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알아주는 다독가이다. 다독이면서도 읽은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실천 가능한 것들을 체크하는 등 책을 해부하고 다시 짜 맞추어 자기 것으로 만드는 특별한 애서가이다.
서 회장은 자신의 삶과 경영 이야기를 담은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에서 분야별 추천도서 목록을 공개했다.
마치 도서관 사서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낸 듯 다양하고 무게가 느껴지는 책들이다. 목록의 제목은 겸손하게도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아는 것이 많고 생각이 깊으며 비전이 뚜렷한 경영인의 모델로 불리는 서 회장의 ‘함께 읽고 싶은 책’을 분야별로 요약해 소개한다.
◇ 순수 문학= 셍텍쥐페리 『어린 왕자』, 꿈이 담겨 있어 좋다. 그리고 유치환 시집과 다른 시집들이 좋다. 시집을 늘 구입해 읽는다.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유치환이다. 강한 의지력이 느껴진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한 「바위」 「깃발」과 더불어 「뜨거운 노래는 땅이 묻는다」이다. 윤동주 서정주 보들레르도 좋아한다. 요즘에는 월트 휘트먼의 시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를 가장 즐겨 읽는다.
◇ 미술= 사이먼 샤마 『파워 오브 아트』.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 미술 도서를 여러 권 읽은 뒤 작품을 보면 이해가 훨씬 쉽다. 미술 서적 중 가장 인상적인 책이다. 권할만하다.
◇ 음악= 케이티 헤프너 『굴드의 피아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사랑한 단 한 대의 피아노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다큐멘터리처럼 담긴 책이다. 굴드의 예술 세계를 탄생시킨 과정 등이 드라마틱하다. 대학 때 굴드에 열광했었다. 30년만에 다시 굴드를 만났다.
◇ 건축 = 사람이 건물을 짓지만 건물이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바우하우스 관련 도서들이 좋다. 나에겐 건축 입문서다. 건축은 책으로 접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도록을 한 두권 사서 보거나 사진 위주로 읽어보다가 흥미 있는 건축물이 생기면 깊게 들어가는 게 좋다.
이 책에 감흥을 받아 여러 권 읽었고 아모레퍼시픽 인력개발원을 설계할 때 바우하우스를 참고해 건축 방향을 잡았다. 연구동 강의동 연결동 등으로 건물을 설계했다. 그 후 김종규 교수 소개로 건축가 알바로 시자를 알게 됐고 그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읽었다.
◇ 여행 = 송동훈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 여행도 아는 만큼 보인다. 유럽과 지중해에 얽힌 역사를 큰 그림에서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면 눈으로 보고 지나치는 여행이 아니라 세계사가 눈앞에 펼쳐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종교, 동양 고전, 자기 계발 / 경영학 / 역사가 3차례에 걸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