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벽 넘어 붓끝으로 세상과 만난 학생들
소리의 벽 넘어 붓끝으로 세상과 만난 학생들
  • 박재붕 기자
  • 승인 2017.02.20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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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KT꿈품교실 학생들 대학교 진학
꿈품교실 운영 관련 세브란스병원, KT 관계자들과 학생들

[리더스뉴스/독서신문 박재붕 기자] 지난 17일 연세암병원 예배실에서는 소리로 세상과 만나기 위해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했던 학생들이 벅찬 마음으로 새 시작을 알리는 축하자리가 마련됐다.

청각장애를 딛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새 출발을 기념해 ‘세브란스-KT꿈품교실’ 수료식이 열린 것이다.  

수료식의 주인공은 일산직업능력개발원 디자인과에서 학업을 이어갈 제갈진수(18) 군,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디자인예술학부 진학 예정인 김채영(19) 양, 애화학교 기술전공과에서 공부할 이성운(18) 군, 상명대학교 생활예술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는 장수빈(18) 양이다.

난청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재활을 이어온 4명의 학생들은 세브란스-KT꿈품교실 미술교육에 참여해 왔다. 세브란스-KT꿈품교실은 재활을 필요로 하는 청각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해 세브란스병원이 공간을 제공하고 KT가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는 청각 재활 프로그램이다. 언어치료, 음악치료, 미술교실, 놀이치료, 영어교실 및 방학특강, 문화교실, 인공와우 가족모임 등 특별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수료식은 세브란스-KT꿈품교실이 처음으로 고등학교 졸업생, 대학 입학 예정자를 배출하는 경사를 축하하기 위한 것이다. 첫 수료식에는 4명의 학생들을 시작으로 세브란스-KT꿈품교실을 거쳐 사회로 발을 내딛는 아이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는 수료식에서 인사말씀을 통해 학생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수료식에는 최 교수를 포함해 세브란스-KT꿈품교실 운영 관계자들이 참석해 박수를 보냈다. 꿈품교실 운영과 청각장애 아동·청소년의 재활을 위해 예산을 지원한 KT에서는 지속가능경영센터장 이선주 상무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수료식에서는 세브란스-KT꿈품교실 활동보고, 영상을 통한 수료생 소개, 수료증 증정 및 선물 전달, 수료생 대표 인사도 진행됐다.

예술 관련 학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료식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청소년반이 운영되는 미술교육을 받으며 꿈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다른 수업들은 대체로 영유아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한창 진로를 고민할 시기, 세브란스-KT꿈품교실과의 만남은 학생들에게 미래를 그릴 기반이 됐다. 제갈진수 학생은 “세브란스-KT꿈품교실에서 진행한 미술교육이 꿈의 방향을 잡는 데 영향을 줬다. 장래 희망을 미술 치료 쪽으로 잡고 있다”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고 하고 싶은 일로 나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수빈 학생도 “그림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졌고 행복하게, 천천히 꿈을 그려볼 수 있었다”면서 “수업을 확대해서 더 많은 후배들이 좋은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세브란스-KT꿈품교실과 함께한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제갈진수 군은 교실이 처음 문을 연 2012년 9월부터 참여해 가장 오랜 기간 교육을 받았다. 김채영 양도 같은 시기 교실에 참여했지만 휴식기를 가져 교육 기간은 제갈진수 군이 좀 더 길다. 이성운 군은 2013년 3월부터, 장수빈 양은 2014년 3월부터 공부해 왔다. 세 달을 한 학기로 학기당 10회씩 운영되는 수업을 꾸준히 받다 보니 실력도 쑥쑥 늘었다.

세브란스-KT꿈품교실이 지금과 같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안이비인후과병원 1층 넓은 공간에 교실을 마련해 수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실무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매달 1회씩 회의를 거치며 예산 사용 계획, 운영 방향, 수업 대상자 등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세브란스는 학생들이 조금 더 씩씩하게 세상과 만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그램 운영에 뛰어들었다. 비급여인 재활 치료 비용에 부담을 느껴왔던 아이들이 무료로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일반적으로 병원이나 관련 센터에서 운영하는 1대 1 치료가 아닌 그룹 활동을 하면서 사회성을 기르는 데도 도움을 주고자 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들이 함께 정보를 나누는 장을 마련하자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을 지도한 최종진 화백(57·남)은 “처음에는 부모들도 자녀의 그림을 보며 장난스럽게 놀리곤 했는데 어느새 정말 잘 그리게 돼 모두가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정해진 수업 횟수를 훌쩍 넘겨 학생들을 지도한 그는 “무엇이든 꾸준히 해야 몸에 배고 실력이 늘 수 있다. 무엇이든 자신이 충분히 알고 있어야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우리 학생들도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랐다”면서 “무엇보다 모두가 행복한 수업이어서 계속될 수 있었고 저 또한 이를 통해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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