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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만과 무능』 작가 전여옥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 고백해야죠"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실례를 무릅쓰고 얼굴을 빤히 봤다. 생각보다, 나이에 비해 살결이 곱다. 빨간 목도리는 아직 바깥 찬 공기를 품고 있어 상대방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확 끼치지만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건 틀림없다. 팔을 횅횅 저으며 목동 파파이스 문을 열고 들어온 전여옥 전 의원. 웃는 얼굴이 TV 등을 통해 봤던 모습보다 훨씬 밝다.

전여옥, 요즘은 뜨는 작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런저런 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화제를 몰고 있는 『오만과 무능- 굿바이, 朴의 나라』를 내고 이름값을 올리고 있다. 기자 생활을 오래했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기자가 보기엔 정치적 용어다. 정치인들은 권력자와의 지근거리, 이 말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에서 보좌하고 지켜보았기에 생생한 박근혜 대통령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었다.

전 전 의원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4년 당 대변인으로 일했다. 한때 그는 박근혜의 ‘입’으로 통했다.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이 천막당사 시절 대변인을 지내며 박근혜 당 대표를 도왔다.

기자는 인터뷰에 앞서 『오만과 무능』을 읽어봤다. 밤새 읽을 만한 분량은 아니지만, 일단 들면 놓기가 어려웠다.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다. 흥미진진하다기 보다는 ‘아니 이럴 수가, 이랬단 말인가, 어처구니 없네’ 등 탄식이 나오더니 ‘이런 XX’ 험한 욕이 나온다. 참으로 고약하게 재미있다.

박근혜 대통령 관련 이야기는 이제 웬만한 국민들은 혀를 차며 다 알게 됐다. 새삼 확인한 것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게 더 많았다. 그래서 재미있고, 왜 진작 공개를 안 했을까 하는 서운한 마음도 든다. 전 전 의원은 1월에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책에 다 못 담은 말, 방송에서 못 다한 말을 할 예정이다.

- 보수이신가요
“한나라당에 들어간 계기가 ‘보수진영에 씨가 말라서는 안된다’는 논조의 칼럼이었죠. 이를 본 당시 최병렬 대표가 대변인으로 들어오라 했죠. 그리고 바로 최 대표 떠나고 박근혜 새 대표와 일하게 된 겁니다. 저는 건강하고 따뜻하고 원칙적인 보수정치를 해보고 싶었어요. 시장경제를  사랑하기 때문에 공정경쟁이 있는 시장경제를 사회에 구축하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사실 시장경제는 공정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스타트 라인에 같이 서게 해야 한다. 즉, 없는 사람, 학력 달리는 사람이나 있는 사람, 배운 사람이나 같이 출발하도록 만드는 게 시장경제가 할 일이요 공정성의 요체라는 설명이다. 전 전의원은 KBS 기자, 도쿄특파원을 거쳐 프리랜서로 활약하다 2004년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아 재선의원을 지냈다.
 
- 국회의원 8년 했죠? 아쉽지는 않은가요
“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별로 아쉽지는 않아요” 짧은 대답이다. 기자는 그 유명한 ‘우비 사건’ 시종을 듣고 싶었다. 상황설명을 하자니 얘기가 좀 길어졌다. 동행한 젊은 여기자들은 눈이 똥그래지며 귀를 열었다. “이미 다른 책을 통해 다 쓴 얘기입니다. (그 때를 회상한다) 다들 비옷 입었었잖아요. 박 대표(당시 한나라당 대표)만 우비 뒤에 달린 모자를 안 쓰고 있었던 겁니다. 제 생각에는 ‘전여옥, 네가 씌우라’ 이거에요. 자신이 직접 써도 되잖아요. 사람들 앞에서 저를 복종시키고 싶었던 겁니다. 그러나 씌워주지 않고 버텼죠. 제가 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그 정도는 직접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때 전 의원은 박 대표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옆에 있던 남자 의원들이 나서서 ‘전 대변인이 좀 씌워 드려요’ 하더라고요. 다 점수 따려고 하는 거 알죠”

그 때 수런거림에 기자들이 기웃거렸다. ‘안 쓰고 있는 박근혜, 버티고 있는 전여옥’, 이 얼마나 볼만한 진풍경인가. 안 씌워 준다면 대표와 대변인의 불화설로 번질 우려도 있는 상황이었다. 씌워주면 ‘무수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여옥은 “내가 희생하자”라는 생각으로 씌워주었다.

