특성상 1반에 수용인원이 많다보니 연령을 좀 더 쾌적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원의 이런 조처가 학생들의 교육기회를 차단하고 교육 불평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학원업계의 몰상식한 학원비 담합을 규제하고, 재수 학원비에 따른 학부모들의 가계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학원법이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량진 재수학원(노량진종로, 스카이에듀, 노량진메가스터디) 비용 단가

노량진이 그나마 재수비용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량진에 소재한 학원이 즐비한데다 학원별 가격 경쟁이 학원비를 낮추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월 평균 기본 교습비는 77만원~89만원으로 서울 지역 중에서 가장 낮았으나 여기에다 교재비와 급식비 모의고사비 등 부수비용이 50~60만원이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것을 견줘보면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재수생들 역시 월 평균 135만원에 달하는 재수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  교습비 책정 교육지원청 소관…불투명한 교습비조정위 운영이 학원비 편법 상승 유도

강남교육지원청은 지난 2014년 6월 교습비를 1분당 142원으로 책정했다. 50분 단위로 환산하면 5,550원이고, 주말을 제외한 평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1,249,600원이 된다. 

월 기본교습비 상한선 책정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학원법 시행령)’제17조의2(교습비등의 조정명령)에 따라 지역별 교육지원청이 정한 교습비 기본 단가를 넘어설 경우 행정처분을 받게 되며, 위반 강도가 심할 경우 최대 등록말소라는 제재까지 받게 된다. 이는 교육지원청에 등록 신고한 모든 학원이 대상에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교습비 외부표시제'도를 의무화 했다. 이는 학습자들이 학원·교습소에 들어가지 않고도 외부에서 교습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게시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학원·교습소가 '교습비 외부표시제'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1차 적발 50만원, 2차 적발 100만원, 3차 적발 200만원)을 받게 되며 벌점(1차 적발 10점, 2차 적발 20점, 3차적발 30점)을 부과해 벌점이 31점 이상인 경우 '교습정지', '66점 이상인 경우 '등록말소'가 된다.

통상 교습비 책정은 지역교육지원청 별 교습비등조정위원회에서 지역 별 땅값이나 임대료, 특수성과 교육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교습비 책정이 이뤄진다. 강남지역은 워낙 임대료가 비쌀 뿐 아니라 남부권, 강남권, 송파권에서 경제력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학부모들의 비중이 높아 교육수요가 기본적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학원 교육비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남부교육지원청의 교습비가 가장 높은 이유는 노량진 인근에 대규모 학원 상권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재수학원이 포함되는 입시학원 외에도 공무원 대비 학원, 취업 준비학원 등 각종 학원가가 즐비하다 보니 남부교육청 산하 교습비조정위원회에서 일부로 교습비를 높게 책정해 각 학원들의 교습비가 상한선을 넘지 않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조사한 ‘11곳 교육지원청별 입시학원 및 보습학원에 대한 종합반 교습비 분당 단가’를 보면 서울 전체 11곳 교육지원청 중 남부가 분당 150원으로 가장 높고 강남이 2번째로 높다. 그 다음 중부(130원/분당), 강서(119원/분당), 북부(114원/분당), 성북 (111원/분당), 동부 (111원/분당), 강동송파 (98원/분당), 서부(80원/분당), 동작관악 (66원/분당), 성동광진 (미표기)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각 교육지원청은 자체적인 분당교습비를 기준으로 학원과 교습소의 과도한 교습비에 대한 조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원법  학원 입구에 학원에서 책정한 교습비 원가를 문앞에 부착하도록 법하지만, 2014년 6월을 기점으로 마지막 조정 명령이 이뤄진 이후 각종 소송에서 교육청이 패소하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분당교습비 산정 시 고려요소가 충분치 않고, 단순히 기준보다 비싸다는 것만으로 교습비 과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교습비등조정위원회의 운영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현재 각 지원청별로 학원관계자, 학부모, 교육지청 담당자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구성원의 명단, 회의록 등 관련한 내용을 찾기 어렵다. 운영 자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요구하는 근거의 명확성, 합리성 등을 담보하기는 당연히 어렵다. 교육계에서는 교습비 조정명령이 그 효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교습비등조정위원회의 투명한 운영이 시급하다. 

강남권 일부 학원에서는 명문대학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학생들을 지나치게 혹사시킨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지만 학원법에는 재수학원에 대한 규제를 가할 수 있는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나 조치를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 학원정책팀 또한 "재수학원들이 불법 운영 및 법률 위반을 했을 경우 벌점 부과, 행정처분을 강하게 부과하는 법률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국회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부분이기에 당장 도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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