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매퀘이드 『미각의 비밀』-1] 복잡하고 자극적인 발효의 향미가 미각의 발전을 가져왔다
[존 매퀘이드 『미각의 비밀』-1] 복잡하고 자극적인 발효의 향미가 미각의 발전을 가져왔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3.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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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식량이 단순화되면서 음식물과 향미에 봇물 터지듯 혁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는 불을 길들인 사건과 비견할 만한 것이었는데, 바로 발효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발효는 세계 각지에서 많은 향미의 원천으로 자리 잡았는데, 그 흔적은 주정 외에도 와인, 맥주, 치즈, 요구르트, 두부, 간장, 피클을 포함해 수많은 소비재에서 발견된다. 

발효의 부산물로 이산화탄소, 산, 알코올, 다양한 분자 등이 생긴다. 이것들은 미생물에게는 쓸모없는 폐기물이지만, 선사 시대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그 향미는 복잡하고 자극적이었다. 알코올은 뇌의 화학에도 변화를 초래했는데, 억제를 완화시키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부드럽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새 느낌들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던 미각에 충격을 주었고, 향미 자체의 성격에 변화를 가져왔다. 

발효의 산물을 발견한 최초의 종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었다. 파나마에서는 고함원숭이가 알코올이 많이 든 야자열매를 자주 먹고서 취한 상태로 나무 사이를 건너면서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모험을 했다. 한 원숭이는 높이 9미터의 야자나무로 올라간 뒤, 옆 나무 꼭대기 근처에 달려 있는 밝은 주황색 열매를 붙잡으려고 점프를 했다. 그 원숭이는 코를 각각의 열매에 갖다 대고 신중하게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20분 만에 와인 두 병에 해당하는 알코올이 든 열매를 먹었다. 더 많이 먹을수록 원숭이는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이동하는 움직임이 점점 더 무모해졌다. 그래도 추락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안목이 있는 감식가였다. 마치 와인을 시음하는 것처럼 당분의 달콤한 맛과 알코올의 얼얼한 맛 사이의 균형이 딱 맞도록 열매가 적절하게 잘 익은 것을 골라내기 위해 각각의 열매를 맛보았다. 알코올을 마시는 것은 영장류가 늘 해오던 일이라고 생물학자 로버트 더들리는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이라고 불렀다. <119~123쪽 요약>

■ 미각의 비밀
존 매퀘이드 지음 | 이충호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380쪽 | 16,000원

* 이 기사는 2017년 2월 27일자 독서신문 1618호 [요리Book 조리Book] 지면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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