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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서적 부도는 위기의 한국 출판산업이 낳은 예견된 일이었다"송인서적 부도사태로 바라 본 한국 출판산업
국내 서적도매상 2위 업체인 송인서적이 경영난을 겪다가 지난 3일 최종 부도가 나 국내 출판계가 술렁이고 있다.<사진출처 = 네이버>

[리더스뉴스/독서신문 박재붕 기자] “그것 봐라! 내가 분명히 터진다고 말하지 않았냐!”(B 출판사 대표)

최근 대형 서적도매상인 송인서적(대표 이규영)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최종 부도가 나면서 국내 출판계가 술렁이고 있다.

송인서적은 매출규모가 500억 원대에 달하는 서적도매상으로,  북센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업체이다.

송인서적은 지난 2일 어음 20억 원을 막지 못하고 1차 부도를 냈고, 3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9일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드러난 피해액만 출판사 잔고 270억 원, 서점잔고 210억 원, 어음 100억 원, 도서재고 40억 원, 은행부채 59억원 에 달한다. 송인서적이 거래해 온 출판사만 총 2000여 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그나마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형출판사 뿐 아니라, 영세한 대다수 중소 출판사들이 송인서적에 공급한 책값을 받지 못해 연쇄 피해가 우려된다.

급기야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 출판기금 50억 원을 활용해 송인서적 부도로 피해를 입은 업체에 1%대(종전 3.6%)의 긴급 운전자금을 빌려주는 등의 긴급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또 출판유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현재 200개 중형서점이 참여하고 있는 서점 판매정보시스템(POS) 구축 사업을 확대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B출판사 대표의 말처럼, 국내 출판가에서는 송인서적 부도사태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이에 본지는 이번 송인서적 부도처럼 국내 서적도매상들이 경영난을 겪어야만 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그에 따른 2차적 피해, 그리고 앞으로 국내 출판유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 송인서적 부도의 근본 원인은?

송인서적 부도사태의 근본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재정난을 가중시키면서도 회사를 운영해온 경영진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꼽을 수 있다.

송인서적은 지난 1998년에도 이미 한 차례 부도를 낸 적이 있다. 당시 채권단은 송인서적 경영진의 자구안을 받아들여 창업주 가문(현 이규영 대표)에게 경영권을 이양하는 쪽으로 당시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국내 도매상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 치킨게임(게임이론 중 하나로, 서로 마주 본 자동차가 돌진해 누군가 피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게임)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원천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국내 서적도매상 1위인 북센을 비롯해 송인서적, 그리고 출판협동조합, 북 플러스 등이 제살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출판유통업계가 흘러온 것이다.

또한 지난 2010년 사옥을 파주로 이전하면서 들어간 막대한 시설투자금과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동네서점들의 불황, 그리고 납품시장(공공기관 도서 납품)에서의 과당경쟁 등이 송인서적을  부도로 몰고가는 결과를 낳게 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 동네서점들간의 도서공급율 차등과 대형출판사들의 과도한 현금결제 요구 등까지 복합적으로 가세, 작금의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B출판사 대표는 “송인 부도사태 이후 작금의 출판인들을 보면, 채권액 회수나 공적 자금을 이용한 자금 융통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그런 일은 결국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이 공적인 명분이 확실한 도매상의 유통합리화를 명분으로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강력한 도매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지적했다.

송인서적 하역장 모습.

■ 송인서적 부도사태 그 후.... 잠재적 피해는? 

송인서적과 그 동안 거래해온 출판사가 약 2000여 개에 이른다. 현재까지 파악된 출판사 피해액만 잔고가 약 270억 원에 이르고, 어음도 100억 원에 달한다.

따라서 부도사태 이후 출판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채권단이 곧바로 꾸려졌고, 송인서적으로부터 채권 일체를 양도받는 채권 양수.양도 계약이 맺어졌다.

지난 6일에는 채권단과 출판협동조합이 그 동안 송인서적과 일원화 거래를 해 온 중소출판사들의 장부를 포함한 일체의 거래를 이관키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채권단은 송인서적 재정상태 파악에 적극 나서는 한편, 문체부, 중소기업청, 서울시 등 관련기관 및 단체에도 적극적인 지원책 모색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송인서적 부도사태 후 출판사들의 피해액만 수면위로 떠올랐지, 동네서점들의 잠재적 피해까지는 아직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한국서점조합연합회(회장 박대춘)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송인서적의 서점잔고가 약 210억 원에 달하지만, 현재 서점에 쌓여있는 서적재고는 이 보다 최소한 두 배가 넘는 420억 원에 달한다.

다시 말해, 동네서점들에서 책이 안 팔려 다시 반품하게 될 경우, 출판사들이 내 놓아야 할 자금이 최소 210억 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송인서적 채권단에는 출판사 대표들만 참여하고 있으며, 서점 측 관계자는 제외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송인서적이 청산과정을 밟든, 회생절차에 들어가든 동네서점들과 송인과의 채권.채무관계가 완전히 정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서점가의 일반적인 중론이다.

또 출판사들은 대표성을 띈 채권단을 꾸려 공동대책을 강구할 수 있지만, 동네서점들은 송인과의 채권.채무관계가 개별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특정 단체에 일임할 일도 아니어서 사태해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동네서점가 한 관계자는 “동네서점에 깔려있는 송인서적 재고와 잔고 문제가 깨끗이 정리되려면 제3자 인수자가 하루빨리 나타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 것마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동네서점들의 단체인 서점조합연합회가 대표성을 갖고 향후 대책마련 과정에 참여하여 회원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채권단에도 서점 측 입장을 대변해 나갈 필요가 있다.

■ 국내 출판유통계의 남은 과제는?

이번 송인서적 사태는 동판(전 동경출판판매)과 일판(일본출판판매)으로 양분된 일본의 출판유통계와 달리, 유통구조가 현대화되지 않은 채 수십 년간 이어져 내려온 국내 출판유통계의 암담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우선, 책이라는 재화의 위탁판매 특성상 출판사와 도매상 간의 어음결제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시장정보력과 계약협상력을 가진 대형 출판사들은 미리미리 현금결제를 받아 피해액을 줄일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출판사들은 손 놓고 있다시피하다 피해를 당한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중소출판사들은 위탁판매 제도하에서 길게는 5개월짜리 어음까지 받아야만 하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책의 유통합리화를 위해 책 공급의 일원화도 필요하다. 온라인서점까지 도매상에서 공급하면 도매상은 금방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도매상들간의 과당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출판사가 모든 도매상에 책을 공급하고, 동네서점은 특정 도매상과 일원화 거래를 하면 도매상의 과당경쟁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서점가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출판사와 서점 간의 시작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납품시장도 개선돼야 하고, 도매상들이 서점에 책을 공급할 때 표준공급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크다.

이와 관련 서점조합연합회(이하 서련) 박대춘 회장은 “송인서적 부도로 그 동안 송인하고만 (일원화) 거래해 온 서점들은 도서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지만, 서련과 북센 측이 협의하여 송인 (일원화) 거래처에도 표준공급률에 책을 공급키로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동네서점과 대형서점, 그리고 온라인서점에 모두 표준공급률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붕 기자  tihu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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