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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 『되찾은 : 시간』 낸 동네책방 ‘프루스트의 서재’ 주인 박성민 "월세 내고 14,500원 남았어요"

『되찾은 :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펴냄 │ 256쪽 │ 13,800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가슴에 책을 품고 사는 사내가 있다. 책들은 밤마다 뛰쳐나와 비둘기처럼 날아다니고,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기어 다니고,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모두가 비좁은 서가에서 고생했음을 위로하고 평상에 널부러진 친구들을 일으켜 세운다.

시집들은 서로 깊이를 겨루고, 소설은 길이를 뽐내고, 역사책은 무게를 재느라 번잡하다. 한쪽에선 낮에 본 손님들 숨소리까지 기억하며 웃고 까불고 또 다른 쪽에선 새로운 친구들과 인사하며 악수를 나눈다.

드르륵, 아침에 문이 열리면 책들은 일제히 제자리를 찾아 날아갈 듯 숨는다. 두런두런 밤에 쏟아놓은 말들이 자욱하다.

비로소 10평의 하루가 열리고 책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하다. 겨울 끝자락의 비스듬 햇살이 진한 커피향을 타고 책방 바닥부터 따뜻하게 차오른다.

‘프루스트의 서재’. 주로 헌책을 파는 동네책방이다. 경차가 헐떡이며 금호동 언덕을 오르자 시야가 탁 트인다. 맞은편에 아파트가 전망을 좀 가리지만 헌책방이 전망 먹고 사는 장사는 아니잖나. 간판이 단연 돋보인다. 책방지기라는 주인은 편의점 도시락을 주로 먹는 40세 미혼의 박성민.

'프루스트의 서재' 주인 박성민씨

하루 손님 서너 명, 매일매일이 힘겨운 ‘생존’

그래도 동네단골 여럿, 책 추천 부탁 받기도

도서관 더 지어야 동네책방 공생에 도움

기자 3명이 들어가니 등유 난로를 피워준다. 유량계 눈금이 가난한 주인을 쳐다보는 것 같다. 귀한 손님이라고 생강차를 낸다. 세 잔 내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래도 프루스트의 서재라는 글귀가 박힌 머그컵이다. 낭독모임 회원이 만들어 줬다고 한다.

그는 2015년에 이 헌책방 문을 열고 『되찾은 : 시간』이라는 책을 2016년 11월 냈다. 책은 헌책방 ‘프루스트의 서재’를 열면서 겪은 1년을 2015년 1월 2일부터 일기 형식으로 기록했다. 첫날인 2015년 1월 2일, 동네책방 시작이라는 건조한 문장으로 일기는 시작한다. 그는 책방의 하루를 적는 일기가 생존을 위한 기록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라고 첫날을 기록하고 있다.

생존. 잘 사는 게 아니라, 그냥 버틸 때 우리는 이 말을 쓴다. 문을 연 지 2년이 넘었다. 자리를 잡았나 궁금했다. “어떤 의미로는 자리를 잡았죠. 하루 평균 3~4명 정도 찾아오세요. 매출은 공간을 유지할 정도죠” 공간을 유지하는 게 그로선 생존이다. 보통 12시에 문을 열어 8시에 닫는다. “동네 분들은 퇴근길에 주로 찾고요, 지금은 그래도 손님 늘었습니다” 때로는 자정까지 문을 연다. 기름값이 걱정됐다.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금호동에 이런 책방이 있다고 말하는 분들 입소문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기자가 답답한 마음에 돈을 벌려면 마케팅이 좀 필요하지 않나, 예를 들어 ‘봄맞이 책을 읽읍시다’ 같은 작은 플래카드라도 걸면 어떤가 권했다. “돈은 벌어야죠. 하지만 (길거리 마케팅)그렇게 해서 책을 읽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읽을 분들은 읽어요” 책읽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엿보게 하는 순간이다. “SNS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홈페이지도 있으니 나름…(홍보는 하고 있는 셈이죠)” 

2015년 1월 문을 연 ‘프루스트의 서재’ 간판은 부친이 만들었다.

‘프루스트의 서재’엔 책이 2500권 있다. 잘 정리된 채 있는 게 아니라 삐딱하게 서가에 얹힌 녀석이 있는가 하면 숨막히게 쌓인 녀석들도 많다. 책장은 빨래방에서 가져온 것이라 속이 깊어 책 넣기는 안성맞춤이다. 원래 가지고 있던 책 1500권으로 시작했다. (그는 헌책방에서 4년 일했고 큰 서점에서 7년, 그렇게 10여년 일하면서 사들이고 모은 책이 그 정도 됐다. 그래서 책방 여는 데 최소한 책 문제는 없었다) 신간도 꽤 들여다 놓는다. 소설 등 순문학도 있지만 인문학 책이 훨씬 많다.

그는 책이 좋아 책방을 열었다.  어려서부터 책이 좋아 주로 남산도서관에서 읽으며 문학소년으로 자라 중학생 땐 겉멋이 들어서인지 독일 프랑스 소설을 많이 봤다고 한다.  글 쓰는 게 좋아 책방을 낸 것 같다. 소설도 준비 중이다.

그런데 글 쓰는 게 좋아 책방을 열었지만 실상 글을 쓸만큼 한가하지 않다. 손님이 하루 서너명이지만, 책 입고 상황 메일로 처리하고 온라인 주문 책 우체국 들러 발송하고 손님 오면 응대해야 하는 등 은근히 바쁘다.

