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매퀘이드 저 『미각의 비밀』 - 과학자들의 불안이 맛의 영역을 수수께끼로 만들었다
존 매퀘이드 저 『미각의 비밀』 - 과학자들의 불안이 맛의 영역을 수수께끼로 만들었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3.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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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초등학교 과학 시간, 우리는 ‘혀 다이어그램(혀의 미각분포, 혀 지도)’이라는 개념을 배운다. 혀 끝부분에서는 단맛을, 뒤쪽에서는 쓴맛을, 양옆 가장자리 앞쪽에서는 짠맛을, 뒤쪽에서는 신맛을, 마지막으로 가운데 부분에서는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은 혼란을 느낀다. 교과서에서 이야기하는 극적인 맛 차이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혀 다이어그램’ 개념은 연구를 통해서도 완전히 틀렸다는 게 드러났다. 오히려, 다섯 가지 맛(단맛, 짠맛, 쓴맛, 신맛과 더불어 2000년대에 공인된 감칠맛) 모두 혀 전체 지역(미뢰)에서 감지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맛 연구’는 감각 현상 중에서 뒷전으로 내몰리던 신세였다. 한때는 불가사의하고 접근할 수 없었던 영역으로 간주됐다. 왜냐하면, 시각, 청각, 촉각은 대부분의 사람이 ‘공유하는’ 감각으로 과학자들에게 실험을 하고, 현상을 비교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틀을 제공했지만 맛은 공유할 수 있는 실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음식의 맛은 문화나 지리적 차이, 심지어는 같은 사람이라도 기분에 따라 달라졌다. 

이처럼 접근 불가능성과 불안이 힘을 합쳐 지난 2000여년 동안 맛과 향미를 과학의 가장자리로 밀어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큰 발전이 일어났고, 21세기가 되어서야 놀랄 만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맛의 과학’이다. 존 매퀘이드의 『미각의 비밀』은 이러한 맛의 과학을 분석한, 맛에 관한 간략한 전기인 셈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인 그는 이 책에서 주방과 슈퍼마켓, 농장, 레스토랑, 거대 식품 회사, 과학 연구실을 직접 방문하고 탐사하면서 지금도 계속 드러나고 있는 향미 개념과 앞으로 수십년 사이에 우리의 미각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즉, 유전자가 우리의 미각을 어떻게 빚어냈는지, 숨어 있는 맛 지각이 우리 몸의 모든 기관과 계에 어떻게 파고드는지, 단맛이 즐겁게 느껴지는 이유와 그것의 위험한 중독성, 현대인의 극단적인 맛에 대한 집착이 뇌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는지 등을 설명한다. 

“맛을 과학의 영역으로 다룬 책은 꽤 있었다. 그것들은 텍스트로서 훌륭했다. 이 책은 두어 걸음 더 나아간다. 심지어 백만년 전 현생 인류의 먼 조상의 ‘미각’까지 파고든다. 고고학에서도 맛을 추출해낸다. 화학과 물리학이라는 맛의 본질적 과학을 먹기 좋게 만들어서 입에 쏙쏙 넣어준다”는 박찬일 셰프의 추천사처럼 주목할 만한 기록의 산물임이 틀림없다.

■ 미각의 비밀      
존 매퀘이드 지음 | 이충호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380쪽 | 16,000원

* 이 기사는 2017년 2월 27일자 독서신문 [요리book 조리book] 지면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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