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37)] “어차피 써야 할 글이 있다면 (꾸물대지 말고) 최대한 빨리 펜을 들어라”
[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37)] “어차피 써야 할 글이 있다면 (꾸물대지 말고) 최대한 빨리 펜을 들어라”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1.2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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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대 크룸비겔 교수의 ‘대학생 글쓰기 8가지 팁’

<독서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프랑크푸르트(독일)=신향식 특파원] 대학생활은 끊임없는 글쓰기 과정이다. 인문계인지 자연계인지에 따라 정도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제를 하고 시험을 치르면서 글 쓰는 작업은 원천적으로 피할 수 없다.

독일의 대학입시 아비투어에서는 논술고사를 실시해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평가한다. 글쓰기 실력이 없으면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글쓰기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올바른 학술적 글쓰기』의 저자 헬가에셀본 크룸비겔 교수가 소개한 ‘대학생들을 위한 8가지 글쓰기 팁’을 통해 알아봤다.

◆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쓰기 시작하면 실마리는 풀린다

“글을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루만이 1995년에 발간한 단행본 『글쓰기 문제와 글쓰기 조언』에서는 ‘글쓰기 시작의 어려움’을 큰 고민으로 꼽았다. 글을 쓸 때 실수를 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글쓰기 시작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헬가에셀본 크룸비겔 교수가 주는 조언은 다음과 같다.

‘최대한 빨리 글쓰기를 시작하라. 빠를수록 좋다!’

어차피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지체하지 말고 곧장 글쓰기를 시작하라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가도 글의 실마리가 잡힌다. 글쓰기 과정에서 어떤 화제와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해법을 명확히 찾을 수 있다.

일반인들은 보통 일상적인 경험에서 글감을 찾고는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글쓰기 준비가 늦어지는 사례가 있다. 글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더 좋은 화제를 찾다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이때는 다른 경험이나 지식으로 글감을 대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화제 및 주제를 미리 선정하지 않으면 준비를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대책이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자료와 데이터를 항목별로 조직화해서 정리해 놓는 것이다. 그러면 필요할 때 발췌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베를린자유대 본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 구상한 대로 글을 작성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라

글쓴이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해 놓아야 한다. ‘이 글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글을 쓸까’ 하면서 글의 내용과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점검표를 만들고 목표를 메모해 놓는 것이다. 그 다음, ‘이 글에서 전하려는 주장과 정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가’, ‘주제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는가’, ‘주장을 합리화하는 합당한 이유를 담았는가’,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표현은 없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글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다듬어야 한다.

◆ 부담스럽지 않은 글쓰기 목표를 세워라

학술적 글쓰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글 수준의 목표를 어디까지로 한정해야 할 것인지 어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마음 속 노동조합(innere Gewerkschaft)’은 ‘마음 속 고용주(inneren Arbeitgeber)’와 임금인상(글 수준의 목표)을 조율할 때 ‘마음 속 고용주’의 요구에 따르는 게 좋다. 여기서 ‘마음 속 노동조합’은 글쓴이의 욕심, 즉 무리한 목표일 수 있다.

‘마음 속 고용주’는 글쓴이가 현재 상태에서 발휘할 수 있는 글쓰기 수준이다. 여기서 양쪽이 타협을 하려면 ‘매일 반쪽씩 글쓰기’처럼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거나 ‘일요일까지 반드시 두 번째 장(章) 끝내기’ 같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또, ‘내가 이걸 일요일까지 끝내면 OO를 하겠다’ 정도로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언제 이 일(혹은 이 일의 어떤 부분)을 완료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처럼 시간 관리는 끝을 정해 놓고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목표를 두고 계획하기’에는 작업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작품 선정 단계와 휴식 단계도 포함해야 한다. ‘마음 속 노동조합’은 적절히 항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적인 여유를 둬야 한다.

◆ 자신의 글쓰기 유형을 찾아서 진단하라

글쓰기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작업은 자신을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글쓰기 유형을 정확히 인지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한 번에 글을 몰아서 쓰는 유형인지, 여러 번에 걸쳐서 글을 나누어 쓰는 유형인지를 알아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혹은 즉흥적으로 글을 쓰는가, 철저한 계획을 세워 글을 쓰는가 등의 유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기존에 자신이 쓴 글을 비판적으로 읽어보는 것은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유형을 알아내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생들에게 이상적인 방법은 대학교에서 마련된 글쓰기센터에서 도움을 받는 일이다. 전문가가 학생들의 글쓰기 문제점을 유형화해 조언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글을 완성한 뒤 휴식하고 수정 작업을 하라

글을 수정하는 부분은 개요를 짤 때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완성한 뒤에 휴식 시간을 보내고 나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다시 읽어보면 더 효과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 자신의 글쓰기 목표가 성취됐는지 예시질문을 던져보면서 확인하면 된다.

