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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김혜식의 인생무대] 달걀의 간절한 부탁
김혜식 <수필가, 전 청주드림작은도서관장>

[리더스뉴스/독서신문]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수의 의견에도 때론 오류가 있다고. 인간들이 집단에서 다수결로 어떤 결정을 내린다 해도 그 과정과 결과 속에는 모순이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수의 의견 속엔 선동과 모함도 포함될 수 있듯이 인간의 고정관념도 사안에 따라 지혜로운 판단과 창의적 발상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우리네 달걀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 삶 속에 유래되는 속담으로 ‘달걀로 바위치기’란 말이 있습니다. 사전을 살펴보면 ‘도저히 대항해서 이길 수 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정의되어 있습니다. 도저히 대항해서 이길 수 없는 경우라는 말을 분석해보면 이 속엔 ‘힘’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바위를 조금만 힘을 가해도 으스러질 달걀로 아무리 힘을 가하여 쳐봤자 애꿎은 달걀만 깨어질 뿐 바위는 꿈쩍하지도 않는 게 현실입니다.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달걀지고 성 밑으로 못 간다’. 의심이 많고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계란에도 뼈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아무리 착한 사람도 성질은 있다는 뜻이니, 이렇듯 우리네 달걀을 약하고 마냥 무른 존재로만 인간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마디로 달걀의 실체를 모른 채 함부로 내리는 판단입니다. 달걀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오로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달걀을 대수롭지 않게 판단하는 인간들의 편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달걀을 우습게만 볼 일이 아니란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흔히 좋은 땅을 일컬을 때 ‘노른자위 땅’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달걀의 노른자위를 빗댄 말입니다. 땅의 가치는 입지 조건에 따라 땅값이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인간 주먹 안에 쥐어질 작은 알 그 속엔 오묘한 자연의 법칙과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인간은 사물의 본질을 따질 때 흔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고 비유해서 말을 합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존재도 그 태어남을 이에 비유해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21일 만에 부화된 병아리와 모태 속에서 300일 만에 태어나는 인간의 생명이 다를 게 없을 것입니다.

양계농가에 퍼지고 있는 조류 독감(AI)으로 수많은 닭들이 죽어가고, 이를 방지한다며 살처분을 하고 있습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풍경이 가슴을 쓰리게 합니다. 급기야 외국산 계란이 수입되고 하얀 색깔의 달걀이 식탁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영양가에 별 차이가 없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인간의 먹거리에 일조를 하고 있는 닭고기를 비롯 온갖 음식에 그 재료로 사용되기에 달걀의 효용가치는 실로 큽니다. 그러함에도 단 한 번도 인간들에게 자기의 존재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항변한 적 없습니다. 사소한 물리적 힘만 가해져도 약하디 약한 껍질이 깨어지는 힘없는 달걀입니다. 그러나 평소 별다른 보호막을 준비하려 들지 않습니다. 뜨겁게 달구어진 후라이 팬 위에서 온 몸이 지져져도 비명 한 마디 지르지 않고, 펄펄 끓는 물에 삶아져 온몸으로 인간의 건강을 지켜줍니다.

치킨, 육개장, 심지어는 여성들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닭고기 번식의 종으로써 그 소임을 다하고 있건만 스스로 위상을 위해 신분상승을 꿈꾼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떻습니까? 자신의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윗선의 부당한 일에도 단 한번 이의 제기를 못했고 오히려 동조하다가 탄탄대로를 걷던 여인이 가시밭길을 걷게 되어 자랑스러운 옷을 벗고 수의를 입게 됐습니다.

법망을 이리저리 피하며 단 한 번도 그것에 걸린 적 없이 승승장구 권력의 대로를 활보하던 사회적 인사도 함께 죄수복을 걸쳐야 했습니다. 이 모든 게 자신들에 막강한 권력의 힘 만 믿고 오만방자한 탓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엔 도덕과 윤리라는 촘촘한 그물이 있습니다. 그러나 달걀은 깨지고 부서지면 부서졌지 인간들처럼 헛된 욕망과 그릇된 허물로 안위를 챙기지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 ‘알’ 만큼 처세해 보십시오. 그러면 오히려 더 인격과 신분이 높아질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다운 면모는 오직 순리와 진실을 뒤따를 때가 아닐까 합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인간 사회는 더욱 밝아지고 정의가 바로 서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달걀의 간절한 부탁입니다.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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