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결산] 한강 ‘급류’ 타고 문학 귀환…‘실록’ 바람에 고개 든 역사
[베스트셀러 결산] 한강 ‘급류’ 타고 문학 귀환…‘실록’ 바람에 고개 든 역사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12.2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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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보다 베스트셀러 역동성 커…장기간 독주 대신 고른 상승세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2016년은 국내 문학 귀환의 해였다. 세상을 향한 온전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필두로, 한국인 최초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하루 만에 판매량 1만권을 돌파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절정을 찍었다. 그 바통은 친근한 한국사 강의로 인기를 끈 설민석의 역사 도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 이어받았다. 여느 해보다 베스트셀러의 역동성이 컸다. 그만큼 많은 신간이 출간됐고, 그에 부응하듯 여러 독자들이 응답하며 풍성한 출판계였다. 

◆ 한강-혜민-설민석, 2016 올해의 책 3파전

2016 올해의 책으로는 『채식주의자』,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3권을 꼽을 수 있다. 『채식주의자』는 최근 15년간 가장 빠르게 팔린 도서 기록을 새로 썼고,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예스24 선정 2016 최다 판매 도서에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인터파크도서 독자가 선정한 최고의 책에 선정됐다.

먼저,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소설이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한국 소설이 출판 시장에서 날개를 펼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 5월, 한강과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노벨문학상에 비견되는 국제 문학상을 수상하자 독자들의 무관심이 ‘열렬한 관심’으로 바뀌었고, 『채식주의자』는 한동안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여기에 『소년이 온다』, 『흰』 등 한강의 작품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 등 유명 작가들의 신간 또한 줄줄이 출간되면서 한국 소설은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두 번째로, 이 세상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담은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예스24 선정 2016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선정됐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2012~2013년 2년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혜민 스님은 올해 2월, 4년 만에 돌아온 신작으로 출간과 동시에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51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지난 1년간 독주하다시피 했던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를 밀어내 화제였다. 그 후 총 14주간 1위를 이어나가며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많은 위로가 돼 줬다. 

세 번째, 조선 27명의 왕들을 한 권의 책으로 불러 모은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지난 9일까지 총 16주간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며 하반기를 책임졌다. 올해 역사 공부 열풍을 주도한 한국사 스타 강사 설민석은 역사 기록에 충실하면서, 상황과 장면을 살리는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의 서술을 가미해 독자들을 사로잡았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인터파크도서가 지난 11월 24일부터 12월 14일까지 3주간 독자투표를 진행한 결과 ‘최고의 작가’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위상을 드높인 한강(12%)을 6% 차이로 앞선 결과였다. 2014년 1월 출간된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도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고, 설민석 또한 2017년에는 한국사 특강을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의사를 밝혀 당분간 역사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인문 분야 여전한 강세…소설, 시/에세이 분야 인기 상승

위의 세 권이 2016년 한 해 화두였다면, 종합적인 측면에서는 시집을 비롯한 국내 문학과 쉽게 풀어 쓴 인문도서, 제4차 산업혁명·재테크 등의 주제를 다룬 경제경영 도서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교보문고 도서판매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시/에세이 분야가 19.3% 상승했고,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했던 소설 분야도 18.4% 상승하며 문학 인기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인문도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흐름을 보였고, 역사 분야는 15.8% 상승하며 지난해 부진(-14.9%)을 만회했다. 2016년은 전반적으로 판매권수(4.1%)와 판매액(4.0%)이 상승한 해이기도 했는데, 인문 분야는 판매액 기준으로 점유율 1위(9.0%)를 기록했고, 한국 소설과 위로·공감 에세이 열풍에 힘입어 소설(7.8%)과 에세이(5.4%) 분야가 크게 상승했다. 경제/경영 분야도 6.6% 점유율을 나타냈다. 

먼저, 소설, 시/에세이 분야가 많은 사랑을 고루 받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소설 분야는 문학성과 공신력이 무게 중심이었다. 그동안 소설 분야는 스크린셀러나 미디어셀러가 단기간에 인기몰이를 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지만 오랜 기간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문학성과 공신력을 확보한 작품들로 인해 새로운 독자층이 생겨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라플라스의 마녀』처럼 독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가 그 기반을 확고히 다졌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정유정의 『종의 기원』을 비롯해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신간도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시 분야에서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등 초판본 시집의 인기가 가장 돋보였다. 「서울 시」, 「시 읽는 밤: 시밤」 등으로 짧은 시의 인기를 주도해 온 하상욱을 이어 최대호의 「읽어보시집」, 제페토의 「그 쇳물 쓰지 마라」, 김동혁의 「신호등처럼」 등 SNS 상에서 인기를 얻은 시인들의 시집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신달자의 「북촌」, 고은의 「초혼」등 기성 시인들의 시집 출간이 이어지면서 눈에 띄는 신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에세이 분야에서는 신간과 스테디셀러 모두 사랑을 받았고, 특히 전승환의 『나에게 고맙다』, 김수민의 『너에게 하고 싶은 말』 등 SNS로 생산된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인문 분야에서는 파워라이터들이 맹활약했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1위를 놓치지 않았던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가 올해도 인기를 얻었고, 후속작으로 출간된 『미움받을 용기 2』도 상위권에 오르며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이어갔다. 올해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관심도 쏟아졌다. 이에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2권과 『시민의 교양』도 모두 순위에 오르며 새로운 파워라이터의 등장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경제경영 분야의 「명견만리」 시리즈와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은 다가올 경제·사회적 분야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대변하며 장기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불어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집 없어도 땅은 사라』, 『부동산 투자 100문 100답』 등 부동산 투자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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