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속의 사랑 사랑속의 이집트①
이집트속의 사랑 사랑속의 이집트①
  • 신금자
  • 승인 2007.12.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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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
▲ 신금자[수필가·본지 편집위원]     ©독서신문

 이집트 문명의 흐름은 넓고 구불구불한 강물이었다.
 나일 강을 하늘에서 보면 사막 가운데로 한 마리 뱀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지중해까지 이르는 형상이다. 고대 이집트 문명 발상지로 6700km의 장구한 용틀임이다. 이 강변을 따라 농경, 도시를 형성하며 이집트는 잘 사는 부국이 되었다.
  그래서 이집트 문명을 ‘나일 강의 선물’로, 나일 강을 ‘이집트의 젖줄’이라 여겼다. 감히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왕관 앞머리장식이 뱀이었고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숨을 거두어줄 대상으로 뱀을 찾았다. 이는 지리적 환경을 못 벗어난 은밀히 예고되었던 내적연결이 아니었을까.
 

 시저를 만나다
 정적인 폼페이우스가 이집트로 숨어들자 로마의 시저(카이사르)가 그와 그 잔당을 추격하다 이집트에 머무르게 되면서 클레오파트라의 역사는 시작된다. 클레오파트라는 남동생과 공동으로 왕위를 잇고 있었지만 왕국의 실권이 사실상 없었다.
 무능한 아버지의 유산이다. 왕의 명령이 먹히지 않는 마당에 흉작으로 민심마저 흉흉하여졌고, 밖으로 로마에게 조공을 바치고 속국이 될 형편에 놓였다. 그 첫 시험대가 눈엣가시인 내시의 좌장인 포티누스와 장군 아키라스를 해치우는 일이었다. 자칫 클레오파트라는 두 사람한테 쫓겨날 판인데 마침내 기회가 왔다. 시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맘먹었다.
  그가 이집트 왕궁에 머무르긴 하지만 철저히 감시를 당하는 그녀가 내시를 따돌리고 시저를 찾는 일이 어디 쉬운가. 그것도 시저를 단번에 내편으로 만들 수 있는 파격적인 방법이라야 했다. 순하던 강물이 산골짜기에서 협곡으로 접어들면서 급류를 탔다.
 
 
 미모를 겸한 타고 난 외교능력
 고대 이집트에선 남자와 여자 2인이 공동으로 왕 위에 오르기 때문에 클레오파트라도 당시로선 놀랄만한 제왕학을 공부하며 자랐다. 정치는 물론, 예능교육과 승마, 문학, 천문학, 의학수업 등 다양하게 배우고 익혔다. 
 특히 외국어는 주변 7개국 언어를 두루 구사할 수 있는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그래서 그녀는 라지드 왕가에서 이집트 민중의 언어인 이집트어를 할 줄 아는 유일한 통치자였다고 한다. 그만큼 그리스문화 전통을 이은 왕가였지만 이집트계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았고 궁전 바깥세상에도 밝은 여걸이었다.

 바야흐로 그 시대는 여자가 능력으로 세상과 맞설 수 없었다. 그녀의 타고난 외국어 실력도 무색해지기 일쑤였다. 탓을 해보자면 그 탓일 게다. 세계역사에도 팜므파탈, 똑똑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남자를 유혹해서 소기의 목적을 이루거나 파멸로 치닫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었다.
  특히 세상에 두려울 것 없는 영웅호걸들이 의외로 아름다운 여자 앞에서 심약하고 단순했다. 소유욕이 강해서일까? 호쾌하게 사랑을 위해 자기의 전부를 걸기도 했다. 이 맹점은 남자들이 더 잘 알고 더 많이 애용해 왔다. 이를테면 전쟁 중에도 미인계를 써서 군주의 귀와 눈을 혼란스럽게 하였다. 잘 알려진 예로 월(越)나라 구천이 오(吳)나라 왕 부차에게 서시라는 미녀를 보내 오왕을 멸망시킨 바 있다.

 실제 미인계의 어원 ‘육도 병법서’에 이리 적혀 있다. 
  ‘상대방을 무너뜨리려할 때 무기와 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방과 신하를 포섭하여 군주의 눈과 귀를 막아버리고 미인을 바쳐서 군주를 유혹하라.’
 

 그랬다. 클레오파트라도 이 병법서를 읽은 모양이다. 자신이 비밀리에 궁으로 쳐들어가는 방법밖에 달리 길이 없다. 어쩌면 우리 풍습인 원조보쌈이 클레오파트라가 아니었을까. 클레오파트라는 심복을 시켜 자기를 자루에 담아 묶게 하고 작은 배를 타고 알렉산드리아 항으로 들어갔다. 
 심복인 사내가 자루를 둘러메고 ‘시저에게 드리는 선물’이라며 경비를 슬쩍 통과하여 왕궁에 있는 시저 앞에 내려놓았다. 의뭉스런 자루를 풀자 허를 찔린 시저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입니다. 마음에 드시거든 받아주시옵소서.”
 자루 속에서 왕관을 쓴 미녀가 홀연히 나오니 모두가 어리둥절하다. 아아, 엷은 천으로 감싼 고운 미소와 드러난 자태에 감복한 시저도 더듬적거리며 그녀에게 매료되고 말았다. 어찌하여 연극이 이리 싱겁단 말인가.
 이제까지 그와 함께 했던 그저 예쁘기만 한 여자들과는 다른, 정치를 알고 남자를 아는 수월찮은 면에 눈이 멀어 내심 기뻤다. 실은 클레오파트라도 세계 강자인 시저가 충분히 매력적인 사내로 느껴져 좋았다.
 

 그러나 동상이몽이라!
 시저는 이집트의 실권은 자기가 갖되, 클레오파트라를 이집트 여왕으로 전면에 내세워 이집트의 부를 업고 세계를 제패해야겠다는 야심을 품는다. 한편 클레오파트라는 시저의 힘을 빌려 실권을 가졌던 내시 포티누스와 장군 아키라스를 몰아내는 것은 물론, 로마를 꽉 쥐고 있는 시저를 사로잡아 로마를 이집트의 것으로 만들 기회로 보았다.
 
 그 전쟁 중에 남동생도 죽고 클레오파트라는 막내 남동생과 혼인을 했다. 그리고 시저와의 사이에 아들 시저리온을 낳았다. 로마로 돌아가서 독재관으로 추대된 시저는 이제 로마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기에 이집트에 두고 온 클레오파트라와 아들 시저리온을 로마로 불렀다.
  그녀의 호화찬란한 로마 입성은 그녀에게 있어서 행복의 절정을 이뤘다. 최소한 행복이 넘칠 때 다시 자신을 뒤돌아봄직도 한데 시저는 물론, 클레오파트라도 로마인들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일까.
 시저는 로마에다 신전을 세우고 그 신전 안에다 자신과 클레오파트라의 조각상을 안치하자 로마인들이 보기에 가관이다. 혹여 시저가 왕이 되고 클레오파트라는 여왕, 시저리온을 그 후계자로 삼을 수도 있어 부르투스가 반역을 저지른다. 결국 시저는 정적을 키워서 충복으로 믿었던 부르투스에게 암살당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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