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춘천, 올드 팬이라면 스케이트를 즐기던 공지천이나 에티오피아 커피를 떠올릴 수 있고 춘천막국수도 금세 떠올린다. 서울에서 영화보고 밥 먹고 치맥하는 데이트가 식상하다면 ITX에 오르자. 1시간 20여분이면 춘천역에 내린다. 용산·왕십리·청량리에서 탈 수 있다.
서울 근교로 별다른 특징을 찾기 어려웠던 춘천이 문화의 옷을 입고 있다. 그 문화의 중심에 권진규미술관이 있다. 옥(玉)광산을 운영하며 피규어를 50만점 수집한 김현식씨가 차려, 2015년 12월 문을 열었다.
권진규는 1922년 함흥에서 출생, 춘천공립중학교(현 춘천고)를 나와 일본 무사시노미술학교를 졸업한 한국 조각계 1세대다. 권진규 작품 전시실에는 그의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다. ‘침잠의 시간’ 제목의 전시가 5월까지 열린다.
이 미술관의 압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피규어다. 미술관 앞에는 태권V가 인사를 하고 있고, 4층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거대한 녹색의 헐크가 반긴다. 높이 3미터. 안에는 같은 크기의 아이언맨이 중앙홀을 지배하고 있다.
아이들은 입이 딱 벌어지고 피규어 팬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셀카를 찍느라 바빠진다. 이처럼 거대한 피규어가 있는가 하면 손톱만한 피규어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철인 28호부터 아톰, 배트맨, 스파이더맨,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등 TV에서 보고 만화영화로 봤던 피규어 캐릭터는 다 있다.
미술관의 또 다른 재미는 옛 잡지나 그림을 보는 일. 잡지로는 근대문학을 태동시킨 『개벽』, 『개벽』이 폐간되고 낸 『별건곤』 등이 눈에 띈다.
1층은 ‘유치찬란’하다. 오래되지 않은 우리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낡은 간판이 안내하고 간첩신고·불조심 표어 등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어려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말들이 저렇게 역사로 남아 증언하고 있다. 청와대 출신인 것 같은 봉황 자개무늬 까만 전화기가 어디론가 통화하고 싶은 것 같다.
미술관 입구 그 빵집(그림같은 빵집, 림같은 세 글자는 잘 안보여 그렇게 부른다)에선 커피와 빵을 즐길 수 있다. 미술관 손님들이 칭찬하는 곳으로 이용 손님에겐 미술관 입장료를 할인해준다.
미술관 옆에 동물원이 있어 아이들 데리고 가기도 좋다. 봄이면 미술관 뒷산이 꽃물이 든다. 겨울에 왔던 사람은 봄에 또 온다고 한다. /사진=이태구 기자
* 이 기사는 독서신문 2017년 1월 20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