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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과거의 현실들’이 떠오르고 있다
방재홍 발행인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역사의 변곡점은, 혁명이 됐든 전쟁이 됐든, 당대 일반 당사자들은 잘 모르고 지나간다. 혁명에 촛불을 댕긴 게 때론 아주 사소하고 전쟁의 도화선도 때론 엉뚱하기도 하다. 프랑스대혁명도 굶주린 시민들의 빵 한조각에서 비롯됐다는 역사학자의 주장도 있고 1차세계대전은 단 한 발의 총성이 낳았다.

그래서 시민계급의 출현과 민주주의로의 첫 발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또한 그 총성은 민족자결주의를 낳았고 우리의 3·1만세운동도 무관치 않다. 역사의 우연은 필연을 가장한 ‘보이지 않는 손’의 장난이다.

우리 안으로 눈을 돌려보자. 현직 대통령을 직무정지시키고 관저에 칩거케 하고 탄핵 인용이라는 중요한 통과지점을 앞두고 있으며 대통령이 결국 탄핵되고 사법처리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은 태블릿PC가 단초였다. 태블릿PC ‘발견’은 앞서 드러난 이런저런 징후의 결과물이랄 수도 있지만 판도라의 상자 구실을 하며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이러한 정치적 내부 소용돌이는 외연을 확장시키기 마련이다. 체제의 벽에 갇혀 저 아래 앙금으로 남아 있던 ‘과거의 현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체제의 벽은 박정희로부터 시작된 이른바 보수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은 야당 대통령 등을 지나면서도 살아 있는 실체였음을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에서 알 수 있었다. 검찰 국정원 등의 얼마 전까지의 행태를 보라. 세상은 그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목도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스스로 체제의 끈을 놓치고 그 끈은 이제 박의 주변에 머물러 있지 않다. 박근혜 측이 그토록 싫어했던 인물들에게 그 끈의 한 쪽을 주었다. 박근혜의 우연인가 박정희의 필연인가.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그 변함은 구체제의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바란다. 아니 박 프레임을 벗어나 진정한 민주의 길로 들어서는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논란을 부른다.)

5·18 민주화운동 진실규명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실규명은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또 한 야당 의원은 해직 언론인복직법을 발의했다. 새로운 논쟁을 부르기보다는 매듭을 제대로 짓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정희 그늘을 벗어나야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또한 우연인가 필연인가.
 
구체제 청산이라는 말도 사실 구체제적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청산의 대상이 됐던 게 바로 ‘지난 날’이었다. 그래도 정작 청산하지 못했던 것들은 아직도 역사의 밑바닥에서 앙금으로 있었던 거다. 그 누구도 휘저어 흙탕물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뒷감당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한 세대 넘게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제 문단에서도 한 시대를 마감하려는 움직임이 작품으로 나오고 있다. 나이 70안팎의 김성종·김훈 작가가 한국현대사를 배경으로 신작 소설을 냈다. 그들의 역사인식 역시 ‘버텨왔던 고난의 시기’를 마감하고 ‘열린 시대의 제 목소리’를 향한 노력의 단면이다. 블랙리스트로 딱지 붙은 시인·작가들이 이 정권에 분노하며 펜을 들 것이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청산할 것이 많을수록 기록은 폭이 넓고 깊이를 더해야 한다. 문인들의 분투를 빈다.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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