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한자 병기 놓고 양 진영 '격돌'…교육부, 세부추진계획 고심
초등한자 병기 놓고 양 진영 '격돌'…교육부, 세부추진계획 고심
  • 김주경 기자
  • 승인 2017.03.01 23: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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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학부모 '한자'교육 시킬것 …사교육 조장 우려 높아

[리더스뉴스/독서신문 김주경 기자]  ‘한자병기 정책 추진으로 교육계가 또 다시 시끄럽다. 교육부는 2019년도부터 국어를 제외한 초등 5·6학년 일부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 300개에 대해 2019년부터 음과 함께 뜻을 풀이하는 방식으로 병기(倂記)하겠다는 것. 교육계는 정부의 한자병기 정책을 놓고 교육계에서는 ‘단어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며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찬성입장과 ‘시대정신을 역행한 정책’으로 간주하며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 반대입장으로 나눠져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초등한자 병기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역시 찬성과 반대 입장의 의견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교육부는 한자 교육 필요성을 대변하는 여론을 앞세워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 2015년 4월 교육부가 위탁한 연구보고서인 ‘학교현장, 국가·사회적 요구사항 조사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전체 설문자 중 68.5%가 한자 교육을 초등학교부터 하는게 바람직하고, 학부모 83%, 초·중·고 교사 77%가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등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긍정적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글문화연대와 진보 진영 단체들은 교육부가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를 부풀리거나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예컨대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설문조사에서 찬반이 불분명한 답변을 빼면 찬성은 교사 47%, 학부모 48.5%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교육부에서도 반대진영을 설득할 마땅한 묘수가 없다 보니 세부 추진방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한자병기 추진 놓고 반대 진영 ‘성토’…이권 개입된 꼼수

한자 병기 반대 진영은 “시대를 역행하는 초등교과서 한자병기를 타당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뜬금없이 왜 지금 와서 다시 도입하려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자병기 반대의 중심에 있는 고성욱 양전초 교장은 지난 10일 인터뷰를 통해 “현재 초등 한자 교육은 2011년부터 학교 재량으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이미 시행 중이며, 전체 초등학교 중 95~97%는 별도로 다른 교과과정과 연계해 한자교육을 하고 있음에도 또다시 교과서로 한자를 가르치려 하는 것은 또 다른 이권이 개입된 꼼수”라며 비난했다.

▲서울양전초 고성욱 교장

고 교장은 “한자 병기라는 게 어떤 걸 말하는 것이냐? 가령, 부모라고 한글로 쓴 이후 그 옆에다 괄호를 해서 ‘아비 부’, ‘어미 모’라는 한자를 쓰는 걸 흔히 한자 병기라 지칭해요. 그렇게 한자를 쓰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부모가 무슨 뜻인지 모를 것 같냐”고 반문한다. “이 주장은 한자 병기론자들이 가장 많이 주장하는 논리예요. 한자를 병기하지 않으면 안중근 의사와 치과 의사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뒤이어 고성욱 교장은 1970년 3월 박정희 대통령시절에 한자병기가 사라졌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완벽히 정착된 상황에서 한자 병기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왜 타당한 근거 없이 재도입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운동 단체들의 최대 연대조직인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통신판매업을 겸하는 단체와 손잡고 사이버 한자 사교육 사업을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육부의 한자병기 정책이 ‘장삿속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총연합회 측은 한자교육 강화라는 미명 아래 학부모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교육부에 마구잡이로 압력을 행사하다시피 한 핵심 한자병기 요구단체”라면서 “이런 단체가 특정 업체와 손을 잡고 한자 사교육을 공동 전개한 것은 운동의 대의와 관계없는 장삿속”이라고 비판했다.

 ◇ 사교육 조장 우려에 교육 단체·학부모 반대 심해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진영의 가장 큰 논거는 ‘사교육’ 우려다. 결국, 병기되는 한자를 이해하기 위해 등급 시험 등 별도의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 병기 자체가 교과서 이해를 방해한다는 주장도 나오며 현직 교사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한자병기 정책 추진 강행을 놓고 영어 열풍처럼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의견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학부모 10명 중 7명은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할 경우 자녀에게 한자 교육을 시키겠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11일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전국 유아·초등 학부모 904명을 대상으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에 따른 사교육 부담 증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부모 중 76.9%가 한자 사교육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담이 안 된다는 응답은 23.1%에 그쳤다.

일반 시민들도 초등교과서 한자병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일반 시민 10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3%가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와 한자를 교육과정으로 도입하는 것에 반대했다. 일반시민들 중 83.6%는 학습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교육비 증가를 예상한 응답자도 88.4%에 달했다.

사교육걱정은 “교육부에 초등 한자교육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한자 급수시험을 주관해 이익을 취하는 단체”라며 “사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초등학교 한자 교육 도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글’만으로 경쟁력 떨어져… 시대 흐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반면 한자 병기가 이러한 사교육 시장을 조장한다는 우려는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자병기는 단어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일 뿐 학습효과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한자 병기로 인한 사교육 증가 우려가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교육부가 평가 과정이 없음을 분명히 했기에, 생각했던 것 만큼 한자 병기가 사교육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한자병기 찬성을 주장하는 김경수 교수는 “한글과 함께 한자도 2000년 넘게 이 땅에서 문자 역할을 해 왔어요. 한글은 표음문자로서 우수하고 한자는 표의문자로서 우수합니다. 이 둘이 서로 도우며 상생할 때 문자로서의 진가가 빛난다”고 말했다.

교육학습지 전문기관 구몬학습 측 총괄책임자는 한자병기를 추진한다고 해서 구독자가 많이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한자 공부에 관심을 나타내는 학부모님들이 많기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자의 비중이나 중요성이 커지다 보니 학부모들도 일찍부터 배워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영어나 수학처럼 한자공부를 마냥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흥미 중심의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연령별로 가지게 되는 관심도와 학습능력이 다르므로 한자를 가르칠 때도 이를 잘 반영하는 것이 좋다. 단순한 반복 쓰기를 지양하고 놀이 학습으로 시작해 모양 이해, 쓰기와 읽기를 유도한 다음 배운 한자를 많이 사용해 보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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