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성 『소설 마시는 시간』 - “한잔 하시겠어요?” 책이 술을 권한다, 아름다운 문장엔 인생이 담겨 있어요
정인성 『소설 마시는 시간』 - “한잔 하시겠어요?” 책이 술을 권한다, 아름다운 문장엔 인생이 담겨 있어요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3.0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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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지영>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연희동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술을 즐길 수 있는 바(Bar)이자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서점의 기능을 겸하고 있는 ‘책바(Chaeg Bar)’다. 책바에서는 ‘책 속의 그 술’을 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나오는 커티삭 하이볼이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 나오는 압생트를 파는 식이다. 그리고 책과 술을 함께 구매하면 특별 할인도 해 준다. 

이 특별한 공간을 운영하는 정인성 씨의 이야기를 『소설 마시는 시간』에서 더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가 처음 ‘책과 술’이라는 소재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의문을 표했다. 책과 술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일 수 없는 조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가설과 도전으로 가득 찬 이 책을 펴냈다. 술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하고 책도 틈틈이 읽다 보니 나름의 가설이 세워졌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술에는 각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렇게 10년 전부터 개인 홈페이지에 짤막하게 남겨온 독서 리뷰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됐다. 

정인성 씨는 『한국이 싫어서』, 『우리는 사랑일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호밀밭의 파수꾼』 등 18편의 책과 술을 함께 소개한다. 가령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구절을 먼저 소개한다. “‘우리랑 같이 한 잔 마시면 어때요, 크리스천?’ 엄마는 웨이터에게 손을 흔들었고, 웨이터는 즉시 모습을 나타냈다. ‘진 토닉으로 하겠습니다’ 크리스천이 말했다. ‘만약 있으면 헨드릭스나 봄베이 사파이어로, 헨드릭스에는 오이를, 봄베이에는 라임을 같이 넣어줘요’” 

이를 통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한 뒤, 웨이터가 들고 온 오이가 들어간 헨드릭스 진 토닉(Hendrick’s Gin and Tonic)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라임 혹은 레몬을 가니쉬로 첨가하는 보통의 진 토닉과 달리, 헨드릭스 진 토닉에는 오이를 가니쉬로 넣습니다. 오이 에센스에 오이가 추가되니, 그야말로 향과 맛이 증폭돼 상큼한 청량감이 일품입니다. 분명 술을 마시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영양제를 먹는 듯 건강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 자기 관리가 철저한 크리스천 그레이가 헨드릭스 진 토닉을 주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책바를 찾는 손님들과 이야기하듯 구어체로 풀어내 쉽게 읽힌다.

■ 소설 마시는 시간       
정인성 지음 | 나무,나무 펴냄 | 244쪽 | 13,000원

* 이 기사는 2017년 3월 13일자 독서신문 [요리book 조리book] 지면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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