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깊은 삶, 비전이 있는 경영…'서경배 설명서'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
생각이 깊은 삶, 비전이 있는 경영…'서경배 설명서'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3.02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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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경영인이 안 됐다면 미술평론가가 되었을 사람, 와인 이야기로 상대방을 사로잡을 줄 아는 사람, 한국 전통 건축물 '서원'에 들어가 공간을 깨닫는 사람. 이 사람은 또 이순신에 빠져 육군사관학교 교본까지 구해 읽었다. 화장품회사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의 다양한 얼굴이다.
 
서경배 회장의 삶과 경영 이야기를 연대기 순으로 풀어 책으로 냈다. 짤막한 글 35편을 에세이처럼 엮어 읽기 편하다. 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처럼 무겁거나 교훈적이거나 대단한 비사를 간직한 듯한 분위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서경배 설명서’를 보는 듯하다.

서경배는 사소하다. 서 회장이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즐겨 읽었다고 하니 김훈 팬이 될법하다. 김훈은 '자신의 소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영웅이 아니다'라고 최신작 『공터에서』에서 말했다. 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엉거주춤하기도 한다. 서 회장 성격도 일면 그러한 것 같다. 가족을 위해 라면을 끓이고 해외 출장 갈 때마다 라면을 몇 개 넣어가고,  중국에선 시장통에 임원들과 걸터앉아 만두를 먹고, 직원들과의 술자리에서 '우리는 팀이 됩시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결과를 만들자'며 평범 속 비범을 말하기도 한다.

이런 대목에서 어느 하나 영웅(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실제로 기자가 본 모습 하나. 주최자로 제법 큰 행사를 치르면서 인사말을 할 때도 내빈들 앞을 지나는 게 몹시 조심스럽다. 심지어 어깨도 펴지 않는다. 허리도 의외로 많이 굽는다. 서경배는 그렇다.
 
서경배는 느낌이 있다. 그 느낌은 어려서 프라모델 조립에서 비롯됐다. 장장 여섯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작품을 만들었다. 집중력은 나중 성인 서경배의 인식구조를 지배하는 ‘느낌’을 만든 것 같다. 예술을 향한 마음은 늘 불꽃 같았고 역사를 보는 눈은 비전을 향해 있었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은 실용과 인생살이 깊이를 더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미술평론가를 꿈 꿀 정도로 해박한 미술지식은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2017년 11월 완공)에 미술관을 들여 놓기에 이르렀다. 음악도 즐겨 어려서부터 용돈으로 LP판을 사들였으며 언젠가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듣고 바로 드뷔시 아라베스크 1번 마장조라고 곡 이름을 말하며 곡 해설까지 덧붙일 정도다.

그 느낌은 이니스프리에서 절정(책 내용으로 보면)을 맞는다. 이니스프리 브랜드 리뉴얼을 하면서 직원들은 브랜트 콘셉트에 맞는 ‘휴식의 섬’으로 그리스 산토리 섬을 적극 추천했다. 서경배는 5분을 생각하다 말을 꺼냈다. “상상 속의 섬이 지상으로 떨어진 게 제주도 아닌가요” 이렇게 제주도는 서경배에 의해 ‘브랜드’로 태어난다. 서경배 '느낌'은 그렇게 견고한 바탕이 있다.

서경배는 사람을 생각한다. 신사옥 설계안을 보며 임원들은 30층을 주장했다. 그래야 수익을 더 낼 수 있으니까. 서경배는 달랐다. '회사 과시용이 되면 안된다. 우리에게 그리고 공공에게도 좋은 공간이기를 바란다'며 응모작 가운데 가장 낮은 21층으로 결정했다. 사람이 주인이 되는 건물, 공간 안에 머무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서원’얘기를 했다.

용인 기흥의 기술연구원 미지움의 연구동을 신축할 때. 그는 포르투갈을 서너번 왕복하며 건축가를 만나 설계를 의뢰했다. “연구동은 딱딱한 연구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외부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내부 사람들과도 소통하는 공간이면 좋겠다. 우연히 새로운 발상이 떠오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이런 마음이 미지움에 담겨 있다.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
윤정연 정지현 지음 │ 김연이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 228쪽 │ 14,000원

*  이 기사는 독서신문 1619호 3월 13일자에 실립니다. 독서신문은 교보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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