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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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신문
  • 승인 2007.12.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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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인과 외부인, 그 사이의 균열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집'
▲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집'  © 독서신문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그녀는 현대 사회가 낳은 문제와 함께,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게 포착한 사회 비판적 미스터리 작품을 쓰는 작가로 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정작 일본에서 지금까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리스트를 살펴보면 현대 미스터리 작품의 수만큼, 시대미스터리 작품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일본의 경우 그녀의 시대 소설 작품을 먼저 접하고 팬이 된 독자들이나, 미야베 미유키라면 역시 시대물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굳건한 고정 독자층이 존재하고 있다.

『외딴집』은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미스터리 중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작가는 마이니치 신문을 통해 "에도 시대의 번 단위의 세계는 매우 작아서, 어느 정도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거의 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지만, 서민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살짝 보이는 것에도 매우 무서워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뭐라도 해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도중에 좌절하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도망칠 곳은 점점 사라져 가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즉, 현대를 배경으로는 인터넷 등을 통해 모든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에 대한 긴장감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작품은 자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루미 번에 흘러 들어온 ‘외부인’ 인 ‘가가 님’과 ‘호’ 의 이야기이다. 호는 축복받지 못하고 태어나 바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지게 된 불행한 소녀이다. 태어난 집에서도 쫓겨나 머나먼 마루미 번에 도착하지만, 결국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부정함의 근원이며, 악령이 산다고 하는 ‘마른 폭포 저택'에서 고용살이를 하는 처지가 된다.

가가 님은 막부가 유폐를 명한 죄인으로 쇼군의 총애를 받아 막부의 중직을 맡았으나 귀신에 씌어 아내와 자식, 부하를 살해한 악귀라고 여겨지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가가 님이라는 ‘외부인'이 등장하면서 번에서 일어나는 불길한 사고와 유행병 등의 원인은 모두 그의 탓이 되고,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이 생긴다. 이러한 자들이 일으키는 사건이 늘어갈수록 가가 님을 향한 마루미 번 사람들의 막연한 불안과 증오는 점점 커져만 간다.

『외딴집』에 등장하는 ‘외부인’들은 서로의 고독을 알아보고 위로한다. 우사와 호가 서로 자매의 정을 나누는 부분이나, 마른 폭포 저택에서 호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가가 님을 찾아뵈어 안부를 묻고, ‘오늘 있었던 특별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습자와 주산을 공부하는 부분은 어두운 음모와 마을 사람들의 불안이 교차하는 소설 속에서 가장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미야베 미유키는 ‘외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부인’의 편협함으로 인한 ‘외부인’의 소외감과 고독, 그리고 구원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외부인과 내부인의 경계. 어찌보면 시대물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우리 사회와 닮아있다고 볼 수 있다. 팽배해 있는 집단 이기주의 속에서 자신과 뜻이 다른 사람들은 철저히 배척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그 안의 피해자들을 가가 님과 호를 통해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그들이 가져다주는 애증과 희노애락을 통하여 진실한 인간의 면모와 우리 인간의 가지고 지향해야 할 진정한 의미를 속삭이듯이 말해주는 작품이다.
 
외딴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펴냄 / 422*446쪽 / 각권 13,000원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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