사진기자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그 때 느꼈죠. 아, 잔인한 사람이구나.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전 전 의원은 말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함, 잔인함. 전여옥은 가련한 이미지에 숨은 무서움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 가련한 이미지와 대비되는 무서움 잔혹함은 책 『오만과 무능』 곳곳에 펼쳐져 있다.

- 박 대통령이 즐겨 본 드라마가 ‘측천무후’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프리랜서 때 모 여성지 인터뷰를 대신 했어요, 박근혜씨를.  그때도 드라마를 즐겨 봤다고 해요. 그런데 측천무후라는 중국 영화도 아닌 비디오를 즐겨 봤다고 합니다. 그 비디오가 20편인가 40편인가 하는 방대한 양인데 몇 번이나 봤다는 거에요. 저도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 봤어요” 전여옥은 아연실색했다. 측천무후가 권력을 잡기 위해 벌이는 피비린내 나는 냉혹한 세계를 그린 내용이다. 호러 무비 정도다. 정말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드라마인데, 그걸 박근혜씨는 몇 번이고 돌려 봤다. 아, 박근혜를 지배하는 건 권력욕이구나 새삼 느꼈다는 게 전 전 의원의 말이다.

-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요?
“세월호 7시간을 고백하라고 하고 싶어요. 모든 것을 솔직히 밝혀야 하지만 그 중 세월호 7시간은 매우 중요해요.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라고 뽑은 대통령인데 국민의 생명, 아이들 생명이 속절없이 죽어 가는데 도대체 뭘 했다는 건지요. 왜 말을 못하는지요. 솔직히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순실과의 관계, 미르스포츠재단 등 속 시원히 털어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전 전 의원이나 기자나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저렇게 ‘관저칩거’는 안 할테니까. 최근 전 전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은 수면제를 먹어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 최순실 만나면 무슨 얘기를…
“어휴,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만난다면 모든 재산 헌납하라고 말할 거에요. 그게 자기 겁니까. 전부 나라 재산 아닌가요. 국민 돈이니, 그 재산 처분해 복지정책에도 쓰고 세월호 인양에도 쓰고 했으면 좋겠어요.” 전여옥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대로 최순실 재산이 10조가 될지도 모른다며 박정희 암살 전후 청와대 등 움직임 얘기도 들려줬다.

- 정계 복귀 생각은 있나요
“아니요. 지금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기자가 재차 '오라면 가시죠, 아직 젊으신데' 했더니 “아니에요. 해 봤으니까. 차라리 더 좋은 글, 더 좋은 책 쓰고 싶어요. 저는 원래 글쓰는 걸 좋아하니까요” 전 전 의원은 요즘 종편 나들이가 잦다. 그만큼 찾는 방송이 많다. 어머님이 전 전 의원 TV 출연을 누구보다 반긴다고 한다. 딸이 이젠 심신 형편이 나아졌구나 하신다는 말이다. 최근 모 종편 고정패널로 출연해 명쾌한 논리와 특유의 결단력 있는 어조로 새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오만과 무능』 책은 박근혜 대통령으로서, 그 이전 국회의원, 당 대표 시절의 박근혜 모습을 담았다. 오만은 권력자의 딸, 퍼스트 레이디, 다시 권력을 향한 냉혹함 등에서 비롯됐다. 자기는 늘 대통령이 된 듯한 착각이 ‘오만’이었다. ‘무능’은 최순실 일가와의 밀착에서 빚어진 참담한 정체성 상실이다.

책을 읽으며 박근혜를 ‘비련의 여주인공’ 쯤으로 보고 가여운 맛에 대통령으로 찍고 그만하면 됐지 했던 국민이 사실은 ‘오만’이었다. 그리고 박근혜의 참모습을 보려 하지 않고 진실을 굳이 따지려하지 않았던 많은 국민들이 ‘무능’했다.

오만과 무능은 그렇게 위아래 가리지 않았던 최근 몇 년이었다. 모두의 책임이라면 모두 책임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제나마 맨 얼굴을 보았다. 아니, 지금 겨우 탈을 벗기고 있는 것 같다. 전 전 의원은 그래서 ‘굿바이, 朴의 나라’라고 했나보다.  
정리 / 이정윤 기자
사진 / 안선정 기자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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