다음과 같이 간단한 점검표가 필요하다.

① 의미구조, 내용, 연결성: 중요한 내용이 강조되어 있는가? 논증에 설득력이 있는가? 단락들은 잘 연결되는가?

② 독자 이해도, 문체: 글의 구성, 단어, 내용 측면에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가? 문체가 전문적인가? 문체가 너무 객관적이지 않거나 감정적인가?

③ 형식적인 표현, 맞춤법, 인용방법, 레이아웃: 문법과 구두법에 오류는 없는가? 인용구와 각주가 올바른가? 그림과 사진 같은 다른 형태요소는 알맞게 삽입해 놓았는가?

◆ 소리 내 읽어보고 단어 위치 전환검사를 하라

글을 제대로 고치려면 글의 문제점을 인지하는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표면적인 수정 작업에 그치지 말고 세부적인 수정 절차도 필요하다. 다음 방법을 활용해 보자.

① 소리검사: 소리 내 읽어보면 글을 새롭게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도입부는 반드시 낭독해 가면서 점검하라. 도입부는 독자들이 글을 계속해서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② 단어 위치 전환검사: 단어, 문장, 단락 전체를 바꿔보면서 글의 새로운 형태를 시도해 보라. 일반적인 단어(문장)에서 특정한 단어(문장)로 바꿔보면 된다. 순서를 거꾸로 이동시켜도 좋고 차례대로 만들어도 좋다. 단락을 인과관계에 따라 배열하거나 유사점과 차이점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③ 보충검사: 애매한 단어들을 다른 단어들로 바꿔서 써 보라. 예를 들어, ‘간결함’과 ‘명료함’ 둘 중에서 문맥에 맞춰 어느 것이 좋은지 고르면 된다. 인터넷 어휘 사전에는 유사한 보충단어가 많이 나오므로 참고해도 좋다.

④ 확장 및 생략 검사: 너무 짧게 쓰거나 장황하게 표현하지 않았는지도 확인하라. 그런 느낌이 들면 문장을 압축해 보거나 길게 풀어서 써보면 된다. 예를 들어, 긴 복합문을 짧은 문장 여러 개로 바꿔보거나, 함축적인 관계문을 풀어 써 보면서 확인해 보라. 컴퓨터 문서기로 글을 쓰는 세상이 되면서, 글을 쓰는 환경이 많이 변화했다. 일부 단어(문장)들을 이리저리 잘라내고 덧붙이기가 수월해졌다. 컴퓨터를 활용해 글을 쓸 때에는 긴 글을 간결하게 나눠서 쓰는 일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베를린공대 본관 1층 로비 게시판에 부착된 글쓰기, 논문 관련 내용

◆ 교수에게 끊임없이 피드백을 요구해 도움을 받아라

학술적인 글쓰기와 같이 높은 질을 요구하는 글쓰기에서는 교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생과 교수는 코치와 선수와 마찬가지라는 전제를 설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상담해야 한다. 상담 시간에는 학술적인 도움과 글쓰기 조언을 같이 받으면 된다.

물론 글쓰기가 의존적인 작업은 아니다. 글쓰기는 명백히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활동이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들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진행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전문가 조언을 받을 때 더 좋은 글이 나온다. 학생들은 글을 쓸 때 스스로 내린 독자적인 판단과 전문가 조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 자리에 함께 있는 독자의 피드백을 이용하라

‘학문적 고행’은 불가피하다. 작은 방에서 조용히 학술적 글을 쓸 때는 매우 고독해진다. 이것 역시 글쓰기의 어려움 중 하나다. 그럴수록 의사소통을 해 가며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비슷한 과정에 있는 학생들과 교류하는 것이 좋다. 박사 과정을 밟는 학생들끼리 대담을 나눠보라. 자신이 쓴 글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글쓰기 모임도 추천하고 싶다. 서로 지적을 주고받으면서 글에서 나타나는 공통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동료들 앞에서 글을 보여주는 일이 부끄럽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동료들을 잠재적인 경쟁자로 받아들이고 글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등의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글쓰기 피드백과 같은 생산적인 일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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