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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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6.02.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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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iya스파이럴 빌딩의 두 남자



『랜드마크』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이을 차세대 작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재능 있는 작가’라고 불리는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으로, 도쿄 근교의 오미야 재개발 지구에 건설되는 거대 나선형 빌딩을 축으로 두 남자의 일상을 교차시키며 현대인의 깊은 고독과 위기를 그려내고 있다.

o-miya스파이럴 빌딩은 찬합을 조금씩 엇갈려가며 쌓은 모양의 35층짜리 거대 빌딩으로, 완공되면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 자명한 건축물이다. 이 빌딩을 접점으로 해서 두 남자-철근공 하야토와 설계사 이누카이-의 에피소드가 각 장의 전반과 후반에 나뉘어 이야기된다.

두 남자는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고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한 채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한 남자는 몰래 정조대를 착용한 채 공동생활을 하며 철근 콘크리트 속에 정조대 열쇠를 하나씩 묻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남자는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해가며 거대한 첨단 빌딩을 기획하고 건축 과정을 지켜본다. 이 두 남자의 행위는 모두 공허하고 고독한 일상에 어떤 표식을 남기고 싶어 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희망은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미약한 것이거나 단번에 모든 것이 끝날지도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다.

출신, 생활수준, 직업 등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이 두 주인공의 접점은 o-miya스파이럴 빌딩이지만, 두 사람은 소설 첫머리에서 잠시 시선을 마주칠 뿐 소설이 끝날 때까지 만나지 않는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말 한마디 나눈 적 없는 두 사람처럼 ‘소통의 부재’는 소설 곳곳에 드러나 있다. 각각의 인물들은 나름대로 관계를 맺어가지만 인간적인 체온이 있는 만남은 생기지 않는다.

이처럼 『랜드마크』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느끼고 있는 고독이나 허무감, 희박한 인간관계 등을 ‘최첨단 기술에 의한 빌딩 건설 현장’이라는 현대를 상징하는 장소를 무대로 냉정할 정도로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저마다 마음에 공허함을 안고 버둥거리며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모습들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독서신문 1396호 [20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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