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김혜식의 인생무대] 정유년, 내 가슴에 무슨 꽃을 달까
[수필-김혜식의 인생무대] 정유년, 내 가슴에 무슨 꽃을 달까
  • 독서신문
  • 승인 2017.02.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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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전 청주드림작은도서관장>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정유년 대망의 닭띠 새해가 드디어 밝았다. 해마다 새해를 맞이할 즈음이면 그동안 삶에 부대껴 제자리를 잃었던 마음 심지를 올곧게 추스르곤 한다. 2017년도 새해엔 ‘타인에게 말 한 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고 나 또한 남에게 덕담 듣는 일만 행하자’라는 각오를 굳게 해본다.

그러나 이런 결심도 작심 사흘일 때가 허다하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무심코 행한 언행으로 말미암아 타인에게 피해를 줄 때도 있다. 때론 예기치 않았던 일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이것이 세상사라고 스스로를 달래보곤 하지만 어느 경우엔 서러운 자위로만 남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살이가 어려운가보다.

지난해 김장철 때 일이다. 친정어머니께서 싱싱한 대파를 한 단 사오라는 부탁도 있고 볼일도 있어서 오랜만에 시내로 외출을 했다. 볼일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이르러서야 어머니의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주위를 살펴보니 마침 노점상이 눈에 띄었다.

노점상인은 초로의 여인이었다. 길옆에 잡곡 및 채소들을 즐비하게 진열해 놓고 행인들에게 호객행위까지 하고 있었다. 그것에 이끌려 노점상 앞에 걸음을 멈춘 나는 실해보이는 대파를 한 단 골랐다. 내 곁에 어느 아주머니도 함께 파를 고르고 있었다.

이 때였다. 노점상 여인이 기겁을 하며 느닷없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다. “ 아주머니! 대파 단을 땅에 가만히 놓아야지 팽개쳐서 잡곡에 흙이 튀었잖아요? 아이고! 이것을 어쩌면 좋아”라며 입에 게거품까지 물며 대뜸 아주머니께 시비를 건다.

대파 값을 핸드백에서 꺼낼 요량으로 그 아주머니는 파를 땅에 놓는 것을 나도 옆에서 지켜보았던 터다. 노점상 여인이 큰 목소리로 노발대발 하는 바람에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진 줄 알고 행인들이 노점상 주위로 하나 둘 모여들어 기웃거린다. 나는 주위 사람들 보기가 민망했다. 나뿐만 아니라 노점상 여인의 기세에 주눅이 든 아주머니도 아무런 대거리도 못한 채 안절부절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돌이켜보니 당시 노점상에서 구입한 대파 뿌리에 많은 흙이 묻지도 않았다. 또한 아주머니의 행동으로 그곳에 진열된 잡곡에 흙이 그다지 튀지도 않았는데 그 여인은 손님을 상대로 생트집을 잡는다. 도무지 노점상 여인의 언행을 이해할 수 없다. 이즈막 불황으로 장사가 안 되니 노점 상인은 악에 북받쳐 악다구니만 는 듯하다.

그녀는 그날 운수가 안 좋은 날이었지 싶다. 파 한 단 사려다가 노점상 여인에게 그토록 봉변을 당할 줄 어찌 알았으랴.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인지, 아니면 어려워진 경제로 버거운 삶 속에서 마음의 위무를 받기 위한 방편인지는 몰라도 새해 운세를 미리 점쳐 보기도 한다. 한 해의 운수를 보기 위하여 토정비결을 보고 점집을 찾으며 자신의 운수대통을 점쳐보기도 한다. 이에 반해 평소 신문지상에 나오는 ‘재미로 보는 운세’ 따위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던 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스마트 폰에 뜨는 ‘소소한 운세’라는 창의 글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 언젠가는 “친절한 말에 속지 마세요.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그 창에 떠서 하루 종일 남이 내게 건네주는 말을 은연중 신경 쓴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려온 전화 내용만 믿고 스마트 폰을 새것으로 바꾼 게 문제가 생겼다.  말과 달리 직접 핸드폰을 받아보니 내용물이 부실했던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고나 할까.

여태껏 ‘운’에 기댄 적 없이 순전히 피땀 흘린 대가로 아이들 셋 키우고 집안을 일으켰다. 결혼 초 시댁에서 전세방 한 칸 얻을 돈 타내지 못한 채 월세 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그 때는 남편의 쥐꼬리만한 월급을 쪼개어 썼다. 헛돈 안 쓰려고 돈을 봉투마다 나누어 넣고 쓰기도 했다.

무엇보다 번듯한 전세방 한 칸 얻는 게 가장 절박한 꿈이었다. 드디어 몇 년 후, 그토록 꿈에 그리던 전세방을 얻게 되었다. 그 때 남의 집일망정 마치 내 집 장만한 것 같아 뛸듯이 기뻤다.

요즘은 어떤가.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 살아도 전처럼 가슴 전체가 흔들리는 기쁨이 없다. 예전 같은 감동이 사라졌다. 밥 먹고 살만해서가 아닐 것이다. 날이 갈수록 욕심 보따리가 눈덩이처럼 커져서일 게다. 하지만 좀체 변하지 않은 게 있어 적잖이 안심이다.

운은 누구나 10년을 주기로 찾아온다는 믿음이 있다. 열심히 피땀 흘려 10년을 살면 하늘은 2년을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운을 내려 준다고 한다. 어린날 밥상머리에서 누누이 들은 어머니 말씀이다. 이 말씀을 철석같이 믿고 2017년 새해에도 성실과 인내를 가슴에 꽃처럼 매달고 살아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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