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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 컬러링북, 미완의 여백이 매력이죠…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 화가 송지혜
송지혜 화가 <사진제공=작가>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안선정 기자] 문학계에 한강이 있다면 컬러링북에는 송지혜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2015년 처음 출간한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과 연달아 내놓은 『시간의 방』이 국내에서만 10만 부 팔렸다. 1만 부만 팔려도 화제가 되는 출판시장에서 10만 부는 ‘사건’이라 할만하다. 이 정도뿐이라면 한강에 비유하지 않았을 거다.

국내 단행본 중 최고가로 미국 출판사와 판권 계약한 데 이어 프랑스, 일본, 중국 등 26개국에 판권을 수출했다. 북미에서만 50만 부 넘게 팔려 2015년 아마존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국내에서 지난해 11월 나온 『세상의 모든 선물』 역시 북미에서 출간 전 예약판매로 7만 부가 팔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7개국 판권 수출에 이어 더 많은 국가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컬러링북 작가로 우뚝 서기까지 젊은 화가의 성공 뒤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몹시 궁금했다. 선택과 집중이 존재했고, 노력과 인내가 수반됐다. 결실은 감사와 나눔으로 이어졌다. 작품만큼이나 인성마저 아름다운 사람 송지혜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 컬러링북 출간 계기가 궁금하다  
“미술작가로 섬유를 소재로 한 작품 활동을 해왔어요. 작품 제작 전에 늘 스케치와 드로잉을 하거든요.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린 이미지를 작품으로 구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편의 동화를 연상케 하는 스케치를 많이 하게 됐어요. 2014년 가을쯤으로 기억해요. 프랑스에서 시작된 컬러링북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서서히 조짐이 일었어요. 서랍 속 켜켜이 쌓아놓았던 밑그림이 생각났습니다. 내 그림도 컬러링북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 컬러링북으로 만들어지게 된 거죠” 

『시간의 정원』 컬러링북 색칠 과정 <사진제공=작가>

- 북미지역에서 특히 책 반응이 좋은데  이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꼽는다면 
“외국 컬러링북의 경우 굉장히 정교하고 아름답지만, 단순한 패턴의 나열이나 비슷한 그림이 반복적으로 등장해요.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나 이야기가 있는 컬러링북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시간의 정원』의 경우 제가 수년간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그렸던 그림들을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완성도 면에서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요. 더불어 주인공이 존재하고 다음 전개가 궁금해지는 화면 구성 등이 좋은 반응을 얻게 한 요인이라고 봐요. 스토리텔링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는 트렌드 변화가 매우 빠르잖아요. 그에 비해 미국은 유행으로 치부하기보다 취미의 개념으로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꾸준히 컬러링북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정말 두텁게 형성돼 있더라고요. SNS를 통해 독자들과 교류하는데 작가 수준으로 색칠 실력이 향상된 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 최근에 출간된 세 번째 컬러링북 『세상의 모든 선물』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출판사의 마감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어요. 출간일이 늦어지더라도 화가로서 예술가로서 그에 맞는 작품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러다 보니 갈수록 그림의 깊이가 더해진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선물』 수록 작품 중 'Napping on Winter Trees' 채색 과정 <사진제공=작가>

- 컬러링북의 매력, 무엇이라고 보나 
“컬러링북이 전 세계를 강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완의 여백’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요. 도안에 색이 칠해져야 완성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듯 사람도 제각각이어서 저마다 선택하는 색이 다르거든요. 우리 삶과 닮아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유일하듯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충만함이 자존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 손으로 직접 창조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큰 위안을 주는 것 같아요. 이러한 아날로그적 행위가 과거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 주기도 하고요”

- 미술 작가로서 삶은 어떠했나 들려 달라 
“미대 진학부터 부모님 반대가 굉장히 심했어요. 현실적인 문제에 많이 부딪힐 거라고 우려하셨죠. 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바람에 한국으로 돌아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 시기 유일한 탈출구가 그림 그리는 일이었어요. 화가 이외에 삶이나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결국, 제 뜻대로 미대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며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진작가로 살아가기란 매우 힘듭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취업하는 경우도 상당하고요. 저 역시 강의로 수입을 조달하며 작업을 했었고요. 눈물 나는 이야기가 참 많은데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인내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사회 진출을 앞두고 고민하고 방황하는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많겠다…     
“안 그래도 학생들 앞에서 ‘미완성의 가치’라는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어요.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저 역시 화려한 스펙이나 사회에 진출할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가치 없는 존재 아닐까’라는 의심을 했을 정도로 좌절한 순간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러한 ‘미완성의 시간’이 존재했기 때문에 완성을 향해 성장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고 봐요. 미완의 여백과 미완성의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하는 문제를 잘 풀어가는 것이 삶의 묘미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 『세상의 모든 선물』 인세 전액을 루게릭 환자를 위해 기부한다고 들었는데 
“『시간의 정원』과 『시간의 방』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해외에 판권까지 수출하게 되면서 순식간에 대중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습니다. 어린 나이의 작가로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 혼자 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선물』은 주제 자체가 나눔의 기쁨이에요. 국내 판매수익 전부를 승일희망재단에 기부하기로 했고요.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루게릭 병원 설립 모금에 보탬이 되는 아름다운 컬러링북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 향후 작업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컬러링북 인기에 힘입어 지난 3년 동안 책 작업에 몰두했었는데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과거 해왔던 작업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시간의 정원』을 출간할 수 있었던 동력은 계속해왔던 작업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믿기에 더욱 열심히 순수미술 작가로서 활동해나갈 거예요. 아직 젊은 작가이다 보니 컬러링북을 냈을 때처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볼 의향도 있습니다. 제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꿈 말이죠. 그렇다고 컬러링북 작업을 안 하는 건 아니니 염려 마시고요(웃음)”

안선정 기자  books@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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