“돈벌이는 안 되는데 바빠요. 온라인으로도 조금씩 책 나가요. 특히 독립출판물들이 좀 호응이 있어요. 요즘은 『우울에 관한 이야기 :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이라는 책이 잘 나가요” 관련 사이트에 이러이러한 책을 만들고 싶다고 글을 올리면 모금을 통해 책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책 나오면 지원해준 분들에게 한 권씩 드린다. 독립출판물이 이런 매력이 있다.

잠시 책 『되찾은 : 시간』으로 가보자. 2015년 2월 15일 ‘월세를 냈다. 또 한 달 보낼 수 있다. 책을 판 돈을 고스란히 주인 집 계좌에 붙이고 났더니 멍해졌다. 해는 들었고, 내가 앉은 자리까지는 역시 오지 않는다. 우두커니 문 앞을 지키는 난로의 유량계는 슬그머니 나를 본다. 기름을 넣으면 머쓱히 딴청을 피울까. 어색한 사이, 어색한 손님이 들어와 책을 둘러본다. 책 두 권을 팔아넘기고 쥔 돈, 유량계가 다시 가만히 나를 본다’ 3월 15일 일기에선 이렇게 말하고 있다. ‘판매금액만 산정을 했더니 월세를 내고 14,500원의 수익이 났다.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서 수익이 났기 때문에 스스로도 놀랐다. 물론 처음이고 아직 평균치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 달이라도 다시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

“필요하면 가져 가세요” 바깥에 책 등을 내놓았다.

그는 14,500원에 대해 “수중에 남아 있는 돈이 145,00원이었죠. 정확하게 얼마나 쓰고 남아 있는지 계산하지는 않아요. 어느 정도 남아 있구나 하는 정도죠”

아까부터 유리창 쪽 서가에서 볕을 쬐느라 손님은 신경도 안 쓰던 까만 고양이가 살금 내려와 허리를 쭉 편다. 까순이다. 온 몸이 먹물에 담갔다 건진 것처럼 새까맣다. 암컷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냥 ‘순’자를 넣어 부른다고 했다. 친구를 통해 길고양이를 데려온 게 벌써 서너달이 지났다.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털이 매끈하다. 하루가 심심치 않고 책방에 머무는 시간도 까순이 때문에 좀 늘어난 것 같다고 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문화, 책방을 많이 찾게 하는 방법 등으로 흘렀다. “책방을 많이 오게 하려면 도서관을 많이 지어야 합니다. 그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고 도서관은 동네 책방을 통해 책을 구입하고, 그러면 동네책방도 고정 수입이 생겨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요. 이같은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합니다”

책방 주인들에게 늘 듣는 말이다. 도서관과 동네책방의 공생 공존은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힘들어 보이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이 일이 진전이 없다. “서점을 위한 지원이 있기는 해요. 저자 강연회를 한다거나 문화 프로그램을 한다거나 하면 지원하는데 그 것들을 안 하면 지원이 없어요”

그러나 정작 동네책방 주인들은 그런 보여주기를 매우 어색하게 생각하고 마뜩치 않게 본다. “그런 것 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동네책방 본연의 모습이 아니죠” 그는 단호하게 말하는 데도 절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고 조용조용하다. 본래 그렇게 내성적이다. 동네책방 주인들이 전시효과 같은 일을 할 만큼 외향적인 사람들이 없다는 걸 관청에서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 있다.

동네책방을 하다 보니 선의를 가장한 거짓에 가끔 휘둘리기도 한다. 유명 인터넷 주문 업체를 사칭하는 업자에 돈 뜯기는 걸 겨우 모면했는데 이번엔 무슨 테라피 업체에서 찾아온다. 어쩌고저쩌고 입에 발린 얘기, 파워 블로그가 어쩌고저쩌고, 무상지원이 어쩌고저쩌고 등 영세업자를 향한 속임수나 다름없다.

그래서 동네책방 주인에겐 하루하루가 생존이다. 잘 버티어야 한다. 그런가하면 주민센터 마을 행정팀에서 마을 공동체에 관한 도서들을 주문한다는 연락이 오기도 해 기쁨을 준다. 마을 공동체 실현에 동네서점이 한몫하는 것 같아 뿌듯했던 경우도 있다.

인문학 관련 책이 많다. 주인의 취향이다.

생존기록 앞으로도 계속되겠죠? 물음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요” 그는 자전거타기를 좋아해 자전거 여행을 많이 했다. 부산까지 전용도로로 달리기도 했다. 차로 다니며 보는 풍경, 걸어 다니며 보는 풍경과 사뭇 다르다는 설명이다. 자전거는 자전거만의 길이 있고 그만의 속도가 있어 그 나름대로의 풍경을 선사한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간다. 밟지 않으면 쓰러지는, 순전히 인간 근육과 힘줄에 의존하는 무동력 기계다. 페달을 밟는 게 자전거의 생존이다. 그처럼 박성민씨는 하루하루 그만의 페달을 밟고 있다.

금호동 ‘프루스트의 서재’,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따온 제목의 동네책방, 페달을 좀 더 밟으면 금호동 동네문화가 달라지고 좀 더 세게 밟으면 우리나라 동네책방 문화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가 되찾으려는 시간은 오늘일까, 내일일까. 그는 오늘도 ‘프루스트의 서재’ 문을 연다. 
/ 정리=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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