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송인서적 사태 해결, 출판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으라 -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 성명
[전문] 송인서적 사태 해결, 출판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으라 -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 성명
  • 안선정 기자
  • 승인 2017.01.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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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업계 2위 출판 도매업체 송인서적이 부도하면서 그 피해와 대책에 관한 사회적 목소리가 높다. 특히나 피해는 유통을 송인서적에 모두 맡기거나 어음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던 소형 출판사에 더 막대하다. 소형 출판사는 물론 소형 지역 서점 역시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큰 위기에 빠졌다. 정산도 반품도 할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 책을 구하는 일조차 어려워졌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출판업계에 만연한 전근대적인 유통 구조에 있다. 전산화되지 않은 판매관리시스템과 어음은 물론, ‘잔금시스템’은 출판사를 어렵게 만들어왔다. 여기에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외환위기 이후 대형 도매업체, 출판사, 서점이 연쇄 도산한 후 출판유통의 공공화와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설립하고도 출판 주체들의 신뢰를 받는 출판진흥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출판사들 역시 출판생태계 상생을 위한 출판노동자들의 노사정 공동 정책협의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를 놓고 출판사들의 지원 호소와 정부의 대책 마련에 독자들의 시선이 따가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한국출판인회의를 중심으로 채권단을 구성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르면 이번 주부터 송인서적 부도 관련 피해업체에 수십억 원 규모의 저리 긴급 자금을 대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 해법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이 사태의 일차적 피해자인 100여 명에 달하는 송인서적 노동자들의 실직과 퇴직금 마련, 그리고 곧이어 몰아닥칠 출판노동자들의 고용 위협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사태 해결을 넘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독서 인프라 확대 및 출판생태계 상생과 함께 나아가는 장기적인 체질 개선 계획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출판노동자들은 이번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제대로 된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동안 출판계의 위기를 방치해오다가 뒤늦게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하여 생색내기용 지원을 내놓을 뿐이다. 진정으로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면, 제대로 된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피해 출판사들로 구성된 채권단을 통해 송인서적이 발행한 어음을 직접 매입해야 한다.

둘째, 공적 자금 투입에는 엄격한 공적 책무가 동시에 부여되어야 한다. 지난날 조선업 등에 국민의 혈세인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도 대량해고사태가 벌어졌던 것은,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구체적 사용과 지원받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출판노동자들에 의지해 산업활동이 이루어진 출판업은 규모에 비해 고용인원이 많은 편이다. 송인서적 부도가 일어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를 핑계로 외주 노동자 작업비 지불을 늦추는 출판사가 있다고 한다. 출판노동자들에 대한 인원 감축이나 작업비 체불 등 노동권 후퇴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피해 출판사에 공적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보편적인 독서 인프라 확대 및 출판생태계 상생을 위한 정책을 바로 시행해야 한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과 함께 장기적인 출판계 체질 개선 논의에 정부와 사용자단체가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출판계 체질개선 논의가 단지 정부와 사용자단체만의 목소리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위한 보편적인 독서 인프라 확대 및 출판생태계 상생을 위한 목소리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출판노동자들을 비롯해 소형 출판사와 지역 서점들은 물론, 독자들의 참여까지 광범위하게 보장해야 한다. 단순히 콘텐츠 진흥뿐 아니라 ‘공공성 확보’의 관점에서 정책이 고민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동안 출판노동자들은 오로지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일상적 해고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며 묵묵히 노력해왔다. 지속 가능한 출판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출판노동에 근거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노동조합협의회는 단순히 출판사들의 피해복구뿐 아니라 송인서적 노동자를 비롯한 전체 출판노동자의 노동권, 나아가 출판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각 주체의 상생과 권익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7년 1월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노동조